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정치학자가 우리나라 역대 대통령의 통치 스타일을 한 마디로 비유한 말이 항간에 회자된 적이 있다. 그는 이승만 초대 대통령을 '왕조적 국부형'으로, '한강의 기적'으로 불리는 경제성장을 이끌었던 박정희 대통령을 '국가기업 총수형'으로 묘사했다.
그리고 12'12 쿠데타를 통해 5공 신군부 정권을 탄생시킨 전두환 대통령을 '사단장감 대통령'으로, 그에 이은 노태우 대통령을 '유사 민주형'으로 표현했다. 직선제 개헌을 통해 당선된 대통령이었지만, 사실상 군정(軍政)의 연장이었음을 시사하는 말이다.
이어서 문민정부 시대를 연 김영삼 대통령은 '유아독존형', 평화적인 정권 교체를 이룬 김대중 대통령은 '김정일 짝사랑형'이라고 했다. 그렇다면 검찰 소환 조사를 앞두고 몸을 던져 세상을 떠난 노무현 대통령은 '독불장군형' 또는 '코드 정치형'쯤 되려나.
현직 이명박 대통령은 퇴임 후 어떤 스타일로 남을까. 그러고 보면 우리 국민들은 대통령 복이 참 없는 것 같다. 이래저래 비운(悲運)의 주인공이었을 뿐, 퇴임 후에도 존경을 받으며 국민들의 가슴에 살아있는 성공한 대통령이 한 사람이라도 있었던가.
실패한 대통령이 많았다는 것은 결국 국민들이 고통스럽고 불행했다는 의미와 상통한다. 대한민국 건국 이래, 그 파란과 격동의 세월 동안 우리 국민들은 참으로 다양한 지도자를 경험했다.
초대 대통령의 독재와 4'19 혁명에 따른 의원내각제의 혼란, 그리고 5'16 군사 쿠데타를 통한 박정희 정권의 장기 집권, 5'18 민주화운동을 짓밟고 등장한 5공 신군부 독재에 이은 대통령 직선제를 거친 군사정권의 연장, YS 문민정부와 DJ 호남정권의 등장, 소위 좌파 정권의 명멸과 경제대통령을 표방한 기업인 출신의 현직 대통령에 이르기까지….
60년 남짓한 대한민국 헌정사는 그야말로 빡빡한 정치 실험의 무대였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듯싶다. 그러나 아직도 그 실험은 진행 중이다. 올 연말 대선에서 우리는 또다시 생경한 지도자를 맞이해야 할 공산이 크다.
그 주인공이 전직 대통령의 딸이자 최초의 여성 대통령이 될지, 혜성처럼 나타난 '컴퓨터 의사' 출신 대통령이 될지, 전직 대통령 비서실장 출신이 될지 아직은 모를 일이다. 산전수전(山戰水戰) 다 겪은 우리 국민들이 또 어떤 대통령을 경험해야 할지 걱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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