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 유리아(24)는 최근 끝난 SBS TV 주말극 '내일이 오면'을 통해 연기자로 데뷔했다.
명품 좋아하고 돈 많은 남자와 결혼을 꿈꾸는 철없는 막내딸로 등장, 자신의 존재감을 제대로 알렸다.
2009년 미스코리아 진 출신인 그에게 고현정과 김사랑 등 미스코리아 출신 배우 선배들을 언급하지 않을 수 없다고 하자 "아직 따라가려면 한참 멀었다"며 부끄러워했다.
"비교해서 말씀해주시면 솔직히 싫지는 않아요. 좋아하는 선배님들이니까요. 그런 얘기를 들으면 그에 따른 책임감도 더 생기는 것 같아요. 같은 길을 가는 후배로서 누가 되지 않는 존재이고 싶어요."(웃음)
첫 도전은 누구에게나 쉽지 않다. 알지 못하는 것을 향한 걱정 반 설렘 반. 유리아는 드라마 촬영장에서 부딪히며 많은 것을 배웠다. 몇 차례 똑같은 장면을 찍어야 했고, 허공에 대사를 하기도 했다. 현장에서 나온 생각지도 못한 콘티를 보고 머릿속이 하얗게 되기도 했다.
유리아는 "민망했는데 선배들의 연기를 보고 '아~'하고 고개를 끄덕였다"고 회상했다. 또 "드라마는 밤샘 촬영이 힘들다고 들었는데 첫 촬영이 빨리 끝나 불안했다"며 "이 신이 없어지는 건 아닌가"라는 걱정도 했다.
촬영에 적응하는데 8회 정도가 걸렸다. 긴장이 되니 밥도 목에 안 넘어갔는데 시간이 흐르니 눈치도 생기고 요령도 생겼다. 이 때문에 드라마를 끝내고 난 기억은 "행복하고 재밌었다"다. "연기를 잘 못한다고 혼나도 촬영장에 가고 싶었다"고 회상했다.
한국에서 공부하다 고등학생 때 러시아 볼쇼이발레학교에 진학한 그는 졸업시험을 앞두고 발목 부상으로 더 이상 발레를 할 수 없게 됐다. 시련이었다. 다행히 재즈댄스와 연기를 병행해서 공부한 게 도움이 됐다. 그 즈음에 미스코리아에 참여하게 됐고 당당하게 최고 미인의 자리에 올랐다.
유리아는 "발레를 못하게 됐는데 그게 연기를 향한 의욕을 생기게 해준 것 같다"고 말했다. "치료차 한국에 왔는데 슬럼프에도 빠졌고, 우울하기도 했어요. 방황도 했고요. 20세였는데 부모님에게 죄송스러울 정도로 한심하게 집에서 아무것도 안 하고, 밖에도 안 나갔어요. 친구들이 나오라고 했는데 안 나가고 TV만 봤죠. 희망이 없었다고 할까요?"
볼쇼이발레학교에서 유망주였다. 그가 미스코리아 진으로 당선됐을 때 러시아에서 취재를 나왔을 정도다. "러시아 친구들에게 솔직히 미스코리아 나간다고 얘기를 안 했어요. 그런데 러시아에서 어떻게 알고 왔는지 취재를 했고, 신문에 큼직하게 나왔어요. 그걸 보고 친구들이 먼저 알고 축하해줬었어요."(웃음)
그는 "나와 함께 공부한 친구들이 볼쇼이발레단에서 주역으로 활동하고 있다"며 "부럽기도 하고, 한편으로는 뿌듯하기도 하다"고 했다. 솔직히 아쉬움도 약간 남아 있는 듯했다. 하지만 연기를 향한 도전이 즐거워 보인다.
미스코리아가 되고 그 자격으로 1년간 외국에서 활동을 했다. 이어 연기자 데뷔를 하며 승승장구할 줄 알았는데 2010년 소속사와 마찰을 빚었다. 미스유니버스대회가 끝난 뒤 장신구로 사용했던 보석과 관련해서다. 같은 미용실에 다닌 배우 이준기와는 열애설까지 번지며 난처하게 됐다. 억측이 난무했다. 하지만 그 난관을 뚫고 첫 드라마에 출연했다.
김주리라는 이름을 김리아로 개명하고 성을 바꾼 예명을 사용한 유리아. 이제 과거를 떨치고 앞으로 달려갈 일만 남았다. 주변의 비난을 잊게 만드는 건 2살 터울의 남동생이 있기 때문이다.
"가장 가까운 독설가이자 악플러"라고 남동생을 표현한 그는 자신의 연기와 행동을 때론 얄미울 정도로 정확하게 남동생이 짚어내고 조언을 해준다고 했다. 미스코리아 진에 당선됐을 때 남동생은 가족 대표로 인터뷰에 나서 "누나가 진이라고 불리우는 순간 토할 뻔했다"고 했단다. 직설적인 동시에 비판적인 모니터링 요원(?)을 유리아는 만족해했다.
부모님은 의견이 엇갈렸다. 그는 "엄마는 적극적으로 응원했는데, 아빠는 조금 반대를 했다"며 "그래도 너무 하고 싶었다. 일부러 아빠한테 더 열심히 하려는 모습을 보이려고 했고, 피곤한 모습은 절대 안 보이려고 노력했다"고 말했다.
미스코리아 무대와 드라마 촬영. 어떤 차이가 있을까. "미스코리아 무대에서는 제 모습 그대로를 보여줬어요. 조금 다듬어서 깔끔하고 친근감 있게 보이려고 했죠. 드라마에서는 제가 맡은 캐릭터를 잘 소화해 시청자들이 거부감 없이 받아들이게 하는 게 중요한 것 같아요."
그는 생애 첫 출연 드라마인 '내일이 오면' 오디션 때를 생생하게 기억했다. "PD님이 저한테 질문을 안 하시고 옆에 계신 분한테만 질문을 하시는 거예요. 관심도 없으신 줄 알고 나왔는데 결국은 참여할 수 있게 됐어요. 솔직히 첫 오디션이라 용기와 대범함이 생길 것 같아서 찾아간 거였는데 출연하게 돼서 좋았어요."(웃음)
극중 속물 캐릭터와 실제는 다른 모습이라고 강조했다. "부잣집 남자를 만나야겠다는 생각은 하지 않아요. 그런 꿈도 없고요. 물건을 봐도 명품만 좋아하는 것도 아니에요. 예쁘고 좋은 물건이 있으면 이른바 '로드숍' 제품도 즐긴다니까요."(웃음)
매일경제 스타투데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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