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ECD 평균보다 9명이상…교사들 "20∼25명이 적정"
학교폭력이 사회문제화하면서 연초부터 각종 대책이 쏟아져 나왔으나 학교폭력으로 인해 학생들이 스스로 목숨을 끊는 일이 되풀이되고 있다. 교사들은 문제학생 처벌도 필요하지만 학생들에게 관심과 애정을 쏟을 수 있는 학급 분위기 조성 없이는 근본처방이 못된다고 보고 있다.
실제 최근 대구교총 조사에서도 교사 80% 이상이 학급당 인원 수를 줄여야만 학교폭력 근절이 가능하다는 결과가 나왔고 전국교직원노동조합은 대도시 초교 5·6학년과 중 1·2학년부터 학급당 학생 수를 20명으로 감축하는 것을 올해의 핵심 사업으로 선정했다.
◆학급당 학생 수와 교사 관심은 정비례
반송초교(달성군 옥포면) 교사들은 학생들의 성격은 물론 가정환경까지 속속들이 파악하고 있다. 학생 수가 많지 않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다. 교장과 교감 외에 8명의 교사가 6개 학년을 맡고 있지만 학급당 인원이 가장 많은 5학년도 10명에 불과하다.
이 학교 아이들은 학년 구분 없이 잘 어울린다. 사소한 다툼은 있지만 서로를 잘 아는 터라 지속적으로 소외되는 아이도, 괴롭힘을 당하는 아이는 없다. 교사들은 자신의 재능을 살려 방과후학교와 별도로 매주 화, 목요일 정규 수업 전 학생들에게 악기, 그림, 테니스를 가르친다. 좋은 학교 분위기가 입소문을 타면서 지난해 22명이던 학생 수가 올해는 44명으로 늘었다.
반송초교 남영종 교장은 "학생 수가 많지 않아 교사들과 아이들 사이에 친밀감이 높다"며 "도심학교에서 정서 불안 등으로 학교생활에 적응하지 못한 아이들이 서너명 전학왔는데 지금은 다들 안정을 찾아가고 있다"고 했다.
학교폭력이 가장 빈번한 것은 학생들이 사춘기를 겪는 중학생 때다. 초교 때부터 학생 하나하나를 챙기면서 인성교육을 강화하면 학교폭력을 줄일 수 있다는 목소리가 높지만 초, 중학교 모두 학급당 학생 수가 30명이 넘는 상황에서는 여의치 않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가 2010년 발표한 교육지표에는 우리나라 학급당 학생 수는 초등학교 30명, 중학교 35.3명이다. OECD 평균인 21.6명, 23.9명보다 훨씬 많다. 대구 학교 사정도 크게 다르지 않다. 대구시교육청에 따르면 올해 4월 현재 학급당 학생 수는 초교 25.5명, 중학교 35.2명 수준이다.
◆학교 규모 줄이기 정부의지가 관건
교육 당국은 학생 수가 감소추세인 데다 교실과 교사 추가 확보 등 걸림돌이 많아 당장 이 정책을 추진하기는 어렵다는 입장이다. 시교육청에 따르면 초교생 수는 2012년 기준으로 2016년엔 10.8%, 중학교는 같은 기간 24.3% 감소할 것이라는 근거에서다.
시교육청 한 관계자는 "당장 학급당 학생 수를 줄이는 일은 많은 예산이 투입돼야 하기때문에 정부의 결단없이는 해결할 수 없다"고 했다.
하지만 학생 수 감소가 학급당 정원 감축으로 이어지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게 현장의 우려다. 정부는 그동안 교육 경비 부담을 이유로 학급당 정원은 유지하면서 학급 수를 줄이는 정책을 펴왔기 때문이다. 대구 한 중학교 교장은 "학교폭력 예방을 위해선 교사의 열의만으로는 해결되지 않는다"며 "학생이 줄면 학급수를 줄일 것이 아니라 학급당 학생 수가 20~25명을 유지하는 정책을 펴야한다"고 했다.
대구시교원단체총연합회 신경식 회장은 "학생 수가 자연 감소해도 정부가 학급 수도 함께 줄여 학급당 학생 수가 기대만큼 적어지지 않았다"며 "정부가 학급당 학생 수와 교사 잡무를 줄이는 데 적극적으로 나서 교사가 학생들에게 좀 더 관심을 쏟을 환경을 만들어야 한다"고 했다.
전교조 대구지부 조정아 정책실장은 "자사고, 특목고 등의 기숙사 건립을 비롯한 교육인프라 투자예산을 학급당 학생 수를 줄이는 데 투자해 교사들이 학생들을 제대로 챙길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채정민기자 cwolf@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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