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쁜 발걸음 멈추고 나도 모르게 '룰~루랄라♬♪'
대구도시철도역 구내에서도 선율은 어김없이 흐른다. 도시철도의 음률은 일상에 지쳐 무거운 발걸음을 옮기는 시민들에게 한 줄기 청량제를 선사한다. 어깨에 드리워진 무거운 짐을 훌훌 털고 삶의 활력을 느껴보자.
◆도시철도 2호선 문양역
매주 수·금·토·일요일 오후 3~5시 도시철도 2호선 문양역에서는 심금을 울리는 색소폰 공연이 벌어진다.
달성군 근처 산행객과 문양역에 나들이 나온 어르신 100여 명이 색소폰 선율에 맞춰 어깨춤을 들썩이며 박수로 환호한다. 지나온 세월의 흔적과 회환, 앞으로의 삶을 뒤로한 채 아름다운 선율과 함께 하나가 되고 있다. 관객 연령대도 40~70대까지 다양하다.
문양역에서 자원 봉사로 색소폰 연주공연을 하는 '청솔색소폰동호회'는 7명의 회원으로 이뤄져 있다. 황해홍 회장을 비롯해 최조웅, 김귀남, 심상훈, 임점주, 이지숙, 장종자 씨가 취미로 익힌 색소폰 솜씨를 시민들에게 들려주고 있다.
연주가 시작되면 마칠 때까지 2시간 동안 각 회원이 2곡씩 번갈아가며 쉼 없이 들려준다. 황해홍 회장은 "주로 나들이 나온 어르신들을 위해 흥겨운 색소폰 소리를 들려주고 있다"며 "어르신들이 흥겨운 가락에 어깨춤을 덩실덩실 추면서 함께 즐기는 모습이 너무 좋다"고 말했다.
특히 어르신들은 지나간 우리 가요도 좋아하지만 '삼각 관계' '시계 바늘' '고장난 벽시계' 등 최신곡을 선호한다고 말한다. 2시간 동안 계속되는 공연 중간에 최영덕(80) 씨의 하모니카 독주는 눈길을 끈다. 동호회 정식 회원은 아니지만 지난 향수를 자극하는 감미로운 하모니카 음률로 시민들의 환호성을 자아낸다.
이곳에서 만난 우신희(72·대구 달서구 두류동) 씨는 "등산, 계모임 등 친구들과 함께 여가도 즐기고 색소폰 연주도 들으니 한층 젊어지는 것 같다"며 "연주가 있는 날이면 어김없이 찾아오고 있다"고 말했다. 동호회 황 회장은 "시민을 위한 자원봉사 연주가 도시철도역 활성화에도 도움이 될 것"이라며 "장기적으로 공연 봉사를 할 수 있도록 문양역 근처에 문화공간 조성을 추진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 동호회는 매주 두 번씩 문양역 정기 공연 외에 요양원, 복지관 등 찾아가는 연주봉사도 펼치고 있다.
◆도시철도 2호선 만촌역
"허전한 가슴에 파란 낙엽이 휘날릴 때 죽고 싶도록 보고픈 당신~."
이달 17일 도시철도 2호선 만촌역 구내에는 아름다운 색소폰 선율이 흐르고 있었다. 배호의 노래 '파란 낙엽'이 색소폰 소리를 타고 시민들의 심금을 울리고 있었다.
바삐 가던 시민들은 발걸음을 잠시 멈추고 한 곡을 들은 뒤 분위기가 무르익자 하나 둘씩 모여들어 자리를 잡고 앉았다. 귀에 익은 노래가 흘러나오자 따라 부르기도 하고 연주가 끝나자 힘찬 응원의 박수를 치며 하나가 되었다. 자신이 좋아하는 노래를 신청하는 시민도 눈에 띄었다. 이어 우리의 가요와 오카리나 연주가 이어지자 시민들은 더욱 깊이 음악의 선율에 빠져들었다. 장복주(57·여·수성구 만촌동) 씨는 "매주 화요일이면 어김없이 이곳에 들러 음악을 듣는다"며 "색소폰 소리를 듣고 나면 일상의 피로가 확 풀린다"고 말했다.
'철길 따라 노래 따라'를 주제로 이곳에서 연주회를 여는 주인공은 '레일 아트'(Rail Art) 동호회다. 이 동호회는 색소폰의 전선재(64·단장), 박동춘(62), 박상혁(63), 유시정(64) 씨와 싱어 오주희, 오카리나 연주자 라정선 씨로 구성돼 있다. 동호회 산파역을 맡은 전선재 단장은 육군 대령 출신으로 군 생활을 하면서 취미로 익힌 색소폰 솜씨를 시민들과 나누고 싶어 시작했다.
2009년 9월부터 3년째 한 주도 빠짐없이 연주봉사를 하고 있으며 지금은 즉석에서 신청곡을 받아 연주할 수준에 이르렀다. 처음 혼자서 시작한 봉사는 이제 회원이 5명으로 늘어 함께 공연을 하고 있다. 전 단장은 "우리가 가진 작은 재능이 시민들에게 기쁨을 주고 생활의 활력소가 되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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