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시지원 대학·내게 유리한 전형, 지금쯤 결정해야 하는데…

입력 2012-04-24 13:49:24

아직 수시모집 전형 확정 못하는 대학들

"아직까지 전형요강이 안 나오니 답답하죠."

고3 수험생과 학부모, 진학담당 교사까지 모두 냉가슴을 앓고 있다. 8월 중순부터 입학사정관전형이 시작되는 등 2013학년도 수시모집이 눈앞으로 다가왔지만 수도권 상위 대학을 중심으로 전형요강이 확정되지 않은 곳이 많기 때문. 각 대학이 우수 학생을 더 끌어들이기 위해 서로의 전형요강을 참조하려고 눈치보기를 하는가 하면, 여러 전형요소를 한데 묶은 통합전형을 내놓는 대학이 나오자 이를 두고 1회 지원으로 인정해야 할지 논란이 벌어지면서 전형요강 확정이 더욱 늦어지고 있다.

내년부터 수능시험이 수준별 시험으로 개편되기 때문에 현재 고3들로선 더욱 이번 입시가 중요한 상황. 게다가 이번부터는 수시모집 추가합격자의 정시모집 지원이 허용되지 않는 탓에 수시모집 지원 전략을 짜는 데 더욱 신중해야 하지만 아직 목표를 정확히 정하기 어려운 형국이다. 현재까지 발표된 수시모집 전형의 윤곽과 지원 전략에 대해 살펴본다.

◆수시모집 전형은 아직 물음표, 고3 교실은 어수선

"자고 나면 전형요강이 바뀌는 것 같아요. 도대체 어느 장단에 춤을 추라는 거죠?"

대구 수성구 한 고교 3학년인 A군은 요즘 머릿속이 복잡하다. A군의 내신성적은 2등급 내외로 수시모집에서 고려대, 서강대, 성균관대, 중앙대 등에 원서를 낼 것을 고려하고 있지만 전형요강이 확정되지 않은 곳이 많아서다.

"중앙대만 해도 1회 지원으로 4회 지원 효과를 거둘 수 있는 통합전형을 발표했지만 이 전형이 없어진다는 얘기가 들려요. 맞춤형 대비를 하라지만 기준이 정해져야 거기에 따를 것 아닙니까? 선생님들도 진학지도를 하시는 데 힘들어하셔요."

고3 교실 분위기가 심상치 않다. 수능시험 공부와 함께 수시모집을 차근차근 준비해야 할 때지만 수시 지원 목표 대학을 정하는 것조차 쉽지 않기 때문. 한국대학교육협의회가 1월 대입전형 기본계획을 발표했으나 이후에도 각 대학이 수차례 전형요강을 바꾸는 등 아직 구체적으로 확정되지 않은 부분이 많아 수험생과 교사들 모두 진학 목표를 설정하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

달서구 한 고교 3학년인 B양의 내신 성적은 1등급 내외. 자연계열인 B양은 수도권 의대 진학이 꿈이다. 현재 수능 최저학력기준 때문에 수능 공부에 더 큰 비중을 두고 있으나 수시모집 걱정을 떨칠 수가 없다. 가능하다면 수시모집에서 대학 진학을 결정짓고 싶지만 좀처럼 확정되지 않는 전형요강이 마음에 걸린다.

"제게 유리한 전형을 찾아도 이것 역시 그대로 믿을 수 없으니 난감해요. 고려대의 경우도 수능시험 전에 논술시험을 친다고 하더니 얼마 전엔 다시 수능 이후에 실시한다고 말을 바꿨잖아요. 또 어떻게 바뀔지 누가 알겠어요?"

특히 이번 대입 수시모집에서는 입시 일정 등 기본적인 틀조차 정해지지 않아 혼란을 부추기고 있다. 9월 이후이던 수시모집 원서 접수를 입학사정관전형과 함께 8월 16일부터 시작한다는 얘기가 흘러나오는 데다 수시모집 지원 횟수를 6회로 제한한다는 방침조차 바뀔 수 있다는 말이 돌고 있는 상황이다. 덩달아 각 대학의 전형요강 확정도 늦어지고 있다. 수도권 주요 대학뿐 아니라 이들과 우수 학생 유치 경쟁을 벌여야 하는 경북대 또한 전형요강을 어떻게 정할지 아직 고민하는 눈치다.

이 때문에 학생뿐 아니라 진학지도를 해야 하는 교사들도 스트레스를 받고 있다. 덕원고 이준영 교사는 "지난해에도 구체적인 전형요강은 6월이 넘어서야 확정되는 대학이 많았으나 올해는 3월쯤 나와야 할 입시 일정 등 일반적인 내용도 아직 확정되지 않아 당혹스럽다"며 "수도권 대학 입시설명회를 자주 찾는 등 전형요강이 어떻게 변할지 신경을 곤두세우고 있다"고 했다.

대구진학지도협의회 박영식 회장(청구고 교사)은 "중앙대 외에도 성균관대 등이 통합전형을 고려했으나 한국대학교육협의회에서 학습과 전형료 부담 등을 이유로 제지한 것으로 안다"며 "일단 지난해 전형 자료들을 참조해 진학지도를 하는 상황"이라고 했다.

◆현재까지 나온 수도권 주요대 수시모집 전형의 특징

서울대는 수시모집 비중이 확대돼 전체 정원의 79.9%(2천495명)를 모집한다. 수시모집으로만 신입생을 선발하는 경우도 눈에 띈다. 자연대의 화학부와 지구환경과학부, 공과대학의 건설환경공학부와 건축학과 건축학 전공, 사범대학의 교육학과'윤리교육과'수학교육과가 수시로 입학 정원 전체를 선발한다. 음대, 미대, 수의대는 단과대 전체가 수시모집으로만 신입생을 뽑는다.

연세대는 수시 입학사정관전형인 창의인재트랙전형에서 종전보다 10명 늘어난 40명을 모집한다. 기존에 발표했던 글로벌융합전형은 없앨 것으로 보인다. 고려대는 수시에서 OKU 미래인재전형을 신설했다. 1단계 서류, 2단계 서류 및 면접, 강의 리포트를 합산해 80명을 선발하는 전형이다. 당초 고려대는 일반전형 논술 일정을 수능 전에 실시키로 했으나 다시 수능 이후에 치르는 것으로 변경한 상태다.

김기영 (사)교육연구소 지식플러스 연구실장은 "OKU 전형은 서울대 진학을 염두에 둔 학생들을 유치하기 위한 전형으로 보인다"며 "서울대 정시모집의 경우 구술면접을 치르는데 OKU 전형의 강의 후 리포트 작성 방식과 준비 과정이 유사해 학습 부담을 덜 수 있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서강대는 종전 특기자전형을 올해부터 입학사정관제인 자기추천전형(서류+면접)으로 바꿨다. 성균관대는 논술 비중을 늘렸다. 수시1차는 내신형과 입학사정관형, 수시2차는 논술형(우선선발은 논술 100%, 일반선발은 논술 70%+학생부 30%)으로 선발한다. 한양대 경우 수시1차 학업우수자 전형에서 우선선발(정원의 50%) 경우 면접을 신설하는 대신 일반 선발과 달리 수능 최저학력기준을 적용하지 않는다.

중앙대는 가장 독특한 전형을 내놓은 곳. 통합전형인 '하나로전형'에 지원하면 학생부 100%(98명), 학생부 100%+수능 최저학력기준(404명), 논술 80%+학생부 20%(486명), 논술 70%+학생부 30%+수능 최저학력기준(989명) 등 4개 전형 방법을 단계적으로 적용한다. 다만 대진고 김태진 교사는 "한국대학교육협의회가 반대 입장을 취하고 있어 실시 여부는 불투명하다"고 했다.

경희대는 수시 입학사정관전형으로 전년도보다 225명 늘어난 1천352명(전체의 27%)을 선발하고, 수시1차 교과우수자 전형은 우선선발을 폐지, 입학사정관전형인 학교생활충실자전형으로 바꿔 모집한다. 한국외대는 입학사정관 면접 평가가 있는 HUFS 미네르바전형과 글로벌리더전형(학생부 30%+외국어 에세이 70%)을 신설했다. 서울시립대는 수시1차에서 UOS 학교생활우수자전형을 신설, 285명을 선발한다.

전형의 변화 폭이 큰 데다 이마저 아직 확정되지 않은 부분이 적지 않아 수험생들로선 고민이 크지만 마냥 손 놓고 기다릴 수는 없는 일. 대구시교육청 진학진로지원단 박재완 단장(혜화여고 교사)은 "수능 모의평가 점수를 기준으로 정시모집에서 자신이 지원해볼 만한 대학군을 꼽아본 뒤 그 대학의 지난해 수시 전형을 참고로 준비해나가는 것이 좋을 것"이라며 "중위권 내지 중상위권 학생이라면 수도권 대학 진학에 목을 매기보다 지역 대학으로 눈길을 돌리는 것도 괜찮은 선택"이라고 조언했다.

채정민기자 cwolf@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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