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첩(蓄妾'첩을 둠)한 사람은 공천을 주지 마라.' '정치인들은 기생 파티를 하지 마라.'
1967년 4월 4일 서울 YWCA 회관에서 전국 23개 여성단체들이 모여 심포지엄을 연 뒤 10개 항의 결의문을 채택했는데 그 가운데 나온 내용들이다. '축첩한 공무원을 단속하라' '정치회의를 유흥장이나 온천장에서 하지 마라'는 항목도 있었다. 당시 정치인들이 얼마나 요정을 자주 드나들었기에 여성단체까지 들고일어나 이를 고치라고 외쳤을까.
1960, 70년대 한국 정치는 요정에서 이뤄졌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박정희 전 대통령은 물론이고 3김(金)도 '요정 정치'로 잔뼈가 굵은 이들이다. 웬만큼 어깨에 힘이 들어가는 고위 공무원이나 유력 인사들도 마찬가지였다. 요정에는 요리와 술만 나오는 게 아니라 반드시 여자가 있었다. 정치인치고 마담을 비롯해 친하게 지내는 기생 한두 명 없는 이가 드물었고, 따로 살림을 차리는 경우도 잦았기에 언제든 사고가 터질 수밖에 없었다. 유명한 '정인숙 사건'이나 전직 대통령들의 여성 편력 얘기가 오늘날까지도 회자되는 것도 이러한 정치 환경 때문이었다.
정치인의 섹스 스캔들은 세계 공통의 현상이다. 존 F 케네디, 빌 클린턴 전 미국 대통령은 여성 편력의 대가임을 입증한 지 오래이고 존 에드워드, 게리 하트 등 대권 후보들도 섹스 스캔들에 휘말려 낙마했다. 왜 이럴까? 컬럼비아대 임상심리학과 주디 쿠리엔스키 교수는 그럴듯한 이론을 내놓았다. "섹스와 권력은 둘 다 정치인들이 갖고 있는 엄청난 에너지의 표현이라는 점에서 밀접한 연관성이 있다."
4'11 총선이 끝난 지 며칠 지나지 않았지만 성추문 논란에 올라 있는 당선자들이 여러 명 등장했다. 대부분 새누리당 소속이어서 야당으로부터 '성(性)누리당'이라는 공격을 받고 있다. 제수 성추행 의혹을 받고 있는 김형태 당선자, 구청장 재직 시 학부모 회장과의 성추문 의혹에 휩싸인 부산의 한 당선자, 여직원 치마에 손을 넣었다는 공격을 받는 경북의 한 당선자가 주인공이다. 사실일 경우 이들의 성추문은 섹스 스캔들 중에서도 너무 저질스럽고 수준 이하의 짓거리로 볼 수밖에 없다. 당사자들은 '사실이 아니다'며 억울함을 호소하고 있지만, 설령 사실이 아니더라도 정치인으로서 자신의 주변을 정리하지 못한 책임에서 벗어날 수는 없다. 깨끗한 사람이 아니면 아예 정치판에 발을 들여놓지 말라는 계시가 아니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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