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영화] EBS 일요시네마 '헛소동' 29일 오후 2시 30분

입력 2012-04-28 07:00:57

아라곤의 군주 돈 페드로(덴젤 워싱턴 분)는 서자 출신의 이복동생인 돈 존(키아누 리브스)을 전쟁에서 물리친 후 그를 대동하고 메시너의 총독 레오나토(리처드 브라이어스 분)를 방문한다. 이들의 귀환을 고대하던 레오나토 집안의 여인들은 난리법석을 피우며 환영식 준비에 들어간다.

군주 일행에는 젊은 귀족인 베네딕(케네스 브래너 분)과 클로디오(로버트 숀 레너드 분)가 있었는데 이들은 전공을 크게 세운 미남들이다. 클로디오는 레나토의 딸 히어로(케이트 베킨세일 분)에게 한눈에 반해 청혼하기로 결심하고, 이 소식을 들은 돈 페드로는 결혼을 성사시켜주겠노라고 자청한다. 그리고 서로 앙숙지간인 베네딕과 히어로의 사촌 베아트리스(엠마 톰슨 분)는 마주치자마자 애정 어린 독설을 날리며 주변 사람들에게 유쾌한 웃음을 선사한다. 한편 자신을 무찌르는 공적을 세운 클로디오의 청혼 소식을 접한 돈 존은 골려줄 계획을 세우고, 이 비열한 속임수에 걸려든 클로디오는 결혼식장에서 히어로를 부정한 여자라고 몰아세우는데….

'헛소동'은 1598년에 운문과 산문으로 완성되어 1600년에 초연된 셰익스피어의 희극이다. 무대에 올려질 때마다 관객들의 갈채를 받은 작품인데 1993년에는 케네스 브래너 감독에 의해 영'미합작 영화로 만들어져 다시 한 번 셰익스피어 팬들의 환영을 받았다. 여러 인간 유형의 각기 다른 성격과 행동들이 빚어내는 웃음을 통해 인간사의 아이러니들을 통렬하게 풍자하고 있다. 수백 년 전에 씌어졌음에도 불구하고 그의 희극들은 오늘날 인간사의 거의 모든 문제들을 다루고 있다는 점에서 놀라운 생명력을 보여주고 있다.

영국 출신의 배우이자 감독인 케네스 브래너가 셰익스피어 원작을 영화화한 일련의 작품들 중 하나로, 덴젤 워싱턴, 엠마 톰슨, 키아누 리브스, 마이클 키튼, 케이트 베킨세일 같은 대형배우들의 호화배역이 인상적인 작품. 방대한 원작을 영화화하기 위해 원작 대사의 상당부분이 잘려나갔지만, 스토리 전개나 구성은 원작을 그래도 살렸고, 특히 다른 셰익스피어 작품의 경우처럼 배우들의 대사를 원작과 동일하게 해서 셰익스피어 시대의 영어를 그대로 감상할 수 있게 만들었다. 희곡만 읽어도 글자 밖으로 튀어나올 것만 같은 생기발랄한 아가씨 베아트리체를 연기한 엠마 톰슨이 애초 '원초적 본능'(1992년)의 '도발적 여인' 역할 제안을 받았었다는 것은 흥미로운 비화이다. 참고로 촬영 당시 케네스 브래너와 엠마 톰슨은 부부사이였다. 러닝타임 110분.

이대현기자 sky@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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