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3년간 농촌 아이들과 함께…친구같은 '살가운 참스승'

입력 2012-05-15 10:58:37

'스승의 날' 홍조근정훈장 수상 반송초교 이선희 교사

▲15일 제31회 스승의 날을 맞아 교육과학기술부로부터 홍조근정훈장을 받은 반송초교 이선희 교사가 그동안 학생들을 챙겨온 이야기를 들려주고 있다.
▲15일 제31회 스승의 날을 맞아 교육과학기술부로부터 홍조근정훈장을 받은 반송초교 이선희 교사가 그동안 학생들을 챙겨온 이야기를 들려주고 있다.

# 학생 눈높이 맞춰 속마음 '훤히'…어린이날엔 놀이동산도 데려가

"백살공주님, 안녕하세요."

"응, 미남이와 박사도 안녕."

대구시 달성군 옥포면 반송초등학교의 6학년 학생은 7명이다. 이들과 담임 이선희(55) 교사는 서로 지어준 별명을 즐겨 부른다. 이 교사의 별명 '백살공주'는 백설공주와 일곱 난장이에서 따온 것. 아이들은 선생님이 오래 사시길 바라는 마음을 담아 첫 글자를 살짝 바꿨다. 나이 차는 많지만 학생 수가 적은 만큼 이 교사와 학생들은 어느 스승, 제자 사이보다 살갑다. 어린이날에는 이 교사가 희망하는 아이들 세 명을 데리고 놀이동산에 다녀오기도 했다.

"사실 집안 형편이 어려운 친구를 챙겨주려고 했는데 그 아이만 따로 데려가면 혹시 마음에 상처를 입을까 싶어 다른 아이들까지 함께 갔죠. 아이들 눈높이를 맞추느라 청룡열차 등 놀이기구를 함께 탔는데 다녀오니 온몸이 쑤시더라고요. 아무래도 젊을 때 같진 않은 모양이에요."

33년째 교단에 서고 있는 이 교사는 도심에서 근무해 본 경험이 없다. 교육 환경이 상대적으로 열악한 곳이나 농촌에 자리한 학교를 맴돌았다. 그래도 아쉬워하지 않는다. 오히려 그 덕분에 많은 경험을 얻었고 학생들을 더 잘 살필 수 있었다고 생각한다.

"반송초교만 해도 전교생이 40명뿐입니다. 덕분에 아이들과 가까이 지낼 수 있어 좋아요. 일일이 눈을 마주치고 공부할 수 있는 환경을 어디서 찾겠어요? 요즘 학생 생활지도가 문제라지만 아이들을 속속들이 알게 되니 그런 걱정도 없죠."

오랜 시간 교단에 서면서 이 교사는 특히 장애를 가진 학생들과의 만남이 기억에 생생하다. 2003년 태암초교에서 6학년을 맡으면서 하반신이 마비된 학생이 속한 학급을 자원해 맡았다. 이 교사는 그 학생의 화장실 수발까지 들어가면서 무사히 졸업을 시켰다.

2004년 2학년을 맡았을 땐 갑자기 뇌수막염을 앓아 양쪽 무릎 아래를 절단해야 했던 여학생을 보살폈다. 자신의 모습을 보여주기 싫다며 학교에 나오기 꺼리던 제자를 꾸준히 설득해 등교시켰고 이듬해까지 이 학생의 담임을 자청해 보듬어 안았다. 같은 학급 학생들에겐 '장애는 시력이 좋지 않아 안경을 쓴 것과 마찬가지일 뿐'이라며 차별을 둬선 안 된다고 강조했다.

"똑똑하고 예쁜 여자아이였는데 갑자기 그런 일을 당하니 어린 마음에 얼마나 괴로웠겠어요. 몸이 불편해도 노력하기에 따라 얼마든지 미래가 달라질 수 있다고 달랬죠. 1년 뒤 그 아이는 학급 실장을 할 정도로 활발히 학교 생활을 하게 됐어요."

이 교사는 15일 제31회 스승의 날을 맞아 교육과학기술부로부터 홍조근정훈장을 받았다. 이번에 상을 받게 된 교원 6천823명 가운데 이 훈장을 받는 사람은 이 교사 등 2명뿐이다.

하지만 이 교사는 특별히 더 많은 일을 한 것은 아니라며 손사래를 쳤다. "제 나이가 많다 보니 배려를 해주신 듯해서 더 쑥스럽네요. 그냥 아이들과 함께 있는 것이 좋아 해온 일일 뿐인 걸요."

그래서일까, 이 교사는 매일 자신의 차에 반송초교 학생 3명을 태우고 함께 등교한다. 학교까지 걸어다니기 힘든 거리에 있는 아이들을 태운 채 웃고 떠들며 운전하다 보면 학교 가는 길은 언제나 즐겁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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