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환경·세계 구호 '요즘 대세'… 슬로건 알면, 회사가 보인다

입력 2012-05-26 08:00:00

자동차·화장품 등 제품 이미지, 회사명보다 슬로건 오래 남아

기업들은 기업의 이미지는 물론 상품의 경쟁력을 위해 귀에 쏙 들어오는 슬로건을 앞다퉈 내세우고 있다. 현대자동차가 슬로건으로 내세웠던
기업들은 기업의 이미지는 물론 상품의 경쟁력을 위해 귀에 쏙 들어오는 슬로건을 앞다퉈 내세우고 있다. 현대자동차가 슬로건으로 내세웠던 '새로운 생각, 새로운 가능성'(New Thinking, New Possibilities).

'The Original German, Volkswagen.'

메르세데스-벤츠, BMW, 아우디와 더불어 국내 수입자동차 시장에서 80%에 육박하는 점유율을 보이는 인기 브랜드 중 하나인 폭스바겐의 슬로건은 'The Original German'이다. '독일'을 강하게 나타내고 있다. 독일산 자동차라는 일종의 자부심이다.

회사의 슬로건은 정체성과 지향점을 나타내는 중요한 요소다. 그래서 자주 바꾸지도 않는다. 국내 주요 기업의 슬로건에서는 '세계화'를 지향하는 것이 유독 많았다. 음절은 3음절 이내로 쉽게 들리도록 만들었다. 심지어 기업이나 상품보다 슬로건만 기억되는 경우도 있다.

◆자동차 회사의 슬로건

현대자동차는 지난달부터 'Live Brilliant-여기 당신의 빛나는 인생이 있습니다'라는 또 다른 슬로건을 내놨다. 기존 슬로건인 '새로운 생각, 새로운 가능성'(New Thinking, New Possibilities)보다 고객지향적인 의미를 담았다는 게 현대자동차 측의 설명이었다. '새로운 생각, 새로운 가능성'이 알려질 만큼 알려졌는데 새로운 슬로건을 선보인 것은 차량 구입과 이미지에 슬로건이 미치는 영향이 그만큼 크다는 방증이다. 현대자동차는 '새로운 생각, 새로운 가능성'이라는 슬로건을 내놓기 전 '당신의 길을 가라'(Driving Your Way)는 슬로건을 사용한 적이 있다. 자동차의 성능에 주안점을 두던 슬로건이 고객의 삶으로 이어지면서 고객감동으로 옮겨가고 있는 것이다.

기아자동차는 'The Power To Surprise'라는 슬로건을 내세우고 있다. '까무러치게 만드는 힘'으로 풀이할 수도 있지만 기아자동차 역시 자사의 슬로건을 고객에 맞추고 있다고 설명한다. 고객감동(To Surprise)을 위한 놀라운 잠재력(The Power)을 경험할 수 있도록 고객 요구에 적극 부응하기 위해 노력한다는 것이다.

다만 르노삼성자동차는 '차이를 발견하라'(Discover The Difference)는 슬로건을 쓰고 있다. 차량 모델이 다양하지는 않지만 '조금의 차이가 큰 차이'라는 모델의 특성을 강조한 슬로건이다.

일부 회사는 자동차 각 모델들에도 슬로건을 붙였다. 최근 출시된 기아자동차의 K시리즈는 'To The ~'를 적극 활용했다. 자주포를 뜻하는 K9 등 군사용어를 모델명으로 붙인 기아자동차는 K5에 'To The World Best'를 붙인 데 이어 K9에는 'To The Greatest'를 달았다.

◆화장품 회사들의 슬로건

화장품의 경우 이미지가 특히 강조된다. 상품이나 회사명보다 슬로건을 먼저 떠올릴 정도다. 대표적인 사례가 아모레퍼시픽의 마몽드다. 마몽드는 슬로건의 효과를 톡톡히 본 화장품 브랜드다. 1991년 광고를 통해 선보인 '산소 같은 여자'라는 슬로건은 브랜드명보다 더 유명해졌다. 당시 광고 모델로 등장했던 이영애에게는 아직도 '산소 같은 여자'라는 애칭이 따라다닐 정도다. 이후에도 마몽드는 '빛이 되는 여자' '봄을 닮은 여자' 등 아름다운 이미지를 떠오르게 하는 슬로건을 사용했다.

아모레퍼시픽은 실제 회사명보다는 상품별 브랜드가 더 알려진 기업이기도 하다. 화장품 브랜드로 마몽드를 비롯해 'Everyday New Face'로 널리 알려진 라네즈와 아이오페, 한율, 헤라, 설화수 등 각 브랜드가 각각의 슬로건을 통해 더 알려졌다.

최근 화장품업계는 친환경, 웰빙에 가치를 두고 있다. '자연'을 담은 슬로건이 많이 활용된다. 국내에 1천 개에 가까운 매장을 운영하는 로드숍 화장품 브랜드 더페이스샵은 'Natural Story'라는 슬로건으로 자연주의 화장품임을 강조하고 있다. 이니스프리도 남성용 화장품인 'Forest For Men'을 출시하면서 피로에 지친 남성 피부에 휴식을 준다는 의미로 '숲으로 와'라는 슬로건을 사용하고 있다.

◆주요 기업들의 슬로건

주요 기업들의 슬로건은 영어로 구성된 경우가 많았다. 글로벌 기업을 지향한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실제 '세계' '글로벌'이라는 단어를 많이 썼다. SK텔레콤의 'Global ICT(Information & Communication Technology) Leader', 대우인터내셔널의 '글로벌 시장을 선도하는 기업', 현대중공업의 '세계를 이끄는 힘, Global Top Leader', 삼성중공업의 '세계 초일류를 향한 도전', 롯데쇼핑의 '세계로 뻗어가는 롯데쇼핑' 등이 대표적이다.

슬로건을 통해 그룹의 정체성도 드러낸다. 현대는 현대미포조선이 '세계 최고의 품질과 기술력', 현대종합상사가 'Global Business Organizer', 현대산업개발이 'Global Leading Developer'라는 비슷한 슬로건을 쓰고 있었다.

영어를 슬로건에 주로 넣는 업종과 달리 철강업계는 우리말을 슬로건으로 적극 활용하고 있었다. '소리 없이 세상을 움직입니다'의 포스코를 비롯해 동부제철(혁신으로 경쟁력 세계 제일의 제철회사), 동국제강(철로 다져가는 행복이 있습니다), 세아베스틸(세상을 아름답게)까지 모두 우리말을 슬로건에 활용했다.

김태진기자 jiny@msnet.co.kr 김봄이기자 bom@msnet.co.kr

※주요 자동차 모델별 슬로건

엑센트: Guy's License

i30: Never-Ending Ideas

i40: The European Premium

쏘나타: Art of technology

그랜저: 5G Grandeur

제네시스: The Dynamic Luxury

에쿠스: TRUE PRESTIGE

투싼: Sexy Utility Vehicle

싼타페: The Contrast

K5: To The World Best

K7: Design is Timeless

K9: To The Greatest

레이: Open Your Life

쏘울: Time To Soul

스포티지R: Smart Inside

쏘렌토R: World Class Premiu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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