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창] 인간적이다

입력 2012-05-14 07:50:31

우리 학교에는 5월에 축제가 있다. 그때 스승에 대한 은혜제도 갖는데 지도교수와 담당학생이 함께 어울려 공연도 보고 노래도 하다가 근처 식당으로 함께 가서 저녁도 같이 먹고 막걸리도 마시면서 학교생활에 대한 전반적인 이야기를 하면서 교수는 학생의 학교생활에 도움 되는 말을 해준다.

그럴 때면 나도 지난날의 스승님들을 떠올려 본다. 읽고 싶었던 책들을 스스럼없이 빌려주셨던 초등학교 때의 교감선생님, 내 실력을 걱정하시면서도 대도시 고등학교 입학원서를 흔쾌히 써주셨던 중학교 3학년 담임선생님, 내 가정 형편이 어렵다는 것을 인정하시고 수학여행의 불참을 꾸지람 없이 허락해 주셨던 고등학교 2학년 담임 선생님이 떠오른다.

또 올바른 의사를 만들기 위해 욕을 얻어먹으면서도 많은 학생들을 눈 하나 깜짝하지 않으시고 낙제시키면서 학사 관리를 철두철미하게 하셨던 대학교 때의 교수님, 환자 보느라고 밤잠을 못 자 밥맛이 떨어져 식사를 하지 못하면 "제발 밥 좀 먹어라" 하고 건강을 걱정해주시던 전공의 시절의 선생님, 신경외과 전공의를 시작하고 3일째 되는 날 머리를 다쳐 수술했던 혼수상태의 환자가 사망하자 "네가 신경외과 의사가 되면 살리는 환자보다 사망시키는 환자가 더 많겠으니 사표를 쓰라"고 엄포를 놓으시면서 신경외과 의사의 태도를 가르쳐주셨던 선생님도 떠오른다.

최근에 학생 및 전공의들과 점심식사를 같이 하면서 머릿속에 기억나는 스승님 한 분씩을 말해보라고 했다. 학교가 분교돼 새로운 학교로 배정받아 갔는데 도저히 적응을 못하고 방황하자 "너와 내가 만난 것도 좋은 인연인데 네가 다시 옛 학교로 돌아가면 그 인연이 끊어질 텐데 그래도 가겠느냐?"라고 물어 마음잡고 공부해서 그 선생님을 잊을 수 없다는 전공의, 역사수업 시간이었는데 눈이 오자 "야, 수업이 중요한 것이 아니다. 첫눈이 오니 모두 밖으로 나가 눈을 맞자"고 해서 눈을 흠뻑 맞게 해주셨던 선생님, IMF 때 수업하시다가 갑자기 "자, 우리 모두 나라를 위해 기도를 하자" 하고 눈물을 흘리시며 함께 기도했던 선생님 등이 기억 속에 남아 있다고 대답했다.

그렇다. 나도 전공의들도 지식을 잘 가르쳐 준 선생님에 대한 기억은 거의 없고 인간적인 모습을 보여주셨던 스승님들만 기억하고 있다. 루소가 쓴 '에밀'이라는 책에는 '교육이란 빈손으로 어리석고 약하게 태어난 우리가 지니지 못한, 그러나 자라면서 필요로 하는 것들을 얻어주는 것이며, 가장 훌륭한 교육은 선한 일과 악한 일들을 분명히 구별할 줄 알도록 가르치는 것이다'라는 글귀가 있다. 여기에 '인간적인 인간을 교육해 내는 사람이 진정한 스승이다'라는 말을 첨가하고 싶다.

임만빈 계명대 동산의료원 신경외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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