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가족 이야기] 내가 살아가는 힘, 내 딸

입력 2012-04-20 07:57:48

언제나 내 손을 꼭 잡고 내 팔을 껴안고 내 손목을 쥐어야만 걸을 수 있는 아이. 제 나이 또래에 입고 다니는 예쁜 치마도 뾰족구두도 여태껏 입고 신어 보지 못한 아이. 남자 친구도 연애도 한 번 못해본 아이. 남들처럼 보지도 못하고 똑똑하게 말도 못하고 걸음걸이도 부자연스럽고 한 번에 10분도 걷지 못하고 앉아서 쉬어야만 하고 남의 도움 없이는 밖으로 나가지도 못하는 아이. 5살 때까지 엎고 다니고 재활치료와 많은 연습으로 지금은 1시간 정도는 걸을 수 있다. 넘어지고 넘어지는 것을 반복하면서 다리에 힘이 생기고, 상처가 나서 피가 흘러 다시 딱지가 앉으면서 상처투성이가 된 아이. 내 딸은 1급 중복시각장애인이다. 지금 나이는 29살이지만 지능은 7살 정도다.

딸이 비록 못 보고 못 걷고 똑똑하지 못해도 엄마인 나에겐 이 세상 가장 소중한 보물이다.

딸은 하루에도 수백 번씩 "엄마! 엄마!"를 부른다. "엄마 사랑해, 엄마 미안해, 우리 엄마가 최고다, 엄마는 요리사다, 엄마 아프지 마." 부르고 또 불러 내 눈에 눈물이 고이게 한다. 딸에겐 내가 친구가 되고 나에게 딸이 친구가 되어 오늘도 마냥 재잘거리며 시각장애인복지관에서 집으로 돌아온다. 30년 세월 동안 너무나 힘들고 많은 상처를 받고 살아가지만 눈이 되어주고 손발이 되어 못난 자식이라도 포기할 수 없는 것이 부모 마음이기에 남몰래 흘린 눈물이 강이 되고 바다가 되었다.

자식과 부모의 존재의 인연은 무엇일까? 잠이 오지 않는 밤이면 딸아이의 미래를 생각하며 베개가 다 젖도록 눈물을 흘린다. 영원히 사랑하는 내 딸 김현주, 죽어도 잊지 못해 눈을 감지 못할 것 같은 내 딸, 이 세상에 엄마가 없으면 가장 불쌍하게 살아야 할 내 딸을 어찌하면 좋을까? 엄마는 자꾸만 아프기만 한데….

강순옥(대구 수성구 신매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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