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누리 내홍불씨 또는 흥행 변수

입력 2012-06-04 09:42:22

완전국민경선제 도입 촉구, 비박 3인측 공동 기자회견

새누리당의 친박과 비박 진영 간의 본격적인 대선후보 경선 룰 전쟁이 시작됐다.

당 안팎에서는 오픈프라이머리(완전국민경선제) 도입 문제를 놓고 격돌이 벌어진 데 이어 3일에는 대선후보 경선 룰 협상을 위한 경선준비위원회 구성 여부를 두고 양측이 힘겨루기에 나서는 등 친박과 비박 간 내분이 갈수록 커지는 양상이다. 하지만 일부에서는 이 같은 다툼이 흥행에 도움이 돼 새누리당의 정권 재창출에 힘을 실어줄 것이란 의견도 있다.

새누리당의 김문수 경기도지사, 정몽준 전 대표, 이재오 의원 등 비박계 대선후보 측은 3일 "대선 경선 룰 협상기구를 조속히 설치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이들을 각각 대변하는 신지호'안효대'권택기 등 전'현직 의원 3명은 이날 여의도 당사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지금 이대로 가면 정권 재창출이 어렵다는데 인식을 같이한다. 당내 민주주의 활성화와 조속한 경선 일정 가시화를 위한 '경선준비위원회'의 구성을 촉구한다"면서 "(당대표 경선에서 흥행몰이를 하고 있는) 민주통합당이 생물(生物)이라면 지금의 새누리당은 화석(化石)이다. 경선 룰과 시기'방식'후보 검증문제 등을 논의할 경선준비위 구성이 시급하다"고 요구했다.

이들은 또 "새누리당은 총선 이후 특정인 중심으로 급속히 재편됐다. 민주주의의 최소 요건인 '견제와 균형'의 원칙은 실종된 채, 활력 잃은 '1인 사당(私黨)'으로 전락했다는 냉소와 비판 여론이 따갑다"고 했다. 이어 "이대로 총선 승리의 달콤함에 취하고 허망한 대세론에 안주해 국민에게 전혀 감흥을 주지 못하는 체육관 경선을 치른다면, 새누리당은 결국 정권 재창출에 실패하고 역사의 죄인이 되고 말 것"이라고 지적했다.

하지만 친박 진영의 반응을 싸늘하다. 친박 측 한 관계자는 "2007년에 만들어진 룰이 이미 있는 만큼 그런 기구를 또다시 만들면 불필요한 갈등만 일으킬 것"이라고 반대 입장을 분명히 했다. 다른 친박계 인사는 "2007년 룰 협상이 필요했던 것은 2006년 당내 혁신위가 경선 룰의 큰 얼개만 만들어둔 상태였기 때문이다. 룰이 당헌당규에 구체적으로 규정돼 있는 지금과는 사정이 다르다"며 "지금 새로 룰 협상을 시작한다면 결론을 내리기도 어렵고 결국 경선이 파탄 날 가능성도 있다"고 우려했다.

이와 관련 친박계가 다수를 차지하고 있는 당내 최고위원회의에서 최근 비공식 협의를 통해 '경선을 실무적으로 관리할 경선관리위만 빨리 꾸리되, 룰 결정은 최고위에서 하자'고 잠정 결정한 것으로 알려져 향후 비박 주자들의 강한 반발이 이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당 지도부도 부정적인 입장이다. 당 핵심 관계자는 "대선 경선 룰 개정은 최고위 의결사항인데 굳이 '경선관리위'를 둘 이유가 있느냐"고 했고, 황우여 대표는 최근 "경선준비위는 당헌에도 없는 기구"라며 반대 입장을 밝혔다.

이에 대해 새누리당 한 관계자는 "비박 진영의 오픈프라이머리 도입에 이은 경선준비위 구성 주장은 지금 이대로 가면 박근혜 전 대표를 이길 수 있는 방법이 없다는 판단에 따른 네거티브 전략으로 보일 수 있다"며 "하지만 다른 측면에서 본다면 대선 경선 흥행을 위해 이들의 '박 전 대표 발목 잡기'가 필요하다는 것도 당 내부의 의견"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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