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실 은폐·책임 전가 등
통합진보당이 와해 수순을 밟고 있다. 당의 위기상황에도 불구하고 사태수습을 위한 노력은커녕 '진실 은폐 시도'와 '책임 떠넘기기'에만 골몰하고 있다. 진보당이 구태정치의 전형을 보임에 따라 비난 여론이 빗발치고 있다. 정치권에선 진보당의 재건이 불가능할 것으로 보고 있다.
◆진실 은폐 시도
지난 3월 비례대표 국회의원 후보 선출을 위한 당내 경선 과정에서 백화점식 부정'비리 선거가 진행된 진보당 내부에서 진상조사결과 발표에 앞서 진실 은폐가 있었던 것으로 알려져 충격을 주고 있다.
복수의 진보당 관계자는 지난달 말 당내 진상조사위원회의 조사활동기간 중 당권파의 핵심인 이석기 비례대표 2번 당선자가 국민참여당 출신 유시민 공동대표를 만나 사태 수습방안을 논의했으며, 이 과정에서 당권파가 6월 전당대회에서 당권 양보를 조건으로 부정선거 논란을 일단락 짓자는 제안을 했다고 전했다. 관계자들은 "이 당선자가 유 대표에게 '6월에 있을 당대표 선출 대회에서 당대표로 밀어주겠다'고 제안한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유 대표는 이 제안을 거절했다.
진보당 당권파는 사태무마를 제안하면서 '선거부정'을 그동안 개선하지 못한 '나쁜 관행'으로 규정하고 이해를 구한 것으로 전해졌다.
당권파인 이의엽 진보당 정책위의장은 3일 한 라디오 프로그램에 출연해 "기존의 잘못된 관행, 미비한 제도, 통합 이전에 가지고 있던 서로 다른 조직문화 등의 차이 때문에 (이번 파문이) 생겨난 것"이라는 입장을 보였다.
더욱이 진보당 당권파는 진상조사 결과 발표 전날인 이달 1일에도 유시민'심상정 공동대표 등에게 윤금순 비례대표 1번 당선자를 사퇴시키는 선에서 사태를 마무리하자는 제안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진보당 당권파가 부정선거를 자행한 데 이어 진실 은폐 시도까지 한 것이 알려지면서 당 내외의 비난이 빗발치고 있다.
국민참여당 출신의 한 진보당 당원은 "선거부정과 진실 은폐 시도를 서슴없이 할 수 있는 사람들이 어떻게 진보진영에서 지도자로 활동해 왔는지 이해할 수 없다"며 "이제는 이러한 부조리를 발본색원하는 아픈 절차만 남아 있다"고 말했다.
민주통합당 관계자 역시 아쉬움을 토로했다. 민주당 당직자들은 "대통령선거를 앞두고 진보진영이 자살골을 넣은 격"이라며 "특히 국민들의 따가운 시선이 민주당을 포함한 개혁세력에게로 오지 않을까 걱정"이라고 우려했다.
◆책임 떠넘기는 모습 보이며 자멸 분위기
당이 맞닥뜨린 최대위기를 수습해야 할 진보당 지도부가 전혀 지도력을 발휘하지 못하며 책임 떠넘기기에만 집중하는 모습도 국민들을 실망시키고 있다.
이정희, 유시민, 심상정, 조준호 진보당 공동대표는 3일 오전 국회에서 공동대표단회의를 가진 뒤 열린 기자회견에서 이번 사태에 대해 책임을 지겠다는 의지를 나타냈다.
그러나 구체적으로 어떤 형태로 책임을 질지에 대해서는 입장을 달리하고 있다. 당권파인 이 대표는 "부정행위 정도에 따라 관련자들이 책임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지도부보다는 '관련자'에 초점을 맞췄다. 반면 당내 비주류인 심 대표는 "필요하다면 비대위 구성을 포함해 재창당의 각오로 책임을 다해야 할 것"이라며 대표단 총사퇴를 주장했다. 참여당 출신 유 대표 역시 "국민 앞에 분명하게 책임지는 모습을 보여야 한다"고 말하며 당권파를 압박했다.
유광준기자 june@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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