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자·고구마값 작년 2배…"찜닭 시켰더니 감자는 없고 당근뿐이네"

입력 2012-05-29 10:24:14

이상 저온과 잦은 비, 쌀보다 훨씬 비싸져

'감자 없는 찜닭, 고구마 튀김 없는 튀김 가게'.

며칠 전 정수환(45) 씨는 배달 주문한 찜닭을 받아들고는 황당했다. 평소 감자와 고구마가 잔뜩 들어 있던 단골 가게의 찜닭에 당근만 가득했던 것. 정 씨가 가게에 전화를 걸어 자초지종을 물었더니 감자와 고구마 가격이 너무 올라 대신 당근을 넣었다는 답을 들었다. 정 씨는 "아내에게 물어봤더니 감자 가격이 많이 올랐다고 하더라"며 "이튿날 튀김가게에 갔다가 고구마 튀김을 일시적으로 팔지 않는다는 얘기도 들었다"고 말했다.

감자와 고구마 가격이 천정부지로 오르고 있다. 고구마는 쌀보다 3배, 감자도 2배 이상의 가격을 기록하며 구황(救荒)작물이라는 이름이 무색해졌다.

25일 대구농수산물도매시장에서 거래된 고구마(상품) 10㎏의 도매 가격은 4만2천600원, 감자(상품) 20㎏은 3만5천600원에 거래됐다. 지난해 같은 기간 고구마와 감자의 가격은 각각 2만4천원, 1만2천850원으로 두 품목 모두 2배가량 도매가격이 뛰었다.

고구마와 감자는 날씨가 좋지 않아도 수확이 잘돼 흉년에는 밥을 대신해 먹는 우리나라 대표 구황작물이었다. 하지만 최근 재배기술 향상으로 쌀 가격은 안정됐지만 고구마와 감자는 환경적 요인에 따라 가격 변동폭이 커지면서 구황작물이라는 말이 무색하게 값이 비싸진 것.

실질적으로 소비자들이 구입하는 가격도 크게 올랐다. 23일 기준 대구 지역 감자(상품) 1㎏의 소비자 가격은 4천500원, 고구마(상품) 1㎏은 7천480원으로 지난해 2천980원, 4천580원보다 각각 51.0%, 63.3%씩 가격이 올랐다. 반면 쌀은 ㎏당 2천190원이라 고구마 값은 쌀의 3배, 감자 값은 2배 수준이 됐다.

올해 감자와 고구마 가격이 오른 것은 출하 물량이 예년보다 크게 줄었기 때문이다. 감자는 봄철 이상 저온과 잦은 비로 인해 하우스 감자 작황이 나빠졌다.

고구마의 경우 저장 고구마가 대부분인데 지난해 여름 집중 호우로 전국적으로 생산량이 30% 가까이 줄어든 것이 가격 상승의 원인이다. 반면 고구마가 다이어트에 좋은 웰빙식품으로 떠오르면서 수요는 늘어 가격 상승을 부추기고 있다.

한편 정부는 조만간 감자 가격이 안정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내달 보성과 장흥에서 노지 감자가 본격 출하되면 물량이 늘어날 것으로 예측되기 때문이다. 여기에 이달 중 정부는 감자 700t을 수입해 시장에 방출하기로 했다. 하지만 고구마의 경우 햇고구마가 출하되는 가을까지는 가격이 떨어지기 어려운 상황이다.

김봄이기자 bom@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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