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하게 하루 3천번…뚱보아줌마 '음악줄넘기 강사' 되다

입력 2012-06-11 07:52:48

김후자씨 40kg 감량 인생역전 스토리

'줄넘기만으로 40㎏을 뺐다?'

선뜻 믿기 어려운 일이지만 김후자(38'여) 씨의 실화다. 98㎏의 몸무게를 57㎏까지 빼는 데 걸린 시간은 2년 남짓. 비결은 음악줄넘기. "줄넘기만 하면 금방 싫증이 나지만, 음악을 들으며 율동에 맞춰 줄넘기를 하면 지루함이 없어져요." 이 뚱뚱했던 주부는 음악줄넘기를 시작하면서 새로운 인생과 건강을 찾았고, 줄넘기 강사라는 직업도 얻었다.

◆뚱보녀, 줄넘기를 잡다

출산 후 불어난 몸무게를 감당하지 못했던 그녀는 동네에서 소문난 뚱보녀였다. 160㎝가 되지 않는 키에 100㎏에 육박하는 몸무게. 쉽게 상상할 수 있는 그녀의 둥그스런 몸매는 행인들의 눈요깃거리였고 측은한 시선의 대상이었다. 살을 빼는 데 노력을 게을리하지 않았지만, 효과는 그때뿐이었다.

잠깐 살이 빠졌다가도 며칠만 쉬면 언제 그랬냐는 듯 원 상태로 돌아와 버리는 몸무게에 '팔자'려니 여기며 살던 어느 날, 둘째 아들의 말 한마디가 가슴을 파고들었고, 그녀가 본격적으로 운동하는 계기를 열어줬다.

"지금은 중학교 1학년이 된 둘째 아들이 병설 유치원에 다닐 때였어요. 하루는 '엄마 이제부터는 혼자 갈게'라는 아들의 말에 처음엔 아이에게 독립성이 생겼구나 하며 대견해 했어요. 그런데 나중에 이유를 물어보니 엄마가 뚱뚱해 친구들이 '돼지'라 놀려 부끄러워 그랬다더군요. 펑펑 울었죠. 서럽기도 했고요."

살을 빼야겠다는 결심을 하고 그날부터 굶어보기도 하고 다이어트 식품을 먹어보기도 했다. 과정은 고통스러웠지만, 몇㎏ 뺀 살은 금세 요요현상에 제자리로 돌아오기를 반복했다. 신천둔치를 걷고, 에어로빅 등 운동을 해봤지만 오래가지 못했다. 스트레스가 심해 원형탈모증까지 앓았지만 꾸준히 할 수 있는 운동을 찾기는 쉽지 않았다.

독하게 다짐했던 결심은 사그라지고, 다시 뚱녀의 삶으로 돌아온 그녀. 신천둔치를 걷다 우연히 보게 된 음악줄넘기 강좌 플래카드가 인생을 바꿔놓을 줄은 몰랐다.

◆줄을 넘을 때마다 살이 쏙쏙

2009년 동구생활체육회에서 개설한 음악줄넘기 강좌 수강 첫날. 강사의 시범은 멋있어 보였고, 동작을 따라하기도 어렵지 않았다. 굳이 줄을 뛰어넘지 않아도 됐고, 유행가 리듬에 맞춰 율동을 하다 보니, 재밌기도 했다. 일주일 세 차례 강좌를 한 번도 빠지지 않았고, 집에서는 열심히 복습을 했다.

50명이 넘던 수강생들은 하루가 다르게 줄었고, 2개월을 넘자 혼자만 남게 됐다. 강사의 일대일 강습을 받는 특권을 누리게 된 그녀는 점점 음악줄넘기에 빠져들었다.

"독하게 했어요. 초기에는 집에서 하루에 3천 번 줄을 넘었어요. 몸은 땀으로 젖었고, 살도 몰라보게 빠졌어요. 살을 빼는 마지막 방법이다 여기고 이를 악물고 줄넘기를 했어요."

그렇게 6개월의 시간이 흘렀고, 실력도 몰라보게 늘었다. 여름방학 때부터는 두 아들을 가르쳤고, 그때면 동네 아이들이 우르르 몰려와 함께 줄넘기를 했다. 소질을 발견했고, 음악줄넘기에 진지하게 접근하게 됐다.

줄넘기는 요요현상이 없었다. 몸무게는 57㎏(지금은 62㎏)까지 줄어 외모는 몰라보게 달라졌다. 덩달아 건강도 되찾았다. 감기며 온갖 질병을 몸에 달고 다니던 그녀였지만 살을 빼고부터는 병원에 갈 일이 없어졌다. 성격도 외향적으로 바뀌면서 새로운 용기도 생겼다. 그녀는 지도자 자격증을 따는 데 도전했고, 2년 만에 1급 자격증을 획득했다. 2010년부터는 음악줄넘기 강사로 복지관이며 문화센터로 출근, 직장도 갖게 됐다.

◆인생을 바꾼 음악줄넘기

김 씨는 두 아들(박경규'중3, 창윤'중1)과 대구줄세상에서 시범단으로도 활동하고 있다. 두 아들 역시 자격증을 갖고 있을 만큼 실력을 갖췄다. "둘째 애가 미숙아로 태어나 폐활량이 좋지 못했어요. 그러나 함께 줄넘기를 하고부터는 건강해졌고, 큰애 역시 줄넘기 덕분에 살이 키로 간 것 같아요."

중3인 큰아들은 키 180㎝에 몸무게가 90㎏이다. 아마도 줄넘기를 하지 않았으면 뚱보가 됐을 거란 게 김 씨의 생각이다.

일주일 내내 음악줄넘기 강좌에 나가느라 짬이 없는 틈에 김 씨는 가끔 지난날을 되돌아본다. "살이 찌고 나서는 귀찮아서 하루 대부분을 누워지냈고, 거울과 옷 사이즈를 보고도 별다른 생각을 하지 못했어요. 살을 빼고 나니 동네 어르신이 새사람이 됐다고 말하더군요. 예전엔 뒤뚱거리며 걷는 게 너무 위험해 보였는데 마음에 상처를 줄까 봐 얘기를 못 했다면서요."

줄넘기는 장소와 시간에 크게 구애받지 않으니 꾸준히 몸을 단련할 수 있다고 김 씨는 여러 차례 강조했다. 여기에 신나는 음악이 가미되면 덜 지치며 재미도 느낄 수 있다고 했다. 음악줄넘기의 동작은 100가지가 넘고, 동작 하나하나마다 단련시켜주는 부분이 달라 이만한 전신운동이 없다며 침이 마르게 자랑을 늘어놓았다.

"상체와 비교해 하체가 가늘어 줄넘기가 위험할 거라 여겼는데, 전문적인 지도를 받으면 누구나 무리 없이 줄넘기를 할 수 있어요. 제가 특수아동들도 지도하는데요, 신체적인 약점이 있는 아이들도 신나게 줄넘기를 해요. 최신 유행가도 알게 되니 아이들과도 쉽게 소통할 수 있으니, 이보다 더 좋은 운동이 없는 것 같아요."

최두성기자 dschoi@msnet.co.kr

사진'성일권기자 sungig@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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