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조원 다단계 사기 조희팔 사망'…자작극·타살 가능성도 제기

입력 2012-05-22 11:01:47

국내 안장까지 일사천리, 화장으로 DNA 분석 못해

4조원대 다단계 사기 사건의 주범, 조희팔 씨가 사망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일각에서 자작극이나 타살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조 씨는 사기 행각 규모가 4조원에 이를 만큼 잡힐 경우 피해 금액을 내놓을 방법이 없는데다 은닉 재산도 적잖을 것으로 추정돼 위장 사망으로 신분을 세탁해 숨겨놨던 비자금을 회수하기 위한 수법이 아니냐는 것이다.

실제 조 씨의 경우 130억원이 넘는 돈을 양도성예금증서(CD)로 세탁, 비자금을 조성했고 조 씨의 내연녀와 직원 등 20여 명의 명의로 차명계좌를 만들어 비자금을 분산, 관리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조 씨가 숨진 지 이틀 만에 화장됐고 유골이 곧바로 국내에서 안치되는 등 중국에서 사후 처리가 일사천리로 진행된 점, 유골이 화장돼 유전자 감식이 불가능한 점, 장례식 모습을 동영상에 담은 점 등도 오히려 자작극의 근거로 작용하고 있다.

경찰은 지난 주말 조 씨 사망 발표를 할 계획이었지만 경찰 내부에서 유골이 화장돼 DNA 분석이 쉽지 않은 만큼 조 씨의 사망 발표를 하기 어려울 것이란 예상이 적잖았다. 과학적으로 신원 파악이 되지 않는 만큼 잘못하면 자작극에 말려들어 갈 수도 있다는 이유에서다.

타살 가능성도 조심스레 제기되고 있다. 비자금 조성 및 중국 도피 과정에서 연계된 커넥션 등을 숨기기 위한 타살됐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것.

실제 조희팔 사건의 피해자 모임이자 조 씨를 지난 4년 간 추적해 온 '바른가정경제실천을위한시민연대'는 사망설에 대해 '신뢰성이 떨어진다'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조 씨가 갑자기 가슴 통증과 호흡 곤란을 일으켜 허무하게 죽었을 리 없고, 만약 죽었다면 자연사가 아니라 타살일 가능성이 큰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이에 대해 경찰은 다른 범죄를 수사하던 중 관련자 압수 수색 과정에서 조 씨의 사망 사실을 파악한 만큼 자작극이나 타살일 가능성은 거의 없는 것으로 보고 있다. 다른 범죄 수사 중 조 씨 사망설을 접하고 유족의 중국 입국 사실 확인과 사망진단서 및 화장증, 장례식 장면을 담은 동영상 등을 확보했고, 중국 의사, 장의사 등 현지 관련자들의 면담 진술 등도 맞아떨어졌다는 것이다.

경찰 한 관계자는 "유족이 참관한 가운데 치른 장례식 동영상에 조 씨가 입관돼 있는 것과 장례식에 다녀온 조 씨 딸이 쓴 일기 등 모든 정황과 진술 등을 볼 때 자작극일 가능성은 낮아 보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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