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전거야, 넌 못하는 게 뭐니?…친환경 전도사까지 '다재다능'

자전거에 미인이 등장하면 로맨틱한 이미지가 더해져 그 효과는 배가 된다. '제1회 대한민국 자전거 축전' 홍보대사가 된 소녀시대 유리.

4'11 총선에서 자전거를 이용한 이색 선거홍보에 나선 대구지역의 한 후보자. 홍보 효과는 좋았지만 당선되지는 못했다.

두 바퀴로 달리는 자전거가 출퇴근'레저용에서 진일보해 택배'순찰'홍보용 등 다용도로 활용되고 있다. 자전거는 친환경 그리고 서민적, 감성적 이미지에다 그 효과도 좋고, 자동차에서 느낄 수 없는 사람의 냄새가 난다

그래서인지 자전거는 디지털 시대에도 다양한 용도로 우리 생활 주변을 파고들고 있다. 이런 말도 있다. '자동차를 타고서는 주변 환경과 골목의 정감을 느낄 수 없고, 걸어다니면 구석구석 모든 것이 머릿속에 들어온다.' 분명 그렇다. 반면 자동차를 타면 목적지에 빨리 도착하기만을 기다린다. 자동차를 타는 것의 단점과 걷는 것의 단점을 보완해주는 중간지대에 있는 것이 자전거다.

자전거의 이런 장점 때문에 활용도가 넓어지고 있다. 택배'순찰'홍보 등에서 저비용 고효율 구조의 대명사로 자전거가 뜨고 있는 것이다. 아름다운 여인이 등장하면 자전거에 대한 호감도가 한층 배가되는 효과도 있다. '그녀의 자전거가 내 맘속에 들어왔다.' 탤런트 한효주는 자전거와 가장 잘 어울리는 연예인으로 국내 유명 자전거업체 CF에 등장하고 있으며, 걸그룹 소녀시대의 유리는 최근 자전거 홍보대사에 위촉돼 자전거의 장점을 알리고 있다. 유리는 이달 25일 행정안전부와 문화체육관광부, 국민체육진흥공단이 공동 주최하는 '제1회 대한민국 자전거 축전' 홍보대사로 축전에 참가한다. 다용도 변신을 추구하는 자전거의 세계를 들여다봤다.

◆자전거 택배, 구석구석 더 편리

자전거의 장점이 최근 택배에 적용되고 있다. 단독주택이 밀집한 동네는 주차하기도 힘들고, 집 찾는 것도 쉽지 않은데 자전거는 이런 문제점을 해결해 준다. 그래서 CJ대한통운은 올해 전동자전거를 이용한 택배사업을 시작했다. 현재 택배 전용 삼륜 전동자전거 10대를 부산지역에서 시범 운영하고 있다. 이 회사는 시스템을 보완한 뒤 적용지역을 수도권과 광역시 등 전국으로 확대할 계획이라고 한다. 택배 전용 삼륜 전동자전거는 6시간 충전으로 최장 40㎞까지 달릴 수 있다. 더불어 택배 화물을 싣기 위한 화물칸이 장착돼 있고, 무거운 짐을 싣고 이동하거나 경사로를 오를 때는 전기 모터를 이용할 수 있다. 차량 진입이 어려운 곳도 자전거는 속속 잘 들어가서 배달하고 있다. 택배 인력도 주부나 실버 인력이 활용돼 고용창출 효과도 드러나고 있다.

국내에서 처음 시도되는 '그린택배'를 운영하고 있는 CJ대한통운 관계자는 "온실가스를 절감해 환경보전에 기여하고 나아가 CJ그룹의 상생과 일자리 창출 정책에 발맞추고자 그린택배 사업을 시작했다"고 설명했다. 일본도 온실가스 절감정책의 하나로 전동자전거를 이용한 택배가 늘고 있는 추세다. 20여 년 전 도입돼 이미 도심 물류수단으로 정착했으며, 일본 택배시장 1위 업체인 야마토는 1998년 도쿄에서 자전거 택배를 시작해 좋은 반응을 얻었다.

자전거 택배는 차량 택배와 달리 월 수십만원의 유류비와 차량 지입료 등의 비용절감 효과도 기대된다. 차량운행 대수 감축에 따른 탄소배출 축소, 도심 주정차 문제 해소 등 무형의 이익도 크다.

◆자전거 순찰, '부드러운 경찰'

포항 북부경찰서(서장 오동석)는 지난해 여름 휴가철을 맞아 북부해수욕장에서 '자전거 순찰대' 발대식을 갖고 피서객을 위한 서비스 제공에 나섰다. 목적은 해수욕장 주변의 각종 범죄 및 안전사고 예방을 위한 것이다. 이 자전거 순찰대는 여름 휴가철 기간에 관내 북부'월포 해수욕장을 대상으로 경찰관 6명과 의경 10명이 주'야간 교대로 순찰을 했다.

순찰대는 부드럽게 해수욕장 이용객들에게 다가갔다. 범죄 예방뿐 아니라 피서객을 위한 지리 안내 등으로 주민 친화적 모습을 보여줘 그 효과는 배가됐다.

대전 중부경찰서도 주민들의 체감 치안 만족도를 높이기 위해 경찰서 과장과 계장 등 간부들로 이뤄진 자전거 순찰대를 운영하고 있다. 이 자전거 순찰대는 중부경찰서 과장 7명과 계'팀장이 일주일에 두 차례 조를 이뤄 동네 곳곳을 돌아다닌다. 중부경찰서 관계자는 "경찰 간부들이 직접 자전거로 순찰해 지역 주민들을 접촉, 어려움을 청취해 치안활동에 반영하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실제 자전거를 탄 경찰 간부는 동네 아저씨처럼 친근하게 다가가 경찰관을 무작정 경계하는 마음도 누그러뜨리는 데 일조하고 있다.

경기도에도 자전거가 활용되고 있다. 남양주 팔당역에서 양평군 양근대교에 이르는 옛 중앙선 폐철로를 활용해 조성된 26.8㎞ 구간의 '남한강 자전거길' 일대에서 범죄 예방과 안전사고에 대한 조치'활동을 하기 위해 경기경찰청 자전거 순찰대(12대)가 발대식을 하고 자전거길을 중심으로 순찰 활동을 하고 있다.

평택경찰서는 학교폭력 예방 및 근절을 위해 자전거 순찰에 나서고 있다. 평택경찰서 경찰관들은 학교폭력 예방을 위해 관내 초'중학교 주변 등 청소년 유해구역에 대한 자전거 순찰을 실시하고 있다. 서장이 직접 나서 각 학교를 순찰하면서 자체 제작한 학교폭력 예방 홍보물과 볼펜을 학생들에게 나눠줬다.

◆자전거 광고 및 홍보, '서민적 이미지'

대구 한복판에 한 중국어학원의 간이 홍보 현수막이 걸린 자전거가 동성로 구석구석을 누비고 있다. 지난해부터 학원 광고를 위해 특별제작된 삼륜 자전거는 저비용으로 움직이는 광고판 역할을 하고 있다. 북방중국어학원 박규열 원장은 "자전거를 탈 때 조금 낯가림이 있지만 그래도 중국어에 관심이 있는 젊은이들이 직접 문의하거나 전화번호를 적는 모습을 보면 힘이 난다"며 자전거 홍보의 장점을 말했다.

정치인들도 친근한 서민적 이미지의 자전거를 이용한 홍보활동을 하고 있다. 새누리당의 이재오 의원은 19대 총선에 출마하면서 복장을 제대로 갖추고 자전거를 타면서 자전거 마니아임과 동시에 주민들과 친근하게 접촉하고자 하는 의도를 제대로 알렸다. 대구에서도 이색 자전거를 만들어 퍼레이드를 하듯 홍보를 하는 이색 후보자도 눈에 띄었다.

각 지자체도 자전거를 이용한 홍보활동에 나서고 있다. 경북 예천군은 올해 열릴 2012 예천 곤충바이오엑스포 개막을 100여 일 앞두고 이현준 예천군수와 각 기관단체장, 군청 간부급 공무원들이 엑스포 성공을 기원하는 내성천 자전거 투어에 나섰다. 모든 참가자들은 엑스포 성공 기원 깃발을 각자 자전거에 달고 힘차게 페달을 굴려, 예천의 동쪽 끝 영주시 경계인 보문면 우래리에서 서쪽 끝인 풍양면 삼강리까지 달렸다. 이 자전거 투어는 42.6㎞에 달하는 예천군의 내성천 리버로드를 안팎에 알리는 계기가 되기도 했다.

안동시도 5년 전 제1회 탈춤축제 홍보에 자전거를 적극 활용했다. 생활체육협의회가 주최하고 국민생활체육 안동시 자전거연합회(회장 권한동)가 주관하는 '제1회 탈춤축제 홍보 자전거라이딩 구간대회'를 연 것이다. 안동시 여성 시의원, 자전거연합회 임원 및 산악자전거 동호회원 등이 참가했으며, 이들은 자전거를 타고 안동시청을 출발해 서울시청에 도착하는 250㎞ 장거리 라이딩을 펼쳤다.

선두와 후미에 배치되는 유도차량의 뒷면과 옆에는 '안동 국제탈춤페스티벌' '경북 방문의 해' '한국정신문화의 수도 안동' 등 안동을 알리는 홍보물을 부착하고, 선수들의 자전거에는 축제를 홍보하는 삼각 깃발을 세워 홍보 효과를 높였다. 이들은 라이딩 구간인 예천, 문경, 충주, 이천, 광주, 성남, 송파, 서울 등 자치단체 청사를 차례로 방문해 탈춤축제 홍보물을 배부하기도 했다.

올해 전북 익산시도 생명의 젖줄인 금강을 따라 화합과 소통, 공감 시정을 위한 자전거 대장정에 나서 화제가 되기도 했다. 대장정에 나선 회원들은 성당 포구마을에서 출발해 강경 옥녀봉 공원, 부여 석상면 봉정마을을 거쳐 논산천 제방도로를 따라 논산딸기축제장인 논산대교까지 총 35㎞에 걸쳐 금강변을 따라 달렸다.

이한수 익산시장은 "자전거길을 통해 인접 시'군과 건강한 네트워크를 구축해 지역발전에 어떻게 시너지 효과를 낼 것인가에 대한 고민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권성훈기자 cdrom@msnet.co.kr

사진'정운철기자 woon@msnet.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