엊그제가 손자 손녀들의 날이었다면 내일은 부모님들이 주인공이 되는 어버이날이다. 요즘 젊은이들이 이렇다 저렇다고들 하지만 그래도 어버이날에 카네이션 한 송이라도 잊지 않고 달아주는 사랑과 효(孝)의 정성은 식지 않고 있다는 믿음을 갖게 한다. 내일 당장 길거리에서 부모들의 옷깃에 꽂힌 카네이션 송이를 보면 아직은 우리 사회가 그나마 도(道)가 허물어진 세상은 아니구나 자위할 수 있을 것 같다.
그러나 간간이 어른들 세대에는 자조적인 풍자나 해학이 나돈다. 늙어서 자식에게 가진 것 다 주지 말라는 노년 수칙 같은 것들이 인터넷에 떠돌고 정년퇴직자 노후 교육 프로그램에는 자식에게 재산 안 물려주는 방법을 가르치기도 한다. 세상이 그렇게 강퍅해져 가기에 올 어버이날엔 전국의 어르신들이 한 번쯤 새로운 발상의 전환을 해보시면 어떨까 제안을 드려본다.
용채를 대폭 올리는 것이다. 용채는 말 그대로 용돈을 높여 이르는 말이다. 아이들이 쓰는 돈은 용돈이고 어른들이 쓰시는 용돈은 용채다. 그걸 내일 어버이날을 기해서 전격적으로, 일제히 인상시키자는 거다. 카네이션도 고맙고 아름다운 효의 표현이다. 그러나 요즘 같은 세상은 뭐니 뭐니 해도 용채가 보다 현실적인 효의 표현이고 방법이다. 부모'자식 간의 사랑을 금전으로 대체하고 계산하는 게 마뜩잖다는 생각을 할 수도 있다. 그러나 용채는 예로부터 내려온 공경과 섬김의 전통 중 하나다.
오늘 제안 드리는 '용채 인상'은 용채의 본디 뜻 그대로 부모 대접을 좀 더 현실적으로, 좀 더 제대로 충분히 받아내고 대우받으시란 뜻이다. 자식 돈을 허투루 펑펑 써버리자거나 노욕을 채우자는 의미가 아니다. 더구나 자식들도 제 식구 거느리고 살기가 팍팍한데 노부모님 용채까지 공공요금 올리듯 따라 올려 드리기가 쉽지 않은 세상이다. 그래도 용채 올리기를 제안 드리는 것은 세상이 살기 어렵고 자식들 살림살이가 팍팍할수록 우리 사회, 내 집안에 더 필요해지는 것이 효의 도이기 때문이다.
부모들은 누구나 아들'딸, 손자'손녀들이 건강하고 풍요롭고 복되게 살기를 염원한다. 그런 바람을 이루려면 수억, 수십억 원의 재산을 유산으로 넘겨주면 되려니 착각하기도 한다. 보통의 부모들은 거의가 그렇게들 생각한다. 물론 적게 물려주기보다 뭉텅 물려주면 한결 삶의 출발이 순조로울 수는 있다. 그러나 살아봐서 보고, 겪고, 느끼지 않았던가. 재물만 물려줬다고 후손이 다 복된 인생을 끝까지 보장받는 게 아니더라는 세상살이의 순리를…. 더 중요한 것은 자식이 복된 삶을 살게 하려면 세속의 물질의 힘보다 하늘의 복을 받게 하는 것이 더 큰 인생의 보험이 된다는 사실이다. 성경에도 '부모에게 효도하라. 그러면 너희를 이 땅 위에서 장수케 하리라'고 말씀하고 있다. 한마디로 효도는 교육이다. 효자도 가르치고 훈련시켜야 태어난다. 억대 연봉의 자식이라도 어릴 때 효를 가르치고 교육시키지 않으면 연봉 천만 원짜리 남의 집 자식보다 못난 자식이 된다. 물론 부모님 용채로 드리는 만큼 내 생활에 불편은 오게 돼 있다. 그러나 그 모자란 불편을 공경과 사랑으로 바꿔 바치는 것이 바로 효도다.
효도 교육은 아직 부모가 힘이 있을 때 해야 한다. 용채 또한 적은 재산이나마 조금 남아있을 때 '올려라'고 해야 그나마도 말씨가 먹힌다. 자식이 애처롭다고 내년부터 받지, 다음에 받지, 미루다 어느새 병들어 힘 빠지고 가진 돈 바닥날 때 '얘야 용돈 좀 내 놓아라!' 해봤자 그때는 십중팔구 '귀찮은 지출 항목'의 짐 꾸러미가 되기 십상이다. 내 먹을 것 있는데 왜 자식한테 구차스레 받아내느냐 할 수도 있지만 받아 모았다가 자식이 어려울 때 되나눠주면 맘 쓰일 것도 없다. 자식 주머니에서 내 주머니로 옮겨놓고 집안 사정 따라 때맞춰 쓰면 자식에게는 효도했다는 자긍심과 마음의 평화를 느끼게 해주고 하늘의 복을 받게 해주는 건 덤으로 떨어지는 거다. 내일 아침 아들'딸'며느리 앉혀놓고 선언하시라.
'오늘부터 용채 인상한다. 30%! 그것도 자동이체로.'
올 어버이날에도 또 우물쭈물 안쓰러워 뭉그적대다가는 자식은 하늘의 복을 놓치고 자신은 자칫 무료급식소 앞에 줄을 설지도 모른다. 효자의 용채는 늙어 기다리면 저절로 나오는 게 아니라 미리미리 가르쳐야 나오는 교육의 열매다.
김정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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