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고부] 경멸받아 마땅한

입력 2012-05-15 11:06:54

16세기 이탈리아 정치가이자 사상가인 프란체스코 귀차르디니는 처세술 책 '리코르디'를 남겼다. 자기 집안에서만 비밀리에 전해지게 한 탓에 이 책은 귀차르디니가 죽고 300년이 지나서야 세상에 공개됐다. 귀차르디니는 '잘못을 감추고 싶을 때에는 진상이 곧 드러나게 될지라도 정면으로 부정하라. 강하게 부정한다고 해서 불리한 증거를 없앨 수는 없다. 그러나 최소한 그 말이 옳을지도 모른다는 의구심을 불러일으킬 수는 있다. 게다가 들통난 뒤에도 거짓말을 믿는 사람들이 있다. 탐욕스러운 자들은 그 거짓말이 진실일 때 자신이 얻게 될 물질적, 심리적 이익 때문에 믿고, 어리석은 자들은 일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몰라서 믿는다'고 책에 썼다.

이른바 진보좌파 정치인들의 오리발은 정평이 나 있다. 곽노현 교육감은 후보자 매수 혐의로 1심, 2심에서 유죄판결을 받았다. 그럼에도 그의 선의를 믿는 사람들은 많다. 사법적 판단과 무관하게 곽노현 교육감의 말이 진실일 수 있다고 양해하자면 곽 교육감이 이전에도 종종 그와 같은 선한 행위를 했어야 한다. 그런 사례가 있다면 곽 교육감은 판결과 무관하게 도덕적으로 무죄일 수 있다.

이광재 전 강원도지사는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로 재판을 받던 중에 강원도지사에 출마해 당선됐다. 도지사에 당선됐지만 1심, 2심, 3심에서 유죄판결을 받았다. 대법원의 유죄확정판결로 강원도지사직을 잃은 이광재는 "강원도를 지켜내지 못해 참으로 슬프다"고 했다. 강원도민들 눈에는 그런 이광재 지사가 정권의 핍박받는 사람으로 비쳤을 것이다. 이광재에 대한 유죄판결은 도지사 선거와 관련 없는, 그 이전의 혐의에 관한 것이었다. 그러니 '강원도를…운운'은 귀신 씻나락 까먹는 소리였다. 그가 털끝만큼이라도 강원도를 생각했다면 재판 중에 출마하지 않았어야 했다.

통합진보당 NL(민족해방)계가 온갖 작태를 일삼고 있다. 당원 조작, 기적의 풀, 주민번호 일치, 의사 진행 방해, 폭력을 행사하면서도 자신들은 정의롭다고 큰소리친다.

거짓말, 오리발은 이른바 한국 진보좌파들의 브랜드가 됐다. 그들은 끝까지 자신의 선의, 정당함을 주장함으로써 최악의 경우에도 '박해받는 자'라는 이미지를 챙기고 다음 선거를 노린다. 400년 전에 귀차르디니가 말했듯이, 그래도 믿어주는 탐욕가와 바보들이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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