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훈민정음 해례본 상주본' 실물 없이 국가 기증

입력 2012-05-07 10:21:30

도난 당해 실물은 행방 묘연

행방이 묘연해진 상태에서 소유권자가 7일 문화재청에 기증하기로 한 훈민정음 해례본 상주본.
행방이 묘연해진 상태에서 소유권자가 7일 문화재청에 기증하기로 한 훈민정음 해례본 상주본.

문화재청(청장 김찬)은 국보급인 '훈민정음 해례본 상주본'을 소유권자인 조용훈(67'상주) 씨로부터 기증받는다고 6일 밝혔다. 이 해례본은 현재 절취'은닉돼 행방이 묘연한 상황이어서 문화재청이 실물을 받는 것은 아니다.

기증자 조 씨는 "한글의 제작원리 등을 해설해 놓은 매우 귀중한 기록유산임에도 현재 제본이 해체'은닉돼 있어 보존대책이 시급한 실정"이라면서 "조속히 회수돼 국민이 함께 향유하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기증하게 됐다"고 밝혔다.

이 해례본은 33장 1책의 목판본으로 세종 28년(1446) 훈민정음 반포와 동시에 출간된 한문 해설서로, 2008년 7월말 상주에서 발견돼 '상주본'이란 별칭을 얻었다.

현재 국보 제70호로 지정된 간송미술관 소장 훈민정음 해례본(간송본)과 같은 판본이다. 서문 4장과 뒷부분 1장이 없어졌지만 상태가 좋고 간송본에는 없는 표기, 소리 등에 대한 당시 연구자의 주석이 있어 전문가들은 학술적 가치가 매우 높다고 보고 있다. 이 해례본을 가격으로 굳이 따진다면 1조원 이상 될 것으로 전문가들은 추정하고 있다

그러나 2008년 이 해례본의 존재가 세상에 알려진 후 상주에서 골동품 거래업을 하는 조용훈 씨가 배 모 씨에게 이를 도난당했다고 주장하면서 양측의 소송이 시작됐고, 해례본의 행방은 지금까지 묘연하다.

배 씨는 2008년 상주 성하동 조 씨의 골동품가게에서 고서 두 상자를 사면서 이 해례본을 훔친 혐의로 기소돼 지난 2월 문화재보호법 위반 혐의로 1심에서 징역 10년을 선고받고 복역 중에 항소, 현재 2심 재판이 진행 중이다.

대법원은 지난해 5월 조 씨가 배 씨를 상대로 낸 물품인도 청구소송에서 배 씨가 2008년 조 씨의 가게에서 다른 고서를 사면서 상주본을 몰래 가져간 점이 인정된다며 조 씨의 소유권을 확정 판결한 바 있다.

그러나 배 씨는 구속 수감 이후에도 지금까지 해례본의 행방에 대해 입을 다물고 있다. 문화재청과 검찰은 배씨 집을 압수수색했으나 찾지 못했고 법원도 집행관을 통해 회수하려 했으나 실패했다. 일각에선 배 씨가 자신만이 아는 장소에 낱장으로 보관하고 있거나 이미 외국으로 반출했다는 등의 소문이 일고 있다.

문화재청은 상주본의 소유권 일체를 기증받음에 따라 구속 재판 중인 피의자 배 모 씨를 설득하는 한편 사법 당국의 긴밀한 협조를 통한 강제집행 등 다각적인 회수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

상주'이창희기자 lch888@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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