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사랑 산사람] 서해 삽시도

입력 2012-06-07 14:04:34

태고신비 가득한 '은둔의 섬'서 즐기는 송림 트레킹

'화살에 꽂힌 섬?' 섬 지형이 화살이 꽂힌 활(弓)의 모양과 같다는 삽시도는 충남에서 세 번째 큰 섬이다. 대천항에서 하루에 세 번 운행되는 여객선으로 약 1시간 거리다. 해안선을 따라 울창한 송림이 둘러쳐져 있고 수려한 풍경의 기암괴석이 섬을 장식했다.

태고의 신비를 간직한 물망터와 면삽지가 등산객을 맞이하고 순백의 백사장과 청정해역 물빛이 뭍의 연인들을 유혹한다. 거멀너머, 진너머에 물빛 좋은 백사장과 남쪽 끝머리 밤섬 해수욕장은 연중 피서객들을 불러들인다. 얼마 전 섬 해안선을 따라 둘레길이 만들어졌다. '명품 섬 베스트10 사업'의 일환으로 거멀너머 해수욕장에서 밤섬 해수욕장까지 2㎞ 구간에 탐방로와 데크 계단, 쉼터(4개소)를 조성한 것이다. 백사장, 송림, 다도해가 풀샷으로 펼쳐진 서해 삽시도로 떠나보자.

◆대천항서 여객선으로 1시간 거리=오전 7시 30분에 출발하는 첫 배를 타고 삽시도로 향한다. 밤섬 선착장까지 약 1시간이 소요된다. 8시 10분에 하선해 둘레길을 찾아 나선다. 도로를 따라 200여m를 가니 갈림길이다. 왼쪽으로 방향을 잡아 야산을 끼고 펜션을 통과한다. 산모퉁이에 앙증스런 둥글레꽃이 다소곳이 정렬해 뭍에서 온 길손을 반긴다.

이내 섬은 조망을 펼쳐 보인다. 옅은 해무 사이로 드넓은 밤섬 해수욕장이 파스텔 톤으로 펼쳐진다. 수평선 너머로 주변의 섬들이 점점이 아름답다. 물이 빠진 해안에는 관광객들이 군데군데 무리 지어 있고 백사장에는 조개껍데기가 해변을 수놓았다. 가까이서 보니 주민들이 구멍에 소금을 집어넣고 삽으로 파헤치며 개불을 잡고 있었다. 양동이에 조개를 한가득 잡은 사람도 있다. 처음 보는 광경에 일행은 즐거워한다. 우리가 입맛 다시는 표정을 읽었는지 마음씨 좋은 아저씨는 애써 잡은 노획물을 한 움큼 집어준다. 건네주는 개불을 즉석에서 썰어 먹는데 그 맛이 기막히다.

해안선을 따라 울창한 솔숲 행렬이 끝없이 이어진다. 숲 끝 지점에 '금송사'라는 절이 있다. 절 앞 돌탑 옆으로 산자락으로 접어드는 산책로가 보인다. 산허리를 타고 능선에 오르니 갈림길이다. 직진하면 황금곰솔로 가는 길이고, 오른쪽 넓은 길은 물망터와 둘레길로 이어진다. 황금곰솔 가는 길은 밀림 속을 헤쳐나가는 기분이다. 이곳이 서해의 조그마한 섬, 그것도 해발 114m에 불과한 산자락인지 의심이 갈 정도. 숲 경치를 만끽하며 10분 정도 부지런히 걷다 보니 다시 바다와 백사장이 나온다. 눈앞에 황금곰솔 한 그루가 보인다. 수령 42년에 높이가 8m. 폭은 동서 8.5m, 남북 7.5m라고 쓰여 있다. 나뭇잎 색이 황금색이어서 '황금소나무'로 불리는데 이는 엽록소가 없거나 적어서 생기는 특이한 현상으로 소나무의 변종이다. 세계적으로 희귀해 학술 자료로 활용되고 있다. 갑자기 등산로가 희미해졌다. 애써 내려온 길을 되돌아 갈 수는 없고 바다를 끼고 형성된 갯바위지대를 개척하기로 했다. 아직 사람의 발길이 많이 닿지 않은 탓인지 바위 틈에 소라와 굴, 고동과 바지락 등이 다닥다닥 붙어 있다. 바위 틈새로 비암목(뱀의 목)을 통과하니 수리바위다. 입석처럼 거대한 바위는 각도에 따라 그 모양이 다르게 다가온다고 한다.

드디어 물망터. 바닷물이 빠지면 갯바위 사이에서 신비의 민물 약수가 나온다는 곳이다. 피부병에 좋다는 소문이 있어 발길이 이어진다. 그 위치를 잘 찾지 못해 되돌아가는 사람들을 위해 누군가 찾기 좋게 위치를 표시해 놓았다.

◆둘레길 코스엔 야생화'산나물 지천=이제 해변 길을 버리고 둘레길로 접어든다. 비스듬한 산길을 10여 분 오르니 갈림길이다. 바다를 끼고 올라서니 전망대가 나온다. 다시 한 번 조망이 터진다. 관광객들이 주변 섬을 배경으로 카메라 셔터를 눌러댄다. 산비탈에는 나무들이 모두 바다를 향해 비스듬히 누웠다. 마치 맑은 물에 제 모습을 비춰보려는 듯. 산에는 야생화와 온갖 나물이 지천이다. 고사리, 취나물, 음나무, 더덕 향이 산행 내내 코를 자극한다. 긴 나뭇가지 끝에서는 소쩍새 울음소리가 짧게 공명(共鳴)한다. 서둘러 가는 봄을 잡으려는 듯.

두 번째 전망대를 통과한다. 면삽지로 내려가는 길이 나온다. 섬 속의 또 다른 섬, 물이 빠질 때만 건너갈 수 있는 태고의 신비를 간직한 해안 동굴이 있는 곳이다.

시원한 해풍과 자연에 취하다 보니 어느새 또 하나의 넓은 모래사장이 나타난다. 진너머 해수욕장이다. 주변 펜션에는 야영하는 젊은이들이 많다. 우리 일행도 아름드리 솔숲에서 배낭을 풀고 점심을 먹는다.

다시 나선 길, 눈앞에 두 갈래 길이 펼쳐졌다. 선택의 기로다. 진너머 해수욕장을 넘어 거멀너머 해수욕장을 통과해 윗마을 선착장으로 갈 것인지, 임도를 걸어 선착장으로 갈 것인지. 이제까지 해변을 즐겼으니 임도~선착장 코스를 타기로 했다. 임도 주변에 아름다운 펜션을 감상하며 조용히 걷는다. 30여 분을 걸어가니 선착장이다.

오후 1시 45분 선착장으로 배가 미끄러져 들어온다. 들어올 때와는 달리 사람들이 무척 붐빈다. 갈 때는 주변 섬을 다 들르며 가는 탓에 대천항까지 2시간이 넘게 걸린다. 제주도의 올레길에도 뒤지지 않는다는 삽시도 둘레길. 구 도로와 연계하면 2, 3시간 이상 소요돼 트레킹 코스로 적합하다. 자연을 느끼면서 여유롭게 등산하는 트레커들에게는 최적의 코스다.

◆조수 간만의 차'선착장 정보 등 미리 체크를=신설 코스인 탓에 아직은 안내 정보가 빈약하다. 지도와 개념도 조차도 마련되어 있지 않다. 시청에 문의해도 인터넷의 각종 블로그나 카페를 검색해도 마찬가지다.

삽시도를 제대로 즐기려면 우선 출발에 앞서 물때(조수 간만의 차)와 도착하는 선착장(밤섬, 윗마을)의 정보를 알아야 한다.

바닷물이 많이 빠진 퇴조(退潮)땐 붕구뎅이산으로 오르지 말고 해안의 갯바위를 넘어 황금곰솔까지 걷는 게 좋다. 황금곰솔 왼쪽으로 붕구뎅이산을 오르고, 갈림길에서 왼쪽 물망터로 향하면 무난하다. 물망터를 돌아 나와 둘레길을 따라 면삽지, 진너머 해수욕장, 거멀너머 해수욕장을 차례로 돌아보면 멋진 코스가 된다. 충남에서 가장 큰 섬 외연도는 TV 프로그램 '1박2일'에 소개되면서 '전국구'가 되었지만, 삽시도는 아직 '지역구'에 머무르고 있다. 덕분에 자연이 그대로 살아있는 섬으로 남아 있다. 연인이나 가족들의 휴양지로도 으뜸이다. 입출항 기점인 대천항은 서해 최고의 수산물시장이 형성되어 있다. 대구에서 대천까지 약 3시간 40분 정도가 소요된다.

글'사진 양숙이(수필가) yanggibi60@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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