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11월 일본 기업 유치를 위해 규슈 지방을 방문한 일이 있다. 그런데 일본 기업을 대상으로 투자 유치 활동을 하던 중에 현지 기업인들이 토로하는 불만 수준은 필자가 듣기에도 민망한 수준이었다.
일본 정부의 통상산업국 직원이 동석해 있는데도 엔고, 높은 법인세율과 인건비, 자유무역협정 지연, 전력난 등 정부에 대한 비판 목소리가 높았다.
최근 지진 등 자연재해와 더불어 일본의 비즈니스 환경은 보다 많은 일본 기업의 해외 이전을 재촉하고 있는 것 같다. 그런데 의외로 일본 기업의 해외 투자 중에 한국이 차지하는 비율은 기대보다 높지 않다. 지난해의 경우 이전 연도에 비해 조금 늘었지만 전체의 3% 수준에 그쳤다. 중국이나, 태국 등 동남아 그리고 미주로의 진출이 더욱 활발하다. 일본 기업 CEO들은 무엇 때문에 한국 진출을 망설여 왔던 것일까?
얼마 전 필자는 한국에 진출해 있는 일본은행 관계자들을 초청해 투자 유치 설명회를 가진 바 있다. 많은 일본 기업들이 일본계 은행을 통해서 정보를 입수하는 경향이 강하므로 우리에게는 매우 의미 있는 간담회였다.
질의 응답 시간을 통해 그들이 내놓은 걱정은 다음과 같았다. 정치 환경이 변화하면 외국 투자 유치 관련 제도들이 변경될 가능성은 없는지, 노사 문제의 안정성을 지속적으로 담보할 수 있는지, 외국 기업 우대 정책에 관해 국내 기업들의 불만을 무마할 수 있는지, 지방자치단체들은 왜 기업 비밀을 존중하지 않고 MOU 체결에 그토록 공을 들이는지 등이 그들의 질문이었다.
또한 기술을 카피당할 수 있다는 우려도 한국 투자를 주저케 만든 큰 요인임을 알 수 있었다. 쉽게 대답할 수 없는 질문들이었지만 그들의 걱정이 무엇이고, 어떤 부분을 보완해야만 일본 기업 유치를 활발히 이끌어 낼 수 있을지에 대한 좋은 팁을 얻게 되었다.
최근 대구경북경제자유구역청은 공작기계 전문 제조 기업인 '나카무라토메'와 자동차 에어백에 들어가는 핵심 부품인 인플레이터(inflaor) 제조 회사 '다이셀'을 유치한 바 있다.
저렴한 전기요금, 낮은 법인세, 우수한 노동 인력, 자유무역협정 등 우리나라에 공통된 요인이 주된 유인이었다. 그런데 왜 하필 다른 지역이 아닌 대구경북을 선택한 것인가? 상대적으로 저렴한 인건비에 우수한 노동력, 부품 조달 용이성, 그리고 안정된 노사 문화가 입지 결정에 커다란 기여를 했다는 점을 파악할 수 있었다.
땅값은 상대적으로 우리가 유리한 점이 크지는 않다. 일본 본토에도 60만, 70만 원 정도의 산업단지들이 지속적으로 공급되고 있다. 따라서 우리가 가지고 있는 장점들을 보다 강화하는 것이 일본 기업의 지역 내 투자를 이끌어 낼 수 있는 동인이라고 본다. 이러한 전제하에서 몇 가지 전략을 구체화하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첫째, 기존에 우리 지역에 투자한 기업들을 적극적으로 지원하는 일이다. 일본 기업 CEO들은 우리 청이 제공한 각종 인허가 절차 등 원스톱 서비스에 깊이 감명받았고, 앞으로도 그런 지원을 기대하고 있었다.
둘째, 우리 지역으로 이전했을 때 시너지가 나타날 수 있는 분야를 중점적으로 유치하여야 한다. 예를 들어 공작기계 등 기계산업의 경우는 우리 수준이 급격하게 성장하고 있는 반면에 일본은 이른바 '6중고'의 영향을 많이 받는 업종이다. 이런 상호 시너지가 큰 분야에 기업들을 적극적으로 연계하고 협력 관계를 구축시켜 나가면 좋은 성과를 기대할 수 있을 것이다.
셋째, 기업 유치와 더불어 산업클러스터 구축 노력을 동시에 추진해 나가야 한다. 개별적이고 단발적인 기업 유치는 지역에 미치는 파급효과가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
넷째, 지역 장점들을 산업별로 잘 묶고 패키지를 만들어 구체적으로 홍보하는 전략도 필요하다. 현재 일본 기업의 투자가 수도권이나 항만에 많이 집중되는 현상은 지역 홍보가 제대로 되지 않은 측면도 없지 않아 보인다. 대구경북에는 DGIST, 포스텍 등 R&D 기관도 많고, 첨단의료복합단지, 에너지클러스터, 3D융복합산업단지 등 많은 국책사업들이 펼쳐지고 있다. 이런 것들을 잘 모아서 홍보를 한다면 효과적인 기업유치 활동이 될 수 있을 것이다.
마지막으로 역사적으로 남아 있는 한'일 간 정서상의 앙금을 극복하는 것도 중요한 과제이다. 일본 기업 유치를 통한 지역경제 활성화에 열정과 아이디어를 보태야 할 때이다.
최병록/대구경북경제자유구역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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