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망한 사고로 숨진 이들은 남다른 사연으로 주위를 안타깝게 했다. 피해자들은 딸아이를 고국에 남겨둔 채 코리안 드림을 꿈꾸던 베트남인 부부 중 아내, 아픈 딸을 보살피던 노모, 억척스레 시장에서 장사하며 자식을 키워온 할머니였다.
30일 오후 사고로 숨진 루엔(31) 씨의 남편 찌엥(32'베트남) 씨는 평소 좋지 않은 심장을 움켜쥐고 영안실 바닥에 누워 있었다. 찌엥 씨는 눈물도 말라버린 듯 멍한 눈빛으로 천장을 바라봤다. 루엔 씨의 동생(27)은 "누나의 시신이라도 보고 싶다" 며 울부짖었다. 루엔 씨의 베트남 친구 20여 명도 바닥에 주저앉아 하염없이 눈물을 흘렸다.
루엔 씨 부부가 한국을 찾은 건 지난해 2월. 여섯 살 난 딸아이가 눈에 밟혔지만 '행복한 미래를 위해 잠시만 헤어지자'는 생각에 베트남에 있는 부모님께 맡겼다고 했다. 구미를 거쳐 대구의 한 전자부품 업체에 취직한 지 1년여. 루엔 씨의 직장 동료들은 "루엔 씨는 성격도 좋고 일도 잘해서 직장에서 인기 최고였다"고 입을 모았다. 이날도 마침 일찍 근무를 마치고 남편과 직장 동료들에게 식사를 대접하기 위해 시장을 찾은 길이었다. 루엔 씨와 한 부서에서 일했던 한 동료는 "불과 몇 시간 전에 웃는 얼굴로 손을 흔들며 퇴근했는데 이런 일이 벌어지다니 도무지 믿기지 않는다"며 "돈을 모아 하루라도 빨리 딸아이가 있는 베트남으로 돌아간다고 했는데 그 꿈이 산산조각 났다"며 눈시울을 붉혔다.
박모(76'여)씨는 딸과 함께 시장을 찾았다가 변을 당했다. 박 씨는 20년 전 남편을 떠나 보낸 뒤 홀로 네 명의 자식들을 키워낸 억척 엄마였다. 딸은 신부전증으로 3개월 전 신장이식 수술을 받았다. 딸에게 건강식도 먹이고, 바람도 쐬자며 나선 외출이 박 씨의 마지막 길이 되고 말았다.
다행히 딸(39) 김 씨는 목숨을 건졌지만 중상을 입고 병원에서 치료를 받고 있다.
박 씨의 사위는 "큰 고난을 딛고 안정돼 가는 상황에서 장모님이 이런 사고를 당하다니 믿기지 않는다"며 오열했다.
시장에서 생업을 이어간 성모(67'여) 씨의 분향실에서도 유족들은 한숨을 토해냈다. 한 지인은 "고인은 젊은 시절부터 지금까지 시장에서 누구보다 열심히 일했다"며 "한두 푼 모아 자식들을 키우고 정직하게 살았는데 이렇게 가시다니…"라며 끝내 울음을 터트렸다. 고인의 사위 박동규(55) 씨는 "시장에서 한평생 열심히 사셨는데 이렇게 갑자기 돌아가시니 원통하다"고 울먹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