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북 학교 절반 폐교 처지…학교 적정안 입법예고

입력 2012-05-31 11:15:41

'초·중 6학급, 학생 120명'…道지역 학교 90%가 대상, "현

경북 칠곡에 있는 가산초교는 학년당 1학급씩 6개 학급에 전교생이 44명인 작은 학교다. 폐교 위기에 몰렸지만 올해 경북도교육청의 '작은학교 가꾸기 사업' 대상으로 선정돼 활기를 되찾고 있다. 같은 사업으로 2010년 전교생 58명에서 올해 76명으로 학생이 증가한 이웃 왜관읍 낙산초교의 성공사례가 가산초교의 모델이다.

낙산초교는 2천400여만원을 지원받아 급식비와 방과후학교 강좌비를 무료로 하고 자녀 돌봄 교실을 운영, 학생들이 돌아오는 학교로 변모했다.

이런 가산초교에게 최근 교육과학기술부가 내놓은 초중등교육법 시행령 개정안은 날벼락과 다름없다. 개정안대로 학급당 최소 학생 수 20명씩, 6개 학급을 만들려면 전교생이 120명은 돼야 하지만 현실의 벽은 너무 높다.

가산초교 관계자는 "방과후프로그램으로 중국어, 일본어, 한자 교육을 하고 학교 텃밭을 이용해 주말 가족농장을 운영하는 등 학생들이 찾아오는 농촌 학교를 만들기 위해 애쓰고 있는데 이 같은 개정안이 나와 당황스럽다. 농촌의 현실을 전혀 고려하지 않았다"고 불만을 터뜨렸다.

교과부가 최근 적정 규모 학교 기준을 정한 초중등교육법 시행령 개정안을 입법예고, 경북에서 폐교될 학교가 속출할 것으로 보임에 따라 이 개정안에 반대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교과부의 개정안은 적정 학교 규모를 초'중학교 경우 6학급, 고교는 9학급으로 정하되 한 학급 학생 수는 20명 이상으로 한다고 규정했다. 학급 수를 기준으로 할 때 경북 1천19개 학교(분교 포함) 가운데 53.6%인 546개교가 폐교 대상이 되는 셈이다.

특히 면 지역 경우 475개교 중 90.5%인 430개교가 문을 닫아야할 처지다. 경북도교육청이 내건 '1면(面) 1교(校)' 원칙이 지켜지는 것은 고사하고 면 지역 대부분에서 학교가 사라질 위기에 놓인 것이다.

이에 따라 전교조와 참교육학부모회 경북지부 등 9개 단체가 모인 경북교육연대와 경북도교육청은 개정안 철회를 강력히 요구하고 있다.

경북교육연대는 30일 도교육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일방적 기준으로 통폐합을 유도하는 것은 농산어촌에서의 교육을 포기하겠다는 것으로 개정안이 시행될 경우 경북의 학교 절반이 사라지게 된다"고 우려했다.

'작은학교 가꾸기 사업'을 통해 소규모 학교 살리기 정책을 펴고 있는 경북도교육청도 교과부 개정안에 대해 반대하고 있다. 도교육청은 이번 개정안이 불합리하다는 의견을 담은 공문을 25일 교과부에 발송한 데 이어 경북교육연대가 밝힌 의견도 정리해 교과부에 전할 예정이다.

도교육청 관계자는 "교육청의 농촌의 학교통폐합은 교직원 수가 학생 수와 비슷하거나 많은 경우 등 일부만 대상으로 하고 발전 가능성이 있는 학교는 최대한 살린다는 점에서 교과부의 개정안과는 차원이 다르다"며 "사실상 면 지역의 학교 운영을 포기하라는 입법 예고안을 그대로 밀어붙인다면 후폭풍이 심할 것"이라고 밝혔다. 채정민기자 cwolf@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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