나의 처가는 경상남도 삼천포다. 잘 나가다가 삼천포로 빠진다는 그 삼천포다. 내가 사는 구미에서 삼천포까지의 거리가 만만찮아서 자주 가지는 못한다. 집사람의 초등학교 동창회가 있다고 해서 겸사겸사 처가로 향했다.
장모님은 혼자서 1남 6녀를 키우시면서 밭농사 논농사를 동네에서 제일 많이 지으시는 대단한 분이시다. 거기에 여러 가지 비공식 기록을 들자면 바지락을 제일 잘 캐시고, 경운기를 제일 빨리 운전하시고, 고사리 빨리 캐기, 밤 많이 까기 등등 타의 추종을 불허하시는 70대이시다. 나는 대구에서 태어나 시골 일이라고 해 본 적이 없다. 그래서 처가에만 가면 늘 사고뭉치가 될 수밖에 없었다.
장모님의 환영 속에 처가에 도착했고 잠시 후에 집사람은 초등학교 동창회 가고 나는 장모님과 단둘이 1박 2일을 지내게 되었다.
낮 동안 장모님을 도와 논에 나가 서툰 일을 하고 나니 시장기가 밀려왔다. 장모님은 문어, 조개, 장어 등 군침이 도는 바다 음식으로 저녁상을 차려주셨고 술도 한잔 권하셨다. 기분 좋게 저녁식사를 마치고 잠자리에 들었다. 새벽녘 장모님이 다급히 부르시는 소리가 들렸다. 달려 나가보니 사위에게 닭이라도 한 마리 잡아 주시려다가 놓쳐버린 모양이다. 잡아 둔 닭을 먹어봤지 생전 처음 닭을 잡아보는 나는 당황했다. 장모님의 지시대로 몽둥이를 들고 초조히 다가갔고, 장모님은 두 팔을 벌리고 골키퍼 같은 표정으로 서 계셨다. 한바탕 소란을 피우고야 닭을 잡았고 생전 처음 장모님과 닭털을 뽑았다. 그렇게 1박 2일을 보내고 장모님의 정성이 담긴 각종 나물, 문어, 마늘종 등을 잔뜩 싣고 집으로 돌아왔다.
속 깊은 우리 장모님! 오늘도 사위 안부 물으시며 넷째 딸인 집사람에게 지극 정성이시다. 장모님! 고맙습니다. 그리고 사랑합니다. 오래오래 건강하세요.
여현기(구미시 구평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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