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연음식 이야기] (19) 식용유

입력 2012-05-17 14:06:05

성인병에 좋은 참기름, 저온에 단기간 보관을

전통적인 우리나라 음식 대부분은 찌고, 삶고, 무치고, 데치고, 구워서 만든다. 그래서 기름기가 적고 담백하다. 소화가 잘돼 속이 편하다. 굽거나 튀긴 기름진 음식은 근대에 나타나 현대인의 식생활에 적잖은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기름은 우리의 식생활에 필수 양념이 된 것이다. 그런데 기름은 열량이 높아 현대인의 체중과 건강관리에 크게 신경 써야 할 양념임이 틀림없다.

식용유란 '먹을 수 있는 식물성 기름'을 뜻한다. 식용유의 종류는 다양하다. 예전에는 들기름과 참기름 정도만 꼽을 수 있었다. 요즘은 콩기름, 포도씨유, 해바라기씨유, 올리브유, 카놀라유, 목화씨유, 아마인유, 현미유 등 다양한 식용유 제품을 쉽게 구할 수 있다. 그런 만큼 대형마트나 전통시장의 식품 진열대 앞에 서면 고민도 따라 붙는다. 건강에 좋으면서 열량은 낮은 식용유는 어떤 것일까? 그 기준은 무엇일까?

먼저 동양에서 가장 많이 쓰이고 건강에도 좋다고 하는 참기름과 들기름에 대해 알아보자. 두 기름은 대량 생산을 위해 유기용매로 추출하는 정제유가 아니라 압착법으로 추출하는 압착유다. 압착유의 단점은 착유율이 높지 않아 양이 많지 않다는 것이다. 기름을 짜고 난 찌꺼기에는 뽑아내지 못한 기름 성분이 많이 남아 있다. 장점은 화학작용을 이용하지 않기 때문에 원재료의 기능 성분을 그대로 추출하고, 트랜스지방도 전혀 없다는 것이다.

참기름에는 참깨 속에 있는 성분인 리그난, 폴리페놀 등 각종 생리활성물질이 많다. 특히 불포화지방산인 리놀레산이 40~60%가량 들어 있다. 리놀레산은 필수지방산으로 오메가 6 계열에 속하며 참기름 외에도 홍화씨유, 해바라기씨유, 올리브유 등에 많이 함유돼 있다. 혈중 콜레스테롤을 배설시켜 동맥경화증 치료에 좋고, 항암, 간 해독, 피부 보습, 노화 억제 등의 기능을 한다.

참기름의 항산화 효과에도 주목할 필요가 있다. 참기름에 많이 함유된 세사미놀, 세사몰 등 강력한 항산화물질들은 신이 내린 천연 기름 방부제라고 할 수 있다. 참기름의 원재료인 참깨에 열을 가해도 기름이 트랜스지방으로 변질되는 것을 막아주기 때문이다. 덕분에 참기름은 조리 중 열을 가하거나, 기름 그대로 무침요리나 나물볶음 등에 사용해도 해롭지 않다.

들기름은 참기름에 버금가는 건강 성분을 지녔다. 불포화지방산인 오메가 3 계열 감마리놀렌산이 많아 동맥경화증, 고혈압, 심장, 혈관계 질환의 예방과 치료에 도움이 된다. 항암, 노화 억제, 골다공증 예방에도 좋다. 다만 참기름에는 천연 항산화물질이 없어 산패 속도가 빨라 보관기간이 비교적 짧다. 그래서 보관 용기에서 공기 중으로 꺼낸 뒤 2시간 내에는 섭취해야 하고, 조리 시 열을 가하지 않아야 한다.

한방에서 들기름은 성질이 따뜻해 몸을 보하고 심신을 편안하게 만들어 준다고 설명한다. 민간요법에 따르면 폐가 약하고 기침이 심한 사람은 들기름 2숟가락에 달걀 1개, 꿀 1숟가락을 섞어 마시거나 마늘을 들기름에 넣어 먹으면 좋다고 한다.

최근 압착유에 발암 물질인 환방향족탄화수소류(PAHs)가 생성되는 것으로 알려져 소비자들의 우려가 크다. PAHs는 원료를 볶아서 기름을 추출하기 때문에 생성된다. 발암 물질로부터 최대한 자유롭기 위해서는 볶지 않고 압착해 만드는 생기름을 선택하는 것이 좋다. 하지만 볶은 기름에 비해 고소한 향이 없는데다 가격이 비싸고 시중에서 구하기도 어려워 소비자들에게는 낯선 얘기다. 이러한 문제점 때문에 참깨를 볶을 때 유해성을 최소화할 수 있는 온도와 시간을 알아내기 위한 연구가 진행 중이고, 비교적 낮은 온도에서 단시간에 가열해 발암물질 생성을 최소화하고 고소한 향은 살리는 참기름 제조법 연구도 이뤄지고 있다고 하니 반가운 소식이다.

압착유든 정제유든 건강하게 먹기 위해서는 보관 방법에 신경써야 한다. 기름은 산소와 결합해 산패되는 특성이 있다. 이를 최소화하기 위해 저온에 보관하고, 너무 오랫동안 공기 중에 두지 않고, 단기간에 먹을 적당량을 구입하는 것이 좋다.

신아가 참(眞)자연음식연구소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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