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칼럼] 어려울수록 돌아가라

입력 2012-06-13 07:53:21

유로존 재정위기가 재연되면서 국제금융시장의 불확실성이 커지고 있다. 그러지 않아도 성장이 둔화되고 신성장 산업 출현이 늦어지는데 국'내외 투자부진이 지속되지 않을까 걱정스럽다.

대구경북경제자유구역청은 지난 2008년에 후발주자로 시작해서 이제 본격적인 도약을 꿈꿔 오고 있는데 자칫 동력이 약화되지 않을까 우려스럽다. 우리 청은 지난해 말 대구경북에 일본 글로벌 공작기계 회사와 자동차 에어백 부품제조회사를 각각 유치한데 이어 지난달에는 영천첨단부품 경제자유구역에 프랑스 글로벌 자동차부품회사와 투자양해각서(MOU)를 체결했고, 연이어 이번 달에는 외국기업과의 조인트벤처 투자를 유치한다.

외국기업이 하나도 없던 영천 경제자유구역에 벌써 세번째 외국기업 유치이다. 지가가 저렴하고 울산과 접근성이 좋은 이점이 있지만 우리 청과 도 그리고 영천시 공무원들의 열정과 노력도 큰 몫을 했다고 본다. 대구 테크노폴리스 경제자유구역에도 많은 외국기업들이 관심을 갖고 있어 조만간 성과가 있으리라 기대한다.

우리 청에 대구시와 경북도 공무원들이 서로 반목한다는 평가는 이제 없다. 최근 각종 투자유치 정보를 체계적'종합적으로 관리하는 투자유치관리시스템을 독창적으로 개발하여 모든 정보가 서로 공유되고, 효율성도 높아지고 있다.

그러나 우리가 갈 길은 아직 너무 멀고 험난하다. 대구 수성의료지구와 경북 경산지식산업지구 개발사업도 본격적인 착수 준비를 하고 있지만, 지구개발에 8천억~9천억원의 대규모 자금이 소요되기 때문에 한시도 마음을 놓을 수 없다. 거기에다 사실상 국가산업단지보다 국내기업 유치는 인센티브가 적어 수도권 기업유치가 쉽지 않다.

그렇지만 보다 근본에 충실하고, 바쁠수록 돌아가야 한다고 생각한다. 대구경북의 글로벌 성장거점 조성을 위해 외국인 경제활동 여건을 개선하고, 국'내외 앵커기업을 유치하고자 하는 경제자유구역 목표를 이루어야 한다. 국제금융위기 속에 미국과 유럽 등 해외 투자자들이 성장 여력이 큰 아시아, 그 중에서도 인프라나, 우수인력을 갖춘 한국에 대한 투자를 늘릴 가능성도 많다.

이런 시각에서 몇 가지 제안을 하고 싶다. 첫째, 대구경북 발전에 의미있는 민간자본 투자 수요를 최대한 찾아내고 유치하는 노력을 강화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경제자유구역에 대한 국내기업 인센티브 제도도 적어도 산업단지 수준으로 개선되어야 한다. 경제적 파급효과가 큰 경우 국가적 연구개발(R&D) 프로젝트를 함께 유치하는 것도 방법이다. 경산지식산업지구에 건설기계 성능안전 시험장과 평가센터, 전문단지를 조성하는 것이 좋은 예이다.

두번째, 대구경북 발전에 기회가 되는 요인들을 미리 포착하고 선제적으로 대응해야 한다. 최근 줄기세포 연구가 다시금 주목의 대상이 되고 있다. 수도권에 식약청 승인을 받은 줄기세포 관련 치료제들이 본격적인 시술에 들어가고 있는데 이러한 병원들을 지역으로 유치하고 지역의 특화된 분야인 재생의학과 한방요법을 가미한 치유센터 기능을 접목한다면 세계적인 재생의학 클러스터로 도약할 기회도 있다고 본다.

다음으로는 천연물 신약분야이다. 중부지방에서 흔히 있는 '황해쑥'(국화과 다년생 식물)을 이용한 위염치료제가 연간 1천억원이 넘는 매출을 달성하고 있다고 한다. 급속한 노령화로 상대적으로 부작용이 적은 천연물 신약의 선호가 급증할 수밖에 없다. IT분야에 있어서도 부품산업에 부가가치를 더해 주는 임베디드 소프트웨어 분야를 눈여겨 볼 필요가 있다.

끝으로, 대구경북의 각계 지도자들이 글로벌 시각을 가지고 지역산업 발전을 위해 어디에 역점을 두어야 할 지, 어떤 전략을 가져갈 지, 지역 이기주의를 어떻게 극복해야 할 지 등에 대해 보다 적극적인 토론의 장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중앙 전문가들의 비판을 들어보면 대구경북이 무엇에 중점을 두는지 모르겠다, 구체적 전략이 없는 것 같다, 투자하려 해도 너무 지역연고주의가 심하고 폐쇄적이다 하는 비판을 한다. 550만 명이나 되는 많은 인구를 감안할 때 다양한 복합행정이 필요하겠지만, 어디에 역점을 두고 어떻게 추진할 지 적극적으로 논의해 나감에 따라 결과는 엄청 달라질 수 있다고 생각한다. 그러지 않아도 유럽의 재정위기가 지역 환경의 경쟁여건 심화로 외롭고 고독해지는 지역의 리더들에게 더 많은 역량과 책임감을 요구하고 있는 것 같다.

최병록/대구경북경제자유구역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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