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상백일장] 6월이오면/내친구명옥이/그리움/남도의홀동백

입력 2012-06-08 07:42:31

♥수필1-6월이 오면

지난해 8월, 심장이 안 좋아 약을 드셨던 어머님이 주무시다가 심장마비로 갑자기 세상을 떠나셨다. 평소 운동도 열심히 하시고 해롭다는 건 딱 끊고 관리를 철저히 하셨기 때문에 이렇게 갑자기 돌아가실 줄은 상상조차 못했다. 너무 놀라서 가슴이 먹먹했다. 아버님 곁인 영천호국원에 모셨는데 그렇게 몇 날 며칠 통곡하시던 이모님 두 분이 삼우제를 지내고 산소에 가셔서 "언니야, 여기오니까 눈물이 안 난다"하셨다. 평소 어머님은 꽃을 아주 좋아하셨는데 사방천지가 꽃이고 나무로 둘러싸여 있는데다, 늘 숨이 차서 가슴이 답답하다 하셨다는데 맨 앞줄 정중앙이라 전망이 확 트여 가장 좋은 자리였기 때문이다.

한국전쟁 당시 5년간 군에 계시면서 화랑무공훈장 4개를 받으셨던 아버님. 우리 가족은 6월이 오면 아버님 생각이 더 간절하다. 또한 이번 주 일요일은 어머님이 돌아가시고 첫 생신이라 평소 좋아하셨던 음식을 장만해 아버님 어머님 산소에 꼭 다녀와야겠다. 아버님 어머님이 가장 보고 싶어할 든든한 손주들을 데리고 말이다.

김진란(대구 북구 산격동)

♥수필2-내 친구 명옥이

상추며, 깻잎이며 갖가지 자잘한 채소들을 한 바구니 담은 사진에 '제목: 수확'이라고 적힌 사진 한 장이 휴대폰으로 전송되어 왔다. 친구 명옥이가 보낸 사진이다.

명옥이는 초등학교 동창 친구인데 우리 옆집에 살았고, 학창시절 내내 둘이 붙어다녔었다. 다른 친구들은 서울로 부산으로 거제도까지 시집을 가서 살지만 명옥이와 나는 결혼을 해서도 같은 경산에 살고 있다.

그렇지만 가까이 살고 있는데도 내가 직장을 다니고 있고, 친구는 올해 고3 아들이 있어서 요즘 통 만나지 못하고 있다. 예전엔 전화로 몇 시간씩 수다를 떨곤 했는데 요즘은 서로 바빠 전화조차 뜸하다. 그렇다고 둘이 멀어진 것은 아니다. 여전히 세상에 둘도 없는 친구다.

아파트에 살다가 올봄에 마당이 있는 전원주택으로 이사를 한 친구는 봄 내내 텃밭을 일구느라 분주하더니 마침내 수확을 했나 보다. 몇 년 동안 전업주부로 살다 직장에 첫발을 내디딘 나는 직장생활이 마냥 힘들기만 하였다. 공휴일도 없이 출근해야 하는 소규모 회사이기 때문에 아이들이 학교에 가지 않는 공휴일이나 토요일이 은근히 걱정거리였다. 초등학생 아이들을 집에 남겨 두고 출근을 하면 종일 아이들 걱정에 안절부절못했다. 그런 어느 날 친구는 나의 불안을 어떻게 눈치 챘는지 간식거리들을 잔뜩 사다 우리 집에 들러 아이들을 챙겨주고 가기도 해 나를 울게 한 적이 있다.

문득 세상에서 최고로 예쁘게 살아가는 친구가 바로 명옥이라는 생각이 든다. 결혼하자마자 17년 동안 시아버지를 지극정성으로 모시고 사는 친구는 동기간에 우애도 상당하다. 그러니 아이들이 저절로 엄친아, 엄친딸인가 보다. 오늘따라 명옥이가 내 친구라서 참 좋다.

장분남(경산시 진량읍 부기리)

♥시1-그리움

객창에 홀로 누워 잠 못 이룬 이 한밤

가만히 오는 비가 낙수져서 소리나니

두고 온 임 생각이 귀 더욱 간절하다

흘러간 옛일들이 열두 자락 쌓이는 밤

비 듣는 소리 따라 옛 사랑이 그리운데

떠나신 임 생각이 긔 더욱 애절하다

도닥도닥 듣는 소리 임이 오는 소리인가

살며시 일어나 문을 열고 내다보니

임은 아니 오고 그리움만 더하구나

솔바람 일어나니 비구름 사라지고

그 사이 새벽 별이 나를 보며 손짓하네

어느덧 내 마음은 별을 따라 임께 가네

박효준(대구 달서구 송현2동)

♥시2-남도의 홑동백

남도의 홑동백은

세월의 인질, 그리움의 심장이 터져

붉은 꽃.

절절한 그리움이

긴긴 기다림에 묶여 야위어가다

차가운 겨울을 껴안으며 터뜨린 마지막 불꽃.

그리움은

갑이 될 수 없는 영원한 을, 여인의 가슴

외로움을 만나 붉게 터졌다.

아득하게 꿈길을 여는 님처럼

부드러운 손길의 햇살이 모진 바람을 어르며 와

노란색 꽃술을 열면

목마른 그리움은 더욱 붉게 탄다.

언제나 바다만 바라보다

속절없이 몸을 던진 여인의 넋인 양

그 붉은 꽃 떨어질 땐

애오라지 온몸으로,

뚝.

여환탁(영천시 교촌동)

지난주 선정되신 분은 박윤효(대구 남구 대명3동)님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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