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장 추천 매년 60~70명에 새교복 무상지원 유덕근 씨

입력 2012-04-26 10:52:34

'사랑의 교복' 7년째…"맘껏 학교 다니게 돕고파"

"가정형편이 어려운 학생들이 새 교복을 입고 학교에 맘껏 다닐 수 있도록 돕고 싶습니다."

대구 원화여고 인근에는 마음씨 좋기로 소문난 '교복 아저씨'가 있다. 학생복 매장을 9년째 운영하는 유덕근(54) 사장이다. 유 사장은 교복점 인근의 가정 형편이 어려운 중'고교생들에게 해마다 수백 벌의 새 교복을 지원하는 나눔의 삶을 실천하고 있다.

공기업에서 16년 동안 근무하다 퇴직한 뒤 건설업에 잠시 손댔다가 실패의 쓴잔을 맛본 유 사장은 교복점을 운영하며 홀로 두 아들을 대학 졸업까지 시켰다. 그는 자신의 교복 매점을 이용하는 원화여고, 구남중, 중리중 등 30여 개 학교 학생 중 가정형편이 어려운 학생에게 매년 동'하복을 지원하고 있다. 2006년 74명을 비롯해 지금까지 7년째 교복을 무상지원하고 있다. 교복 지원은 매년 1월과 4월에 학교장의 추천으로 학생을 선정하는 데 올해만도 벌써 60명의 학생이 유 사장이 준 새 교복을 입었다. 교복 한벌당 가격은 20만~26만원가량이다.

"학생복 매장을 시작할 때 돈이 없어 너무 힘들었어요. 은행에서 어렵사리 창업자금을 빌려 교복점을 운영하게 됐습니다. 학교와 학부모, 학생들이 많이 도와줘 너무 고마웠어요. 그래서 은혜를 갚기 위해 교복 나눔을 하고 있는 거죠."

그는 아름다운 가게 월성점에도 2년째 교복을 기증하고 있다. 작년부터 올해까지 400여 벌, 시가 4천만원 상당을 기증했다. 그는 달서구청 스마일링 교복 나누기 행사에도 동참하고 있다. 새 교복을 원가로 지원하는데 2009년 142벌, 2011년 148벌에 이어 올해도 동복 64벌, 하복 80벌을 원가로 지원했다. 또 서구'성서'본동 등 사회복지관에도 교복이 필요한 학생이 생기면 새 교복을 원가로 지원하고 있다.

"매장 주변에는 형편이 어려운 가정이 많아요. 이런 학생들이 배를 곯지 않고 공부할 수 있도록 도움을 주고 있어요."

그는 또 인근 학교의 불우학생들에게 3년째 급식금을 지원해오고 있다. 원화여고를 비롯해 5, 6곳 학교에 해마다 급식비를 학교당 50만~100만원 정도 꾸준히 제공하고 있다.

형편이 어려운 학생들에게는 아르바이트 자리도 주고 있다. 휴학한 여대생에게 점장 자리를 맡겼고 그외 직원 4, 5명은 일반 아르바이트 학생을 쓰고 있다. 급여도 일반 직원만큼 후하게 준다. 1년 기한인 점장은 지금껏 8명의 여대생이 거쳐 가며 도움을 받았다.

유 사장은 직원들 사이에 자상한 아버지와도 같다. 매장에서 일한 적이 있는 한 학생은 "우리 매장 점장들은 대부분 아버지가 안 계세요. 사장님은 어려움이 있으면 상담도 해주며 인생을 이끌어주기도 해요. 매장을 떠났지만 학비나 유학 자금도 보태준 적도 많다" 고 했다.

유 사장은 매장에서 점장으로 근무하다 학업을 이어가는 학생들이 고맙다는 편지도 자주 보내온다고 했다. 이런 편지를 받으면 마음이 부자가 된 것 같아 기분이 좋아진다며 활짝 웃었다.

이 밖에도 그는 연주단체 단원으로 청소년, 장애우, 불우 시설 등에 음악 선율을 전하고 있다. 대구팝스연주단, 달구벌밴드 등에서 색소폰과 클라리넷 연주를 맡아 매월 1, 2차례 연주봉사를 하고 있다. 여름에는 두류공원 코오롱야외음악당에서 시민과 청소년을 위한 한여름밤의 음악회에 참여하고 있다. 작년 8월에는 경주 백결공연장에서 경주엑스포 축하 열린 음악회 공연에도 동참했다.

유 사장은 세간에 '교복업자'라는 부정적 이미지를 안타까워했다. 그는 교복도 하나의 교육 부자재로 봐주었으면 한다고 바랐다. 그는 "어려울 때 빌린 창업자금도 이제 갚기 시작해 기쁘다"면서 "소외 학생들을 돕는 일을 더 많이 하고 싶다"고 했다.

김동석기자 dotory125@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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