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키다리 아저씨'가 안겨준 수학여행 선물

입력 2012-05-30 07:46:09

안동서 환경업체 운영 기업인, 장애인 학생들 여행 경비 후원

장애인들의 키다리 아저씨 이재업 안동상공회의소 회장이 자신의 집무실에서 수학여행을 다녀온 학생들이 보내온 사진과 기념 티셔츠를 들어 보이며 활짝 웃고 있다. 엄재진기자
장애인들의 키다리 아저씨 이재업 안동상공회의소 회장이 자신의 집무실에서 수학여행을 다녀온 학생들이 보내온 사진과 기념 티셔츠를 들어 보이며 활짝 웃고 있다. 엄재진기자

안동과 의성지역에서 환경업체를 운영하고 있는 한 기업인과 부모가 없거나 경제적 어려움으로 누군가의 도움 없이는 집 밖을 나설 수 없었던 장애인 특수학교 학생들의 '아름다운 수학여행 동행'이 잔잔한 감동을 일으키고 있다.

이재업(59'사진) 동성환경산업 대표는 지적장애인을 위한 특수학교인 안동영명학교 도촌분교 학생들의 수학여행에 필요한 경비를 올 해도 어김없이 지원해 학생과 교사 등 32명이 지난달 24일부터 이틀간 대구 이월드와 경주일대 문화유적지를 다녀오도록 했다.

이 학교 학생들은 지적장애를 안고 있으면서 대부분 30~60대의 나이로 부모가 없거나 가난해 누군가의 도움 없이는 학교 밖을 벗어나지 못한다. 이 때문에 이 대표의 후원은 더없이 큰 의미가 되고 있다.

'가난한 장애인 학생들의 산타 할아버지', '장애인 학생들의 키다리 아저씨'로 알려진 이 회장의 집무실에는 수학여행을 다녀온 장애인 학생들이 고마움의 표시로 여행에서 찍은 사진과 감사의 글을 담은 액자, 교사들의 감사하는 마음을 담은 화분이 가득하다.

학생들과 이 대표의 인연은 지난 2009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영명학교 도촌분교 배연일(대구한의대대학원 노인의료복지학과 객원교수) 분교장이 학생들에게 해외여행 기회를 주기 위해 전국의 기업과 단체 100여 곳에 사연을 보내 후원자를 찾았지만 실패했다. 학생들의 해외여행을 포기하기 직전, 우연히 만난 중학교 동기생이었던 이 대표가 사연을 전해 듣고 그 자리에서 후원을 약속, 2천400만원을 선뜻 내놓았다.

이 대표는 2010년에는 일본의 하우스텐보스와 아소활화산, 그리고 2011년에는 에버랜드와 남이섬 수학여행을 후원해 학생들에게 새로운 희망과 함께 가슴 벅찬 행복을 안겨 주었으며, 올 해는 또 다시 3천200여만원의 수학여행 경비를 지원했다. 이 대표는 "당시 100여 곳의 기업과 단체에서 한 곳도 후원자로 나서지 않았다는 말을 듣고 기업인으로서 부끄러웠다. 내가 가진 것을 나보다 덜 가진 사람들과 조금 나눴을 뿐이다"고 했다.

지난 3월 안동상공회의소 회장에 당선된 이 대표는 지난해 '대한민국의 꿈을 가꾸는 사람들'에 선정, 청와대로 초청되기도 했다. 부인과 함께 안동지역 초등학생 5명에게 급식비 지원, 장애인후원회 활동, 무료급식소 쌀 지원, 결손가정돕기, 도시락배달 봉사 등을 남모르게 해오고 있다.

안동'엄재진기자 2000jin@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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