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리공연] 멜로디가 흐르는 대구

입력 2012-04-26 14:06:04

"일상에 지친 심신을 충전해 드릴게요"

대구 도심에 소박하지만 아름다운 공연이 펼쳐지고 있다. 대구 중앙로는 물론 공원, 야외 공연장, 학교 등 곳곳에서 음악과 연극으로 시민들의 발길을 끌고 있다. 외국의 경우 거리 공연이 일상화돼 있지만 우리는 아직도 낯선 게 사실이다. 신록의 계절을 맞아 멜로디가 흐르는 현장을 찾아 잠시나마 지친 일상의 피로를 풀어보자.

◆국채보상기념공원 '한낮의 뮤직비타민 콘서트'

매주 수요일 정오 국채보상운동기념공원 분수대에 가면 아름다운 선율의 감동을 느낄 수 있다. 대구시와 대구음악협회가 공동으로 여는 '한낮의 뮤직비타민 콘서트'다. 이달 18일 낮 12시, 시민들은 맑고 부드러운 봄바람과 새소리 지저귀는 아늑한 공원에서 빚어내는 선율의 화음에 빠져들고 있었다.

경북예술고 금관5중주가 팡파르를 울렸다. 트럼펫 1, 2, 트롬본, 튜바, 호른으로 구성된 5명의 학생들은 느리고 잔잔한 '어메이징 그레이스'를 신나고 힘찬 재즈풍으로 바꿔 나른한 오후의 감성을 깨웠다. 연주회가 시작되기 전 듬성듬성하던 자리는 200여 명의 시민들로 발 디딜 틈이 없었다.

힘찬 몸짓과 선율의 금관악기 오프닝이 그치자 '봄이 오면' '산유화' 등 '들꽃의 찬미 여성중창단'의 영혼을 깨우는 노래가 펼쳐졌다. 아름다운 선율에 새들도 화답하듯 하늘로 날아오르고 여성중창단의 '흥겨운 인생' '라밤바' 등은 시민들의 잠든 영혼도 깨웠다. 시민들은 흥겨운 가락에 박수 치며 노랫가락과 하나가 됐다. 짙어가는 신록의 정취를 한껏 돋웠다. 한 곡 한 곡, 노래가 끝날 때마다 힘찬 박수가 쏟아졌다.

봄 찬양이 끝나자 '모던 앙상블'의 현악4중주(플루트'바이올린'첼로'피아노)가 애잔한 선율을 뽑아낸다. 일상에 지친 직장인들이나 산책 나온 시민들은 음악을 들으며 가슴속에 지워지지 않은 찌꺼기를 말끔히 씻어내고 있다. 애절한 사랑을 그린 '러브스토리'의 영화 음악이 울려 퍼지자 마치 영화 속의 한 장면으로 빠져드는 것 같았다.

직장 동료인 금동인(28)·이효정(27)·이동수(31) 씨는 "밀폐된 사무실 공간이 답답해 바람을 쐬러 공원에 나왔는데 마침 아름다운 음악을 들으니 마음이 편안해지고 맑아져 아주 좋다"고 말했다.

한낮의 뮤직비타민 공연은 7월까지 매주 수요일 정오부터 1시간 동안 일상에 지친 시민들에게 아름다운 선율을 선사한다. 대구시 김동환 예술담당 주무관은 "대구 도심을 문화와 예술이 흐르는 거리로 만들어 시민들뿐 아니라 대구를 찾는 관광객에게 신선한 볼거리를 제공하기 위해 기획했다"며 "특히 주5일 수업제에 맞춰 찾아가는 클래식 체험 콘서트 및 창의 체험 활동 프로그램도 운영할 예정이다"고 말했다. 053)656-7733.

◆중앙로 '1050 퐁당퐁당 콘서트'

20일 오후 5시 중앙로 구 중앙시네마 맞은편 작은 공간에는 장엄한 성악이 울려 퍼졌다. 무대 뒤로는 실개천이 흐르고 맑은 봄바람이 공연 분위기를 북돋웠다. 중후한 음률은 마법처럼 지나가는 시민들의 눈과 귀를 사로잡았다.

이날은 테너, 바리톤, 베이스 등 8명의 중견 성악가로 구성된 '펠리체 남성 앙상블'의 성악 공연이었다.'넬라 판타지아' '오 솔레미오'와 나폴리 민요 '넌 왜 울지 않니' '아침의 노래' 등 중후한 음색의 남성미 넘치는 소리가 가슴을 울렸다. 노래가 끝나자 시민들은 힘찬 박수로 화답했다.

중후한 테너의 목소리가 그치자 잠시 만돌린의 청아한 소리가 잔잔한 여운을 던져주었다. 귀가 중 우연히 들렀다는 박상준(고 3) 군은 "다람쥐 쳇바퀴 돌듯 학교와 집을 오가며 공부에 지쳐 있었는데 아름다운 음악을 듣고 잠시나마 마음의 충전을 하게 돼 좋다"고 말했다.

이 콘서트는 7월까지 매주 금요일 오후 5시 중앙로 6개 장소에서 10회에 걸쳐 성악, 재즈, 가요, 브라스밴드 등 다양하게 펼쳐진다. 053)656-7733.

사진·이채근기자 mincho@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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