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인 구제금융 '그리스보다 유리한 조건'

입력 2012-06-11 10:47: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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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로존 4위의 경제대국 스페인이 결국 구제금융을 신청하며 급한 불을 끄게 됐다. 2010년 5월 그리스, 11월 아일랜드, 지난해 5월 포르투갈에 이어 유로존 4번째 구제금융 신청이다. 예상보다 빠른 구제금융 신청의 배경에는 스페인이 그리스 문제에 얽혀 공멸하는 것을 막겠다는 유로존 정책 당국의 판단이 있은 것으로 보인다.

스페인 정부는 9일(현지시간) 유럽연합(EU)에 구제금융을 신청했고 EU는 최대 1천억유로(한화 약 146조원)를 스페인 부실 은행에 지원하기로 했다. 다만 정부 차원의 구제금융이 아니라 부실 은행에 지원되는 것이고 혹독한 긴축 조건도 붙지 않았다. 스페인에 앞서 구제금융을 받은 국가들과 달리 우월한 입장에서 돈을 빌리는 셈이다. 그리스, 아일랜드, 포르투갈의 경우 EU'유럽중앙은행(ECB)'IMF에 대대적인 재정 긴축과 기업'금융 부문 개혁을 약속하고 분기별로 이행 사항을 점검받고 있다.

이는 스페인의 경제 규모가 크고 재정 상황이 상대적으로 낫다는 점도 있지만 이미 스페인 정부가 노동시장 개혁, 법정 정부 부채 한도 설정, 연금 축소 등 고강도 긴축 정책을 이행 중이기 때문이다. 구제금융 범위가 은행으로만 특정됐다는 이유도 한몫했다. 무엇보다 지난해 스페인의 재정 적자는 국내총생산(GDP) 대비 3.7%로 그리스(9.7%)나 포르투갈(6.4%)에 비해 양호하다.

스페인이 예상보다 이른 구제금융을 신청한 것은 그리스 재총선(17일)을 앞두고 그리스발 금융위기가 스페인을 거쳐 유로존 전체로 번지는 걸 막기 위한 유로존 정책 당국의 압박 때문이다. 그리스 총선 결과 긴축 정책에 반대하는 좌파 정권이 집권할 경우 그리스의 유로존 탈퇴 시나리오가 현실화될 수 있고 스페인 은행 위기까지 맞물리면 도저히 감당할 수 없다고 판단한 것이다.

결국 스페인이 구제금융을 통해 금융 파국의 불씨를 잠재우며 유로존 위기가 부분 봉합됐지만 문제는 그리스다. 6일 뒤 그리스 총선에 세계의 이목이 집중되는 이유다. 세계의 관심이 집중된 그리스의 운명은 17일 치러지는 재총선 결과에 달려 있다. 재총선에서 구제금융을 지지하는 중도 우파 신민주당이 확실한 과반수 의석을 차지하면 그렉시트(Grexit'그리스의 유로존 퇴출) 논란을 잠재울 수 있다.

김태진기자 jiny@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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