뭐부터 써야 할까 막막할 때는 교사들이 쓴 '책쓰기 교과서'
독서 교육의 중요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최근 인문학과 과학을 아우르는 융합형 인재를 키워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는데 이 역시 독서는 필수다. 상상력을 자극하고 지적인 사고를 가능하게 하는 출발점이 독서이기 때문. 정부는 올해를 '독서의 해'로 정해 관심을 유도하고 있다.
대구에서는 책 읽기와 글쓰기를 결합한 이색 독서 교육이 일찌감치 뿌리를 내리고 있다. 대구 교육의 대표 브랜드인 '책쓰기' 활동이 그것. 시교육청은 '아침 독서 10분 운동'에서 시작, '삶쓰기 100자 운동' '책쓰기' 활동으로 보폭을 넓히고 있다. 이런 가운데 최근 대구 교사들이 '책쓰기 교과서'를 출판해 눈길을 끈다. 책쓰기 운동에 대한 이해를 돕고 활성화시키는 효과를 거둘 것으로 보인다.
◆책쓰기 교과서는 어떤 책?
"책쓰기? 이젠 어렵지 않게 할 수 있겠네요."
올해 대구자연과학고에 책쓰기 동아리 '자글자글'을 만든 김묘연 교사는 동아리 회원 모집에 애를 먹었다. 아직 책쓰기 활동에 대한 정보를 접하지 못한 학생이 대부분이었기 때문. 도서관을 자주 찾은 학생들을 중심으로 하나하나 설득, 동아리를 꾸렸다. 그런 그에게 책쓰기 교과서는 가뭄에 단비나 마찬가지.
"책쓰기 활동이 무엇인지, 어떻게 하는 것인지 등 다양한 정보를 쉽게 접할 수 있게 될 테니 반갑죠. 동아리 회원뿐 아니라 더 많은 학생들이 책쓰기 활동을 자연스럽게 할 수 있을 겁니다. 아직 책쓰기에 관심이 적은 선생님들에게도 좋은 안내자료가 되겠군요."
대구 교사들이 주축이 돼 만든 '책쓰기 교과서'(문학과지성사)가 곧 출판된다. 책쓰기 교육에 몸담아온 이금희(대구공고 교사), 이성욱(강동고 교사), 한원경(경북대사범대부설중학교 교장), 한준희(대구시교육청 장학사), 허병두(서울 숭문고 교사) 등 다섯 명이 함께 쓴 책이다. 쓰고 싶은 주제를 찾아 한 권의 책으로 엮어내기까지 과정을 담았다. 각 단원마다 이미 책쓰기를 경험한 학생들의 사례도 포함했다.
이 책의 특징은 각 단원의 내용을 확인하며 따라잡다 보면 한 권의 책을 만들 수 있게 구성했다는 점. 학생 눈높이에 맞춰 사례를 들고, 여백을 둬 학생들이 직접 책에다 단원별 진행 과정을 기록해볼 수 있도록 했다.
교과서의 첫 단원은 '책쓰기란 무엇인가'. 저자들은 책쓰기가 자신과의 대화를 통해 자신만의 꿈을 찾는 과정이라고 적었다. 책을 쓰기 위해서는 끊임없이 자신을 들여다보면서 관심사가 무엇이고, 무엇을 잘하며, 어떤 진로를 선택할지 스스로에 물어보는 과정을 거쳐야 하기 때문.
두 번째 단원은 '생각 키워 주제 찾기'다. '무엇'에 대해 책을 쓸 것인지 정하는 과정으로 생각, 생활, 책, 인터넷, 영상매체 속에서 어떻게 주제를 찾는지 알려준다. 예상 독자, 주제 선정 이유, 목차와 내용, 인터뷰 예상 인물, 추진 일정 등을 적는 책쓰기 추진 계획서 작성법도 함께 담았다. '자료 찾기와 자료 만들기'가 세 번째 단원. 저자들은 "활자나 종이에 연연하지 말고 그림, 사진, 음악, 동영상, 통계자료 등 자신의 메시지를 가장 잘 표현할 수 있는 매체를 적극 활용하는 것이 좋다"고 권했다.
네 번째 단원은 '본격적인 책쓰기'다. 특히 이 부분에서 눈에 띄는 것은 글쓰기에 대한 두려움을 없애는 방법. 저자들은 '1분 글쓰기'를 추천한다. 교사가 불러주는 단어에 대해 내용이나 맞춤법에 신경 쓰지 말고 '떠오르는 대로, 최대한 빠르게, 최고로 많이' 쓰라는 것이다. 익숙해지면 시간을 조금씩 늘려 연습하는 식이다. 또 다른 방법으로는 같은 내용의 글을 두고 표현을 바꿔 쓰기와 짧은 문장 또는 긴 문장으로 다시 쓰기를 추천하고 있다. 마지막 단원은 책 전시회와 책 축제, 저작권 기부 운동에 대해 설명한 '지식의 나눔과 사랑의 더함'이다.
숭문고 허병두 교사는 "책쓰기 활동으로 학생은 스스로 생각하고 실천하는 주체가 될 뿐 아니라 교사는 제자들과의 공감대를 만들면서 즐거움과 보람을 느낄 수 있다"며 "작은 싹에 불과했던 책쓰기 교육을 나무로 성장시키고 있는 대구 교육계는 우리나라 공교육에 귀감이 될 것"이라고 했다.
◆책쓰기 운동, 어떻게 진화해왔나
화원중 고은영 국어교사는 책쓰기 운동 예찬론자다. 3년째 책쓰기 운동에 몸담고 있는데 올해 화원중 부임 후 책쓰기 동아리 '북적북적'을 운영 중이다. 3학년 학생 22명과 책을 만드느라 정신이 없지만 이미 책쓰기의 효과를 체험했기 때문에 고생도 즐겁게 받아들인다.
"아이들이 책쓰기를 통해 정신적으로 성장해가는 게 눈에 보여요. 성취감을 맛볼 수 있는 데다 결과에 대해 평가를 받고 순위를 매기는 것이 아니어서 학생들도 부담 없이 즐기죠. 학교 현장에 책쓰기 운동이 뿌리를 내려가는 것 같아 뿌듯합니다."
'책으로 하나 되는 행복 도시 대구 만들기'는 대구시교육청이 '아침 독서 10분 운동'으로부터 책쓰기 운동까지 전개하면서 내건 모토다. 힘들 것만 같았던 그 꿈은 이제 점차 현실이 되고 있다.
시교육청은 2005년 4월부터 초'중'고교생들을 중심으로 '아침독서 10분 운동'을 벌였다. 2007년부터는 '삶쓰기 100자 노트' 보급에 들어갔다. 독서와 글쓰기를 결합, 한 단계 더 발전시킨 것이 책쓰기 운동. 학생 저자 10만명 양성을 목표로 2008년 책쓰기 교사 연수 프로그램을 운영하기 시작했다.
학교 중에서는 경명여고가 책쓰기 운동에 앞장섰다. 2008년 책쓰기 동아리 '꿈반이'를 만들어 책쓰기 수업을 진행했고, 이듬해에는 '13+1'이라는 제목으로 책을 펴내기에 이르렀다. 이 해 시교육청은 책쓰기 동아리 100개를 운영했고, 12월에는 책 축제도 열었다.
2010년 책쓰기 동아리는 500여 개로 늘었다. 경상고에서 '동생에게 들려주는 과학 이야기'를 출판하는 등 학생 저자들의 책 10권이 세상 밖으로 모습을 드러냈다. 2011년 책쓰기 운동은 전국적으로 찬사와 부러움의 대상이 됐다. 교육과학기술부가 최우수 교육 프로그램으로 선정한 것. 상서여자정보고가 매일신문사를 통해 '예스 셰프'를 출판하는 등 학생들이 쓴 책 19권이 서점에 진열됐다.
한원경 경북대사범대부설중학교 교장은 "올해도 학생 저자들의 책은 여러 권 쏟아져 나온다. 다음달 초 학정초교가 '모두가 색이 있다'를 선보이는 등 18권의 책이 출판을 앞두고 있다"고 했다.
특히 시교육청은 올해를 책쓰기 일반화의 원년으로 삼고 이 운동을 학생뿐 아니라 교사, 학부모에게까지 확대하고 있다. 지난해와 같이 올해도 초'중'고교 책쓰기 동아리 100개를 선정, 동아리별로 100만원을 지원하는데 교사 책쓰기 연구회도 지원키로 한 것이다. 연구회 50개를 선정해 각 250만원을 지원하는 한편 그 결과물을 출판할 계획이다. 또 시립공공도서관을 중심으로 학부모 책쓰기 동아리 9개를 선정, 자녀와 함께 책쓰기를 하도록 권장한다.
시교육청 한준희 장학사는 책쓰기가 주입식 교육에서 벗어나 공교육의 경쟁력을 높일 수 있는 방법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책을 읽고 쓰는 일은 모든 공부의 처음과 끝이라 할 만하다"며 "책쓰기 활동으로 학생들이 적성과 흥미, 소질과 능력을 찾아서 꿈을 키워갈 수 있기를 바란다"고 했다.
채정민기자 cwolf@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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