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의점 알바는 1시간에 3천원인데… "놀면서 술시중 2만원이나" ㅋㅋ
17일 오후 11시 대구 동성로 한 PC방 앞. 회색 승합차 한 대가 정차하자 10대로 보이는 청소년 대여섯 명이 올라탔다.
승합차는 시내 이곳 저곳을 다니며 청소년들을 태운 뒤 동성로 인근의 한 네거리에 정차했다. 승합차에서 내린 10대 청소년들은 10여m쯤 떨어진 인근 노래방으로 뛰어 들어갔다. 10분쯤 뒤 3명이 노래방 밖으로 나와 주위를 살피더니 담배를 피웠다. 앳된 얼굴의 한 10대는 고등학생이라고 자신을 소개하며 "노래방 손님이 선택하지 않아 다른 노래방에 가기 전에 잠시 대기 중"이라고 했다.
그는 "돈을 벌려고 도우미로 뛰는 남자 고등학생들이 많다. 이것도 경쟁이 됐다"며 담배를 다시 입에 물었다. 이 노래방 근처에서는 몇 대의 승합차들이 끊임없이 고등학생을 태우고 내리기를 반복하고 있었다. 새벽녁까지 40명가량의 남자 고등학생들이 노래방을 들락날락했다.
10대 청소년들을 좇아 노래방 안으로 들어가자 요지경 세상이 펼쳐졌다. 10여 개의 방 대부분은 손님들로 가득 차 있었고, 유리창 너머로 보이는 방안에는 피에로 복장, 녹색 가발, 얼굴을 하얗게 분장한 남자 고등학생들이 여성 손님들과 어울려 '재롱'을 떨고 있었다.
잠시 후 녹색 가발을 쓴 한 남학생이 방문을 열고 나와 급히 화장실로 달려갔다. 화장실에서 구토를 한 남학생은 "술이 세지 않아 몇 잔 마시고 화장실에서 토한다"고 했다.
대구 시내에 10대 남자 청소년을 고용하는 노래방이 넘쳐나고 있다. 실제 대구경찰청은 지난달 10대들을 고용한 노래방 업주 30여 명을 검거하기도 했다. 이들 노래방은 조직폭력배와 연계된 보도방을 통해 10대 남성 도우미들을 공급받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10대 도우미들은 쉽게 용돈도 벌고 유흥도 즐길 수 있어 이 일을 떨쳐버리기 힘들다고 했다. 대구의 한 특성화 고교에 재학 중인 노상민(18'가명) 군은 최근까지 노래방 도우미로 일했다고 했다.
그는 "지난해 7월 친한 친구 두 명이 노래방 도우미를 한다는 것을 알게 됐는데 쉽게 돈을 벌 수 있다는 얘기에 일을 시작했고 최근 건강이 나빠져 그만뒀다"고 털어놨다.
"학교를 마치고 노래방에 나가게 되면서 학교 생활은 물론 건강이 많이 나빠졌어요. 오후 11시에 출근해 오전 8시에 퇴근하는 생활이 반복되면서 학교에 나가지 않는 날이 많아졌지요."
그는 결국 자퇴를 했고, 지금은 검정고시 학원에 나가고 있다고 했다.
지난해 학교를 그만둔 홍대현(18'가명) 군도 지난달까지 노래방에서 여성 손님들에게 술을 따랐다. 홍 군은 "하루 평균 7만원 정도를 벌어요. 초이스(선택)가 잘 되거나 화끈한 손님을 만나면 하루에 30만원 이상의 팁을 받을 때도 있다"고 했다.
"손님은 20대 아가씨부터 40대 아줌마들까지 연령대가 다양해요. 손님들은 몸을 만지거나 키스를 하면 팁을 더 많이 줘요. 어떤 애들은 수십만원을 받고 2차를 나가기도 해요."
대구시내 모 특성화 고교에 다닌다는 백승동(17'가명) 군은 "편의점 같은 곳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면 시급이 3천원밖에 안되지만 노래방에 나가면 시간당 2만~2만5천원을 벌 수 있다"고 했다.
10대 남학생 도우미를 고용하는 보도방 업주들은 이들이 미성년자인 사실을 알면서도 채용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남학생 보도방 업주 K씨는 "나이가 많으면 손님들이 찾지 않는다. 손님들에게 20대 초반을 들여보내도 더 어린 남자를 원하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미성년자를 고용할 수밖에 없다"고 털어놨다.
경북대 노진철 교수(사회학과)는 "청소년기에는 친구들이 하는 것을 따라하거나 모방하려는 욕구가 강하다"며 "특히 청소년들은 빨리 어른이 돼 돈을 벌고 싶은 욕구가 있는데다 돈을 벌 수 있는 루트가 별로 없기 때문에 쉽게 돈벌이가 되는 유흥업소로 진출하게 된다"고 진단했다.
계명대 동산병원 정철호 교수(정신건강의학과)는 "불법을 경험한 청소년들은 이성적 자아 형성에 큰 문제가 생기며 더 악화될 경우 일탈과 범죄로 이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장성현기자 jacksoul@msnet.co.kr
황수영기자 swinning@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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