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출마 때 낙후된 대구경북 보고 눈물…박근혜 안되면 미래 없다"
이한구66) 새누리당 의원은 이번 4'11 총선에서 곤욕을 치렀다. 경북고 후배인 김부겸 민주통합당 의원이 지역구도의 벽을 깨겠다며 내리 3선을 한 경기도 군포를 떠나 대구 수성갑 출마에 나서면서 스폿라이트를 받았기 때문이다. 본의아니게 그는 새누리당이 독점하고 있는 지역구도를 지키는 '살찐 돼지'같은 악역을 맡을 수밖에 없었고 김 의원은 새누리당의 철옹성을 온몸으로 깨뜨리는 '앵그리버드'로 전국적인 주목을 받았다.
'대구도 경쟁의 정치를 해야 한다'며 강공을 펼친 김 의원의 공세는 매서웠지만 이 의원은 수성갑을 지키는 데 성공, 4선 고지에 무난하게 올랐다.
그는 "광주에 출마한 이정현 의원이 참 아깝다. 이 의원은 (비례대표로 일한)4년 내내 광주와 호남 예산을 도맡아 챙기는 등 열심히 공을 들였는데…"라면서 이 의원의 낙선을 아쉬워하는 것으로 대구에 갑작스레 출마한 김 의원이 '지역구도타파의 화신'으로 언론에 부각되면서 자신과 맞붙게 된 데 대한 불만을 우회적으로 표현했다.
"민주통합당의 이념을 보고 이야기했으면 좋겠다. 그들은 이미 급진좌파다. 그 사람들에게 같은 기회를 줘야 한다는 (언론의)주장을 이해하고 받아들이기 어렵다. 바람몰이 식으로 해서는 안 된다. 수준이 떨어지는 사람을 뽑으라고 하는데, 민주당이 어떤 정당인데 그들을 대안으로 선택할 수가 있는가. 민주당의 정체는 급진좌파이자 정치적 목적을 위해 사회불안을 조성하는 사람들인데 그 사람들을 찍지 않는다고 해서 대구사람들을 지역구도에 갇혀 있는 이상한 사람들로 몰아가서는 안된다."
이명박 정부들어 정부의 경제정책을 정면에서 비판하는 것을 서슴지 않아 여당 내에서는 꽤나 '까칠한'정치인으로 각인돼 온 이 의원이지만 야당과의 관계에 있어서는 분명히 선을 그었다. 연말 대선을 앞둔 새누리당의 유력 대선주자인 박근혜 비상대책위원장의 '경제 가정교사'라는 별명답게 그는 경제정책 브레인의 좌장격이라는 위상을 갖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이번 총선에서 당선된 강석훈(서울 서초을), 안종범(비례대표) 당선자와 정희수(경북 영천) 의원 등이 모두 이 의원이 대우경제연구소장으로 있던 시절에 연구위원으로 함께 일한 경험이 있는 '이한구 사단'으로 분류될 정도로 그는 막강(?)하다.
그는 박 위원장의 '싱크탱크'인 국가미래연구원 출범과 운영에 참여하고 있는 유일한 현역의원이기도 하다.
그가 대선정국에서 활동할 수 있는 영역은 꽤 넓다. 친박계 핵심에 진입된 데다 4선의 경륜까지 갖췄기 때문에 여당 원내대표에 나서거나 국회부의장 등의 국회직을 떠맡을 수도 있고, 대선정국에서 경제민주화를 중심으로 한 정책적 외연을 넓히는 구원투수의 역할을 맡을 수도 있다.
이와 관련 그는 "향후 4년을 두고 중점을 두고 싶은 것은 3류 국회로 전락한 국회와, 정치가 국가발전의 발목을 잡지 않도록 1류 국회로 만드는 데 역할을 하고 싶다. 국회의원을 품위 있고 생산성 있게 움직이게 하고 국회의원이 전문성을 갖추고 그 소신이 민주적으로 구현될 수 있도록 국회를 운영하고. 국회를 1류 정치하는 곳으로 바꾸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생각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이 대목에서 그가 당직이나 국회직에 관심을 갖고 있는 것 아니냐는 의심이 들었다.
그러나 그는 "당장 가장 급한 것은 대선에 이기는 것이고 정치의 본령인 신뢰를 잘 구현할 수 있는 사람이 박 위원장이라고 믿기 때문에 신뢰와 원칙을 지키는 그를 대통령으로 만드는 일을 최우선으로 두고, 그 기준에 따라 당내든 국회에서든 적합한 일을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 자리 차지하겠다고 (자신이)나서는 경우는 절대 없을 것이라는 뜻이다. 대선승리를 위해 나서야 될 상황이라고 판단되면 주저하지 않고 나서 일을 하고 희생하겠다는 것이다.
정책통으로 성가를 높이기는 했지만 그가 정책분야에 머물러 있을 것 같지는 않다.
"지금 가장 중요한 자리가 국회의장과 부의장 등 국회의장단과 당대표 및 원내대표다. 대선 판세를 만들 때 이런 자리에 대한 역학구도를 어떻게 구성하는 것이 조금이라도 도움이 될 것인지가 최우선적으로 고려되어야 할 것이고 특정지역의 독식보다는 지역적으로도 적절한 배려가 있어야 한다. 고민일 수밖에 없다. 매사, 매건을 국민의 시각에서 적절한 사람이 배치된 것인지 봐야할 것이다"
그는 그러면서도 총선정국이 곧바로 대선정국으로 전환됨에 따라 박 위원장에 대한 총공세가 사실상 시작된 것으로 분석했다. 문대성, 김형태 당선자에 대한 도덕성 논란이 박 위원장의 리더십과 연결되고 있는 것도 따지고 보면 이미 당내는 물론이고 야권에서 박 위원장에 대한 공세를 시작했기 때문이다. 따라서 이런 것들에 대해 친박계가 온몸을 던져 막아주는 역할을 해야 한다며 친박핵심인사들에게 '감투'에 연연해서는 안될 것이라고 조언하기도 했다고 한다.
사실 그는 '원조'친박이 아니다. 지난 대선때 그는 중립을 지켰다. 이명박 대통령을 지지하지도, 그렇다고 박 위원장 편을 들지도 않았다. 그래서 양쪽으로부터 따돌림을 받는 등의 불이익을 받기도 했지만 내심으로는 박 위원장을 지지하면서 공식적으로는 중간지대에서 한 치도 벗어나지 않았다.
그의 정치권 입문은 지난 1997년 대선에 출마한 이회창 전 총재의 요청에 의해서였다. 이 전 총재가 도와달라고 해서 들어왔다가 16대 국회 때 비례대표로 국회의원 배지를 단 후 17대 때 현재의 수성갑 지역구 공천을 받아 지역구 의원으로 변신하게 된 것이다.
"예전부터 정치판에 대해서는 좋지않은 인식이 있었지만 이 전 총재가 대통령이 되면 잘 할 것 같아 합류했다가 정치권에 남게 됐다. 대구에 (지역구 공천을 받아) 처음 내려오니까 눈물부터 났다. 명절 때나 찾던 고향, 대구가 너무 낙후돼있는 것을 보고 눈물이 났고, 그렇게 된 상황에서도 주민들이 의연하게 대처하는 것을 보고 또 눈물이 났다. 이런 것들을 바꾸고 대구 발전에 보탬이 되고자 노력하고 있는데 이번 선거과정을 통해 대구가 제대로 선택을 하고 있는지 참 여러가지 생각이 들었다…."
중립성향으로 분류되던 그가 박 위원장의 최측근 자리로 이동하게 된 것은 2년여 전 박 위원장이 국회 기획재정위로 상임위를 옮기고 난 직후였다. 그는 박 위원장과 함께 국가채무와 경제정책 전반에 대해 정기적으로 모임을 갖고 공부를 하면서 박 위원장이 선점한 '복지정책'의 윤곽을 잡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친소관계에 따른 친박계 인사들 간의 위상논란에 대해 그는 "'원조냐, 아니냐' 그런 식으로 구분을 하기도 하는데 우스운 이야기"라면서 "박 위원장을 언제부터 알았느냐 혹은 예전에 희생을 했느냐를 기준으로 따지는 것은 대선구도에 도움이 되지 않는 일이다. 보다 폭넓은 정치를 하실 수 있도록 외연을 확장하고 그런 역할을 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지적했다.
그는 "'친박계가 설친다'는 이미지를 주지 않는 것이 중요하다"며 "다른 쪽에 있는 사람들에게 일할 수 있는 기회를 줘야 하는데 그 사람들이 박근혜 대통령만들기에 나설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외연확대의 지름길"이라고도 말했다.
사실 이 의원은 처음 대구 지역구 의원이 됐을 때는 낙후된 지역발전이나 경제회생에는 별다른 애정이 없는 것으로 비쳐지기도 했다. 그러나 그는 정책위의장과 예결위원장 등의 핵심 당직과 국회직을 맡을 때는 국책사업인 '첨단의료복합단지'대구 유치와 '대구경북경제자유구역'지정과정에서 결정적인 역할을 했고 야당의 비난을 무릅쓰고 새해예산을 날치기통과하면서까지 지역예산을 챙기는 뚝심을 보여주기도 했다. 그의 이런 역할이 그동안 돋보이지 않았던 것은 그가 다른 정치인들처럼 보도자료를 통해 생색내는 일을 그다지 좋아하지 않는 성격 때문이었다.
이 의원이 여러 차례 대구시장 물망에 올랐던 것도 그의 이 같은 대구에 대한 애정과 대구의 발전전략에 대한 고민때문이었다.
그는 신공항 건설 무산 등 대구의 미래전략이 미흡하다는 지적에 대해 "대구경북 경제가 오랫동안 나빠진 것은 정치권의 책임이 크다"면서도 "그렇다면 실제 (지역경제를 이끌어가는)자치단체장이 제대로 했는지, 정치권과 역할분담을 잘 했는지도 따져봐야 한다"고 말했다. 김범일 대구시장에 대한 언급은 여기까지다.
"대구에 내려온 지 8년이 됐는데 '이러다가는 큰일 나겠다' 싶어서 내 돈으로 연구용역을 시켜서까지 지역 발전 프로젝트를 하나씩 추진해 오고 있는데 여기서 얻은 중요한 교훈은 지자체에만 맡겨서는 안 된다는 것이었다. 국회의원들이 일을 제대로 하도록 감시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대구)시장을 제대로 뽑아야 한다."
이 대목에서 그는 "일부 국회의원들이 지역경제를 위해 많은 일들을 해왔는데 일로만 따진다면 이명규, 배영식 의원이 가장 많은 일을 해왔다"며 그들의 공천탈락을 안타까워했다. 그들이 어렵게 중앙정부로부터 지역경제 회생프로젝트를 따낼 때 친박이라는 울타리에 안주해 있던 친박계 정치인들은 쉽게 공천을 받아 정치인으로 성공하는 현실을 지적한 것이다.
마지막으로 이 의원은 "박근혜 대통령 만드는 일이 지상과제이며 대통령 만드는 일을 쉽게 봐서는 안 된다"며 "앞으로 1, 2년간은 대구경북이 참아야 한다. 빠져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박 위원장이 대선고지에 바짝 다가섰다고 해서 미리 자신의 자리를 챙기거나 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그는 "박 위원장을 대통령으로 만드는 일이 실패한다면 사실상 대구경북의 미래도 보장하지 못한다"며 자리를 차지하기보다는 대의명분을 위해 일하는 분위기를 조성하는 일에 앞장설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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