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영화] EBS 세계의 명화 '아리조나 유괴사건' 2일 오후 11시

입력 2012-06-02 07:12:33

상습적으로 편의점을 털어서 수차례 교도소를 들락거린 전과범 하이. 하이는 교도소에서 만난 경찰 에드와 사랑에 빠진다. 하이는 에드와 결혼하고 새출발하기로 결심하고 착실하게 직장을 잡고 신혼의 단꿈에 빠진다. 하지만 아이 갖기를 갈망하던 에드가 불임이라는 사실을 안 후 두 사람의 행복은 산산조각난다. 절망해서 경찰직을 사직까지한 에드는 어느 날 TV에서 다섯 쌍둥이를 낳은 아리조나라는 부부의 뉴스를 접한다. '감당하기 벅찰 정도'라고 인터뷰한 아이 아빠의 말에 에드와 하이는 아기 한 명을 납치해 오기로 작정한다. 우여곡절 끝에 납치에는 겨우 성공했지만, 때맞춰 교도소에서 탈옥해 찾아온 교도소 동료 게일과 에블 때문에 하이와 에드 사이에 금이 가기 시작한다. 설상가상으로 하이가 가정에 대한 책임감을 견디지 못하고 다시 편의점 강도질에 손을 대면서 둘의 관계는 나락으로 떨어진다. 그러던 중 게일과 에블이 하이의 아이가 실은 납치된 아기이며 보상금이 2만5천달러나 걸려 있다는 사실을 우연히 알게 된다. 이들은 은행을 털기 위해 하이의 집을 떠나면서 아기까지 납치해 달아난다. 아기를 되찾기 위해 탈옥수들을 쫓는 하이 부부와 또 그 뒤를 쫓는 범죄자 사냥꾼 스몰스 간의 싸움을 끝으로 이 유쾌하면서도 기이한 아기 납치 사건은 대단원의 막을 내린다.

코엔 형제의 영화들은 마냥 선하지는 않지만 그렇다고 인간미가 결여되지도 않은 인간들의 이야기를 다룬다. 그래서 대부분이 냉철하고 교묘하지 못하고 엉성하기 짝이 없는 범죄를 위주로 한 사건 중심의 영화이고, 등장인물들 역시 다수가 남부 사투리를 걸쭉하게 쓰면서 약간 모자란 대화를 나눈다. 이 영화 역시 마찬가지.

영화는 처음부터 끝까지 현실과 비현실의 경계를 교묘하게 오간다. 주기적으로 등장인물들이 선보이는 과한 리액션과 이따금 튀어나오는 만화 같은 설정, 하이의 꿈 등이 비현실적이지만, 바로 이런 요소들이 자칫 무거울 수도 있는 범죄 스토리를 유쾌하고 속도감 있게 만들어준다. 등장인물은 주인공이고 엑스트라고 할 것 없이 각기 개성이 뚜렷하며, 인물의 성격을 잘 살려주는 위트 넘치는 대사가 일품이다. 특히 주인공 니콜라스 케이지의 연기는 주목할 만하다. 약간 얼빠진 것 같으면서도 주어진 상황에 대한 나름대로 고뇌를 가진 하이 역을 잘 표현한다. 여기에 하이보다는 더 현실적이고 똑 떨어지는 부인 에드 역의 홀리 헌터가 맛깔 나는 연기로 멋지게 호흡을 맞춘다. 러닝타임 94분.

최세정기자 beacon@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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