같은듯 다른 두 시인…지역출신 서정윤·안도현, 시집 잇따라 출간

입력 2012-06-09 08:00:00

북항/ 안도현 글/문학동네/112쪽/8천원
북항/ 안도현 글/문학동네/112쪽/8천원
아버지 향한 사랑의 헌시/ 노을의 등뼈/서정윤 글/문학수첩/ 142쪽/1만원
아버지 향한 사랑의 헌시/ 노을의 등뼈/서정윤 글/문학수첩/ 142쪽/1만원

지역 출신인 안도현, 서정윤 시인이 잇따라 시집을 냈다. 두 시인 모두 최근 신작 시집을 낸 도광의(73) 시인의 고교시절 문학 동아리 제자라는 점도 이채롭다.

'북항'(문학동네)은 등단 28년을 맞는 안도현(51'우석대 문예창작과 교수) 시인의 10번째 시집이다. 전작 '간절하게 참 철없이' 이후 4년 만에 낸 신작이다. 안도현은 "이명박 정부가 들어선 이후 1년간 시를 한 편도 쓰지 못했다"고 했다. "시대를 거꾸로 가는 현실을 바라보면서 어떤 미적 형식으로 표현할 수 있을까에 대한 고민이 깊었어요." 그가 선택한 형식은 고어체다. 옛날 문인들이 쓴 글을 읽으며 그들의 문체로 현실을 질타하는 방식을 택했다는 것이다.

작품들은 모호하고 불투명한 시어로 채워져 있다. 지난해 문인들이 '최고의 시'로 꼽은 '일기'도 그렇다. '오전에 깡마른 국화꽃 웃자란 눈썹을 가위로 잘랐다/ 오후에는 지난여름 마루 끝에 다녀간 사슴벌레에게 엽서를 써서 보내고/ 고장 난 감나무를 고쳐주러 온 의원에게 감나무 그늘의 수리도 부탁하였다/ 추녀 끝으로 줄지어 스며드는 기러기 일흔세 마리까지 세다가 그만두었다/ 저녁이 부엌으로 사무치게 왔으나 불빛 죽이고 두어 가지 찬으로 밥을 먹었다// 그렇다고 해도 이것 말고 무엇이 더 중요하다는 말인가.' 안도현은 "내 시가 편하고 쉽다는 평가를 받는 데 대한 거부감이 있었다"고 했다. "저는 시를 정말 힘들고 어렵게 많이 고치면서 쓰거든요. 그런데 독자들은 '시'라는 존재 자체마저 쉽고 편하게 보더군요."

그는 자신의 시론(詩論)도 시의 형식으로 표현했다. 시 '국화꽃 그늘과 쥐수염붓'에서 '국화꽃 그늘'은 쓸어 모을 수 없고, '쥐수염붓'도 찾기 힘들다. 하지만 시인은 '남들이 보지 못하는 것을 보는 사람' 혹은 '있을 수 없는 일을 있게 만드는 사람'이어야 한다. 그는 "한번 읽어서 가슴으로 오는 시도 있지만 몇 번 읽어야 오는 시도 있다"며 "불투명한 시의 아름다움을 느낄 수 있도록 천천히 읽어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시문학상 최고의 베스트셀러 '홀로서기'로 유명한 서정윤(56'영신중 교사) 시인은 신작 '노을의 등뼈'(문학수첩)를 출간했다. 9번째 시집이다. "'홀로서기' 이후에 시를 너무 머리로 쓰려 했던 것이 아닐까, 가슴으로 쓰지 못했다는 반성이 있었어요. 다시 출발점으로 돌아가는 걸 선택한 거죠." 시의 형식도 '신서정'이라는 새로운 서정적 방법을 추구했다. 신서정은 저항적 자세와 세밀한 묘사가 특징이다.

시집은 세상을 떠난 아버지와 가족을 향한 사랑의 헌사로 가득 차 있다. '부전나비 날개 접은 우물가 그리움/ 맘속 낱말들이 은하수로 뿌려지고/ 다음 계절 첫 들물을 가슴으로 읽으며/ 서쪽에서 나를 기다리는/ 하늘나라 아버지.'('노을의 등뼈' 중에서)'

시인의 아버지는 '생전에 집 한 채 가져볼 꿈으로 열 번 넘게 이사를 하고는 아내에게 미안해하던 가난한 아버지였고, 고단한 일을 업고 다니던 기능직 가장'이었다. 그는 가난과 고생스러움으로 얼룩졌던 아버지의 삶을 돌아보며 아버지가 남긴 잔상을 시어로 그려냈다. "시를 쓰면서 굉장히 고통스러웠어요. 돌아가신 아버지에 대한 기억과 젊은 시절을 끄집어내는 과정이 아프고 힘들었거든요." 그는 "독자들이 아버지의 진정성을 알아줬으면 좋겠다"고 했다. "시를 읽으며 아버지를 그저 거기 있는 사람이 아니라 자식들을 위해 희생하고 고통받는 존재로 받아들였으면 해요."

장성현기자 jacksoul@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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