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원·신천 벤치 '연기 숲'…대구시 "예산 전혀 없어…" 팔짱
25일 오후 대구 중구 동인동 동신교 부근 등나무 벤치. 벤치에 남녀 노인 10여 명이 휴식을 취하고 있었다. 60대 남성 2명이 담배를 꺼내 들자 옆에 있던 여성이 손사래를 쳤다.
노인들은 등나무 인근을 '안개 숲'이라고 부른다. 항상 담배연기가 가득한 탓이다.
김경호(64'여'대구시 동구 신천동) 씨는 "건강을 챙기러 운동하러 나왔는데 담배를 피워대는 사람이 많아 연기가 날아오면 구역질이 나고 불쾌해진다"고 말했다.
근처에서 담배꽁초와 쓰레기를 줍던 공공근로자 이모(59) 씨는 "구역을 한번 돌고 나면 담배꽁초만 한 주먹 나온다"고 말했다.
비슷한 시각 중구 국채보상운동공원. 국채보상운동기념관에 견학 온 수십 명의 청소년들이 휴식을 취하고 있었다. 하지만 벤치에 앉은 30대 남성은 스스럼없이 담배를 빼 물었다.
이정민(17'북구 복현동) 양은 "담배 연기를 맡으면 매스꺼워진다. '피우지 마세요'라고 부탁했지만 어린 것이 간섭한다고 핀잔만 들었다"고 했다.
대구시가 금연대책에 손놓고 있다. 서울시가 다음 달부터 2천여 곳의 공공장소를 금연구역으로 지정하면서 과태료 부과 방침을 밝히는 등 '흡연과의 전쟁'을 선포한 것과 대비된다.
지방자치단체는 국민건강증진법에 따라 금연구역을 지정하고 과태료를 부과할 수 있다. 현재 전국 지자체 중 34.8%가 금연조례를 제정했다. 서울은 25개 자치구 모두 조례를 제정했고, 다음 달 1일부터는 금연구역을 확대해 시내 광장, 공원, 버스정류장 등 1천950곳을 과태료 대상 지역으로 지정했다.
하지만 대구는 한일극장에서 중앙파출소까지 292m를 금연거리로 지정한 것 외에는 별다른 대책이 없다. 조례도 대구시를 비롯해 중구, 달서구, 서구만 제정했다. 나머지 5개 구'군은 조례를 제정할 계획조차 없다. 대구시의 경우 7월 1일부터 조례 시행을 앞두고 있지만 단속 인력 확보, 시행 구역 지정 등에 대해 아무런 준비도 없는 상태다.
동성로의 일부 구간만 금연거리로 지정하면서 부작용도 나타나고 있다. 금연거리를 피해 골목으로 흡연자들이 몰리고 있는 것. 실제 대구백화점 앞 패스트푸드점 옆 골목은 '담배골목'으로 불린다.
골목에서 식당을 운영하는 정동숙(44'여) 씨는 "금연구역이 지정되는 통에 골목에는 흡연자가 더 늘었다. 담배연기뿐만 아니라 담배꽁초, 가래, 침 때문에 너무 불결하다"며 "동성로 전체를 금연구역으로 지정해야 한다"고 말했다. 직장인 박모(29'여'대구 동구 율하동) 씨는 "사람들이 많이 모이는 공원과 유원지 전체를 금연구역으로 지정하고 과태료를 부과하는 등 대구시가 강도 높은 금연정책을 시행해야 한다"고 말했다.
대구시 보건정책과 관계자는 "단속에 필요한 사람은 많은데 인건비와 관련해 책정된 예산이 전혀 없어 시행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설명했다.
신선화기자 freshgirl @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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