춘추전국시대 때 노(魯)나라 소공(昭公)의 부인은 오(吳)나라 공주였다. 양국은 주(周)에서 갈라진 나라여서 왕의 성이 같은 희(姬)다. 말하자면 노 소공은 동성동본과 결혼을 한 셈이다. 이는 옳지 않은 행동이었다. 공자가 진(陳)나라를 방문했을 때, 진의 관리가 공자에게 "소공이 예를 아느냐?"고 물었다. 공자는 "예를 안다"고 답했다.
공자가 돌아가자 진의 관리는 "군자는 불편부당하다고 했는데 (공자가 자신의 나라 임금을 편드는 것을 보면) 군자도 어쩔 수 없는 모양"이라고 했다. 이를 전해 들은 공자는 "나는 행복하다. 내게 허물이 있으면 다른 사람이 반드시 안다"며 이 비난을 피해갔지만 불편부당은 성인이라고 추앙받는 공자에게도 어려운 일이었음이 틀림없다.
대통령 선거가 8개월여밖에 안 남았는데도 요즘 정치권에 대한 관심은 통합진보당의 행보에 쏠려 있다. 당내 비례대표 후보 경선 과정에서의 부정 시비 때문이다. 통합진보당은 이를 '당을 분열시키려는 세력의 모함'이라며 자체 조사에 들어갔다. 하지만 조준호 공동대표를 위원장으로 한 진상조사위원회는 투표의 80~90%가 문제가 있어 총체적 부실'부정 선거라고 규정했다. 이 조사 결과에 대해 이정희 공동대표는 진상조사위를 진상 조사해야 한다며 강력히 반발했고, 조 공동대표는 '유치찬란하다'고 비아냥거렸다. 선거가 끝난 지 한 달도 안 돼 당이 쪼개질 수도 있는 극한 충돌을 보인 것이다.
의도적인지는 알 수 없지만 이번 사건은 처음과 달리 통합진보당 당내 문제로 좁혀지고 있다. 소위 당권파와 비당권파의 주도권 다툼으로 치부되는 것이다. 하지만 비례대표도 분명히 국민을 위해 봉사할 의무가 있는 국회의원이다. 지역구 선거에서는 후보가 평소 알던 유권자에게 밥 한 그릇만 대접해도 양자가 모두 선거법 위반으로 처벌받는다. 투표 부정이 있었다면 말할 것도 없고, 어떤 실수도 용납되지 않는다. 이는 비례대표 후보 경선도 마찬가지다.
불편부당하려면 자신이 섬기는 왕을 비난해야 했던 공자와는 달리 통합진보당은 쉽게 불편부당을 지킬 수 있다. 그 기준점을 국민에게 두면 된다. 그리고 국민은 통합진보당이 진실을 공개하고, 그 결과에 따라 철저하게 책임을 지기 바란다. 통합진보당이 참정치를 구현하려면 당원만 귀하게 여길 것이 아니라 국민을 더 귀하게 여겨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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