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달 15일 대구지방법원 근처 한 식당에 80대 어르신 몇 명이 모였다. 이 날은 다름 아닌 초등학교 동창회 날. 백발의 어르신들은 동창을 만나자 금세 그 옛날의 학생 시절로 돌아간 듯했다. 모임의 주인공들은 졸업한 지 무려 70년이 된 청도 풍각초등학교 19회 동기동창들(1942년 3월 21일 졸업)이다.
이들은 졸업 후 전체가 모이는 자리를 마련하지 못하다가, 지난 1991년 9월 오랫동안 만나지 못한 동창들을 만나고 싶다는 류만지 동창의 제안으로 졸업생 53명 중 23명이 모여 동창회를 시작하게 된 것. 이때 모인 분들은 대구경북 및 부산경남 지역의 동창생들이 함께 참석했다.
이 동창회는 첫 모임 후 매년 4월과 10월 두 차례 정기적으로 만남의 자리를 갖고 있으며, 대부분 대구에서 모임을 하지만 부산과 청도 등지에서 '원정 개최'한 적도 있다고.
그 후 많은 회원이 고령으로 사망하고 현재는 7명이 생존해 있다. 이날 참석한 회원은 가정사정, 거동불편 등 3명을 제외하고 류만지(회장' 88세), 김진희(85세), 반계호(85세), 김월순(85세) 어르신이었다. 이들 중 교직에 있었던 김진희 씨는 70년 전 졸업한 날짜와 졸업생 숫자, 21년 전 첫 모음을 한 날짜 등을 정확하게 기억하고 있었다.
처음 모임을 이끈 류만지 회장에 의하면 "21년 전 문득 오래된 친구들이 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래서 연락했고 지금까지 모임을 하고 있어요"라고 말했다. 총무를 맡고 있는 김월순 할머니는 "동창회 간다고 하면 손자들이나 증손자들이 신기해한다"고 웃었다. 재미난 것은 부산에 사는 18회 선배인 정이화, 온필선 할머니도 가끔 '후배 모임'에 동참한다고 귀띔했다.
한편 이날 모임장소를 제공한 대원식육식당 양상용 사장은 "연로한 어르신들이 오래된 동창회를 하신다고 해서 가게가 쉬는 날이지만 잠깐 문을 열기로 했다"며 "백발 동창들의 '우정' 이 계속될 때까지 깍듯하게 모시겠다"고 말했다.
김도형 시민기자 sk8049797@empas.com
이석수기자 sslee@msnet.co.kr
댓글 많은 뉴스
국힘 김상욱 "尹 탄핵 기각되면 죽을 때까지 단식"
[단독] 경주에 근무했던 일부 기관장들 경주신라CC에서 부킹·그린피 '특혜 라운딩'
민주 "이재명 암살 계획 제보…신변보호 요청 검토"
국회 목욕탕 TV 논쟁…권성동 "맨날 MBC만" vs 이광희 "내가 틀었다"
최재해 감사원장 탄핵소추 전원일치 기각…즉시 업무 복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