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험료도 부담 가입 기피, 일부 작목 가입률 7%대…우박·태풍 등 피해
최근 돌풍이나 국지성 우박 같은 자연재해로 농작물 피해가 잇따라 발생한 가운데 농작물재해보험에 가입하지 않은 농민들의 시름이 깊어지고 있다. 인식 부족, 보험료 부담 등으로 인해 재해보험에 가입하지 않은 농가들은 피해를 보상받을 수 있는 길이 없기 때문이다.
청도군에서 복숭아 농사를 짓는 윤상권(59) 씨는 지난달 내린 우박으로 만신창이가 된 과수원을 둘러보면 억장이 무너진다. 과수원(1만㎡)의 복숭아나무 가운데 90% 이상이 열매가 헐거나 잎이 찢어졌다. 일부 나무는 껍질까지 벗겨져 내년 농사까지 장담할 수 없는 처지에 놓였다. 윤 씨는 "일하기 바빠 재해보험에 들지 못했다. 내년에 농사를 지으려면 다시 대출을 받아야 해 눈앞이 깜깜하다"고 했다.
최한기(79'김천시 응명동) 씨는 우박 때문에 자두 열매가 모두 긁히고 잎이 새까맣게 말라 아예 수확을 포기했다. 최 씨는 "그동안 별다른 피해가 없었고 농사짓는 양도 많지 않았기 때문에 재해보험에 들지 않았다"고 말했다.
경북지역은 사과(94.5%)와 배(61.8%)를 제외하고는 재해보험 가입률이 절반에도 못 미치는 수준이다.
경북도에 따르면 2011년 농작물재해보험 가입률은 면적기준으로 단감 41.4%, 복숭아 24.1%, 포도 12.3%, 떫은감 7.4%에 그쳤다. 복숭아의 경우 재해보험 가입면적(621㏊)에 육박하는 면적(515㏊)이 지난달 우박 피해를 입었다. 자두는 재해보험 가입면적은 621㏊인데, 5월 한 달 동안에만 568㏊가 피해를 입었다.
경북도는 사과, 배, 복숭아, 포도, 단감, 떫은감 등 주요 6개 농작물에 대해서만 재해보험 가입률을 산정하고, 자두, 양파, 고추, 마늘, 대추 등 작물에 대해서는 재해보험 가입 면적만 파악하고 가입률은 산정하지 않았기 때문에 농업인 및 법인의 재해보험 대상 면적을 파악하지 못해 가입률 산출이 어려운 형편이다.
특히 농작물재해보험 가입 대상작목으로 지정됐으나 지역 농협의 홍보 부족으로 가입 시기를 놓친 경우도 많아 농민들이 직접 피해보상을 요구하기도 했다.
청도 풍각, 각남 주민 50여 명으로 구성된 '양파 우박 피해농가 대책위원회'는 4일 산서농협을 상대로 ▷관할 구역에 대한 양파 재해보험 실시 홍보 미비 ▷일부 농민의 가입문의에 대한 업무태만 등에 대한 내용증명을 보냈다고 밝혔다. 대책위에 따르면 지난해 10월 농협중앙회가 재해보험을 취급하는 지역농협에 양파, 자두 작물이 주산지 시범사업에서 본 사업으로 전국으로 확대하며, 농가 홍보'안내장 발송 등을 준비하라는 공문을 발송했다는 것. 그러나 해당 농협이 적절한 조치를 취하지 않아 타 지역과 달리 재해보험금을 한 명도 받지 못하게 됐다고 주장했다.
대책위 김동견 위원장은 "지난해 양파 파종기에 홍보를 하고 가입 시기를 놓치지 않았다면 이번 우박 피해에 큰 도움이 됐을 것"이라며 "조합원이 필요로 하는 정보를 제공하고 도움을 줘야 하는 지역농협이 의무를 다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산서농협은 "충분한 사전홍보와 예고를 하지 못한 점은 있으나, 양파 재해보험 가입 여부에 대한 문의는 없었다"고 해명했다.
청도'노진규기자
서광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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