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연 리뷰] 대구시향 정기연주회

입력 2012-05-22 15:40:28

차이코프스키 바이올린 협주곡 하이라이트 유감없는 기량 만족…인생의 무게

이달 17일 대구문화예술회관 팔공홀에서 열린 대구시향의 정기연주회는 여느 때와 달리 무언가 예사롭지 않은 분위기가 감지됐다. 첫곡인 '푸치니'의 오페라 ' 마농 레스코' 간주곡은 곡 자체가 애조를 띠기도 하지만, 이날 따라 작심한 듯 곽승 지휘자의 지휘봉이 허공을 가르며 사정없이 내몰아쳤다.

그는 지난 4년 동안 시향의 수준을 높이며 거침없는 다양한 레퍼토리 선정으로 애호가들을 행복하게 해줬다.

베를리오즈의 '파우스트의 겁벌' 중 춤곡들은 귀에 익은 곡들로서 대체적으로 편안한 연주였다. 구노의 파우스트도 있지만 베토벤도 파우스트에 대해 곡을 쓰고 싶어 했다.

쿠르트 바일(1900~1950)의 현대 오페라 '서푼짜리 오페라' 모음곡은 20세기 초 현대 미술계의 앤디 워홀, 바스키야 등과 같이 고급 미술에 대한 반기를 들고 일어났던 '키치' 미술 기조와 무관하지 않다. 고전양식을 차용하되 팝적 요소를 뒤섞는 방식이다. 이 모음곡은 모차르트의 마술피리에 근거한다. 이날은 16인으로 구성된 악단이 연주했는데 아코디언, 색소폰, 신시사이저 등이 동원되고 트롬본이 중요 역할을 해 재즈풍의 리듬과 로멘틱 멜로디가 어울려 처음 접하는 이들에게도 낯설지 않았다.

이번 연주의 하이라이트는 차이코프스키의 바이올린 협주곡 D장조였다. 젊은 협연자 김윤희는 그의 경력이 말해주듯 앞날이 유망한 연주자다. 수많은 수상 경력과 상관없이 연주 시작부터 이미 예사롭지가 않았다. 제1악장은 보잉의 강약과 빠르기 및 감정이입이 거의 완벽했고 카덴차 부분에서 실력이 유감없이 발휘됐다. 제2악장은 격정적인 순간이 지난 뒤 잠시 쉬어가는 느린 부분이지만, 가슴을 쥐어짜는 애조 띤 주제 선율을 다루는 중요한 부분이다. 이 주제가 좀 더 휘몰아치듯 과감하게 다뤄졌어야 했다. 마지막 악장에서 체력소모 탓인지 몇 군데 음정이 플렛으로 처지기도 했다. 앙코르곡으로 들려 준 벨기에 작곡가 '이자이'의 발라드 작품 27의 3은 매우 효과적인 더블 스톱 기량를 보여주었다. 앞날 그의 연주에 더욱 심오한 인생의 무게가 실리길 기대한다.

계명대 석좌교수 윤성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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