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년 주경야독' 대구 삼일야학
14일 저녁 대구 달서구 감삼동 서남시장. 생선가게 2층에서 국어 수업이 한창이었다. 이곳 '삼일야간학교'에는 40여 명이 매일 오후 7시부터 '주경야독'하고 있다. 가장 어린 학생이 30대이고 일흔을 넘긴 학생도 꽤 있다.
20명의 선생님들은 모두 대학생으로 나이 차가 많게는 50세 넘게 나지만 학생들은 스스럼없이 '선생님'이라고 부른다.
이날 수업을 듣던 초등반 민선희(71'여'대구 달서구 용산동) 씨는 "나이 많은 할매들을 가르치면 많이 힘들텐데 싫은 내색 한 번 안하는 우리 선생님들이 참 고맙지. 내보다 50살이 어려도 선생님은 선생님"이라며 엄지손가락을 치켜세웠다.
할머니뻘 되는 제자들을 위해 매일 밤마다 분필을 드는 '대학생 스승들'이 있다.
1972년 처음 문을 연 삼일야간학교는 현재 한글을 깨우치는 문해반과 초등'중등'고등반 등 4개반을 운영하고 있다. 이 학교는 사비를 털어 운영비를 지원하는 김대희 교장과 배움을 갈망하는 학생들의 열정으로 지금껏 명맥을 이어왔다.
삼일야간학교가 명맥을 이어올 수 있었던 것은 대학생 선생님들의 열정때문이다. 국어와 사회를 가르치는 최재혁(24'경북대 경영학부 3학년) 씨는 "어떤 교수님이 수업 시간에 '요즘 대학생들은 자신이 사회에서 받은 것을 돌려주는 법을 잘 알지 못한다'고 말하시는데 괜스레 마음에 빚을 진 기분이 들었다. 나의 재능으로 어르신들에게 도움을 줄 수 있어서 내가 더 기쁘다"고 말했다.
국사를 가르치는 조아라 (20'여'계명대 중국어학과 2학년) 씨는 "어르신들이 'XX 왕은 어떤 시대에 살았냐'고 구체적으로 질문할 때 한 번씩 생각이 안 나 난감할 때가 있었다. 수업이 있는 날에는 매일 3시간씩 미리 공부를 하고 최대한 쉽게 설명해 어르신들이 이해할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다"고 했다.
초등 수학 담당인 정다영(20'여'계명대 한문교육학과 2학년) 씨는 "나이 지긋하신 학생들이 '검정고시에 붙었다'며 눈물을 흘릴 땐 내가 날아갈 것처럼 기쁘다. 늦게 펜을 든 어르신들이 꿈을 이룰 수 있도록 끝까지 응원할 것"이라고 말했다.
할머니, 할아버지 학생들은 이러한 감사를 '엄마 마음'으로 보답하고 있다. 학생들은 끼니를 거르고 수업하는 선생님들을 위해 매일 당번을 정해 간식을 챙긴다.
초등반 학생 김순자(65'여'서구 평리동) 씨는 14일 직접 캔 쑥으로 만든 쑥떡을 준비해 "배 곯지 마라"며 선생님들 손에 쥐여줬다. 김 씨는 "돈 한 푼 안받고 귀한 시간을 쪼개 우리한테 공부를 가르쳐 주는 선생님들 마음이 참 예쁘다. 지난주에 검정고시를 쳤는데 붙으면 이게 다 선생님 덕분"이라고 활짝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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