쪽방 주민들 세상 시름 잊고 "장군, 멍군"

입력 2012-05-09 11:04:53

어버이날 맞아 장기대회

어버이날인 8일 대구 광개토병원 문화센터에서 쪽방 주민들이 제1회 자원봉사능력개발원 이사장배 장기대회에 참석해 장기를 두고 있다. 김태형기자 thkim21@msnet.co.kr
어버이날인 8일 대구 광개토병원 문화센터에서 쪽방 주민들이 제1회 자원봉사능력개발원 이사장배 장기대회에 참석해 장기를 두고 있다. 김태형기자 thkim21@msnet.co.kr

"차(車) 잡고 장군이야!" "아이코! 형님, 한수만 물려주십시오."

8일 오후 대구 서구 내당동 광개토병원 6층 광개토문화센터. '장군멍군'을 주고받으며 장기 대국을 벌이는 사람들의 얼굴에 웃음꽃이 피었다. 이날 모인 이들은 어버이날에도 가족과 떨어져 쪽방에 홀로 살고 있는 주민들이었다.

(사)자원봉사능력개발원과 대구쪽방상담소는 어버이날에도 가족과 떨어져 사는 쪽방주민들을 위로하기 위해 '쪽방주민 장기대회'를 열었다. 이 대회는 대구시내 쪽방 주민 32명이 참가해 토너먼트 방식으로 진행됐다.

권모(62'동구 신암동) 씨는 "서로 비슷한 처지에 있는 사람들끼리 얼굴 보며 안부 묻는 재미로 참가했다"고 웃었다. 손모(51'북구 대현동) 씨는 "가족이 멀리 떨어져 있어 만나기도 어렵고 두 달동안 심장과 신장 이상으로 입원해 있다보니 사람이 너무 그리워 참가했다"고 했다.

이날 경기에 이긴 사람들은 상대방에게 "좋은 경기였다"며 악수를 청하기도 했고, 진 사람들도 상대의 실력을 추켜세우며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16강전에서 탈락한 박모(51'남구 대명5동) 씨는 "대회에 나가려고 3일 전부터 인터넷으로 장기를 연습했는데 떨어져 아쉽지만 상대가 실력이 좋았다"고 했다.

15년 전 부인과 이혼한 뒤 혼자 살고 있다는 석모(66'중구 태평로1가) 씨는 "처지가 비슷한 사람끼리 서로 건강문제나 사는 이야기 등을 나누다보니 나오길 잘했다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우승 트로피는 김모(44'남구 대명동) 씨에게 돌아갔다. 김 씨는 "쪽방에 홀로 살다보면 다른 사람들과 만나는 일이 줄어들게 되는데 장기를 통해 사람을 많이 사귀게 됐다"며 "앞으로도 이런 대회가 자주 열려 같은 처지의 사람들간 교류가 늘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날 장기 대회를 주최한 자원봉사능력개발원 김영달 이사장은 "이번 장기대회가 평소 혼자 지내는 것에 익숙한 쪽방 주민들의 외로움을 덜어주고 서로 친해지는 계기가 됐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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