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박의 작명탐구] 운명(運命)

입력 2012-05-10 13:59:47

운명을 바꾸는 것은 개인의 성격이다

요즘 사람들을 만나보면 이구동성으로 경기가 예전만 못하다는 말을 한다. 불경기의 터널이 너무 길다는 말이다. 이러한 불황이 계속되면, 좋은 운이 트이기를 기대하는 사람들이 자기의 운명에 대하여 궁금한 점, 또는 언제쯤 기회가 오는지 알고 싶은 마음에 점집, 또는 철학관 등을 찾아 운명을 점쳐보기도 한다. 운명(運命)의 사전적 뜻은 '인간을 포함한 모든 것을 지배하는 초인간적인 힘'이다. 그렇다면, 운명은 바꿀 수 없는 것일까? 많은 사람들이 바꿀 수 있다고 믿고 있으며, 지금도 운명 바꾸기에 도전을 하고 있다.

자신의 운명과 팔자를 바꾸기 위해 얼굴을 성형하고, 심지어 손바닥을 수술하여 손금까지 변형시키고, 귀 성형도 마다하지 않는 사람들과, 타고난 사주까지 바꾸어 새롭게 태어나기 위한 의식도 철학관에서 행해지고 있다. 그런데 이러한 틈을 타고, 이름을 개명하여 운명을 바꿀 수 있고, 장관이나 재벌도 될 수 있다는 솔깃한 말로 사람들을 현혹하는 작명소와 역술인이 이 시대에 우후죽순처럼 생겨나고 있다.

만약 이름을 바꾸어 장관이나 재벌이 된다면, 이는 당연히 역술인들과 작명사 본인, 그리고 그의 자녀들이 재벌, 또는 장관이 되어야 할 것인데, 그렇지 않는 것은 왜일까?

작년 한 해 우리나라에서 여러 가지 이유로 개명(改名)을 한 사람이 약 15만 명이 넘었다고 한다. 물론 사용하는 이름이 중요 범죄자의 이름과 동일하여 사회생활이 불편하거나, 부르기가 흉하여 정서를 해치는 이름은 개명을 하는 것은 당연하겠으나, 그의 대부분의 이름이 운명을 바꾸기 위하여 타인에 의해 개명된 것으로 보여진다.

개명 인구가 해마다 증가하는 이유에는 작명과 관계된 직업을 가진 사람들이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난 것에 기인한 것으로 보인다. 그 이유는 대부분의 대학이 운영하는 평생교육원에서, 강의료 지급의 부담이 없는 외부강사를 영입하여, 사주, 풍수, 작명, 주역 등의 교양 프로그램을 만들었다. 이러한 과목들을 약 50시간 정도 수강하고 수료증을 받아, 철학관 또는 작명사로 활동하는 사람이 우리나라에 수만 명에 이른다.

작명하는 사람이 많이 배출되다 보니 유원지의 길거리와, 임신부가 진료 받는 산부인과병원의 로비에서도 역술인을 볼 수 있고, 산모가 쉬고 있는 산후조리원에까지 진출하여 작명과 개명을 부추기고 있다. 작명사가 많다보니 작명법도 천태만상이다. 이름에 사용된 한자가 아름다울 미(美)자는 팔자가 세고, 길할 길(吉)자는 가난하고, 어질 인(仁)자는 재난을 당하며, 뜻이 좋은 한자는 거의가 불용문자라 운명을 망친다고 개명을 권하기도 한다.

최근에는 소리로 이름을 짓는 작명법으로 개명이 유행이다. 소리의 음파, 파장, 파동, 음향 등을 사용하여 이름을 짓는 작명법이라 하여, 이름의 소리를 녹음기로 반복하여 재생하면 소리의 기(氣)가 우주로 퍼져, 그 파동이 인체의 생리적인 현상에 영향을 주어 운명이 바뀐다고 하는 작명법인이다. 소리공학박사 배명진 교수는 사람이 구분하여 들을 수 있는 소리가 계명(도레미파솔라시도)처럼 몇 종류 되지 않으며, 과학적으로 근거가 없다고 단정 짓고 있다. 개명을 하여 새 인생을 사는 사람들을 많이 볼 수 있지만, 운명을 바꾸는 것은 한 사람의 습관과 성격이 좌우한다고 말해 두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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