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자마당] 대구지역 일부 당 싹쓸이 이제 그만해야

입력 2012-04-18 07:07:38

나는 대구에서 거의 60년을 살아온 대구 토박이 시민이다. 대구에 경사스러운 일이 있으면 나의 일처럼 기뻐했고 대구에 궂은 일이 있으면 가족의 일처럼 가슴 아파했다. "대구는 사고가 많은 도시"라는 타지방 친구의 말에 흥분하여 다투기도 했다. 나는 대구를 매우 사랑하고, 과거 '야당의 도시, 정치 1번지'라는 대구시민으로서 자부심을 지키고 싶은 사람이다.

그런데 언제부턴가 선거 때만 되면 대구시민이라는 것이 부끄럽다는 생각이 든다. "대구에는 한나라당(현 새누리당)의 막대기만 꽂으면 당선된다"는 말이 있다. 이를 증명하듯 지난 18대 총선에도 대구에는 한나라당이 싹쓸이를 했고, 아니나 다를까? 이번 총선에도 대구는 물론 경북에서마저 새누리당이 싹쓸이를 했다.

참으로 부끄러운 일이다. 그렇다고 해서 내가 다른 정당을 지지하는 사람은 아니다. 내가 말하고자 하는 것은 지역주의 해소와 국가의 장래를 위해 보다 폭넓은 안목을 가지자는 것이다. 물론 이번에 대구에서 당선된 여당 후보들은 대부분 훌륭한 인물들이다. 그러나 이번에 낙선한 다른 당 후보들 중에도 훌륭한 인물들이 많다. 중앙부처에서 투하된 낙하산 후보보다는 어느 면으로 보나 더욱 유능한 많은 후보들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새누리당이 싹쓸이하게 한 것은 지역주의 해소와 폭넓은 안목은 고사하고 일부 당에 맹목적인 대구시민의 낮은 정치의식을 나타내는 것이라 부끄러울 따름이다. 한때 광주와 전남에도 일부 당이 싹쓸이 한 적이 있다. 그러나 이번에는 그 지역에는 비록 여당은 아니지만 제3당이나 무소속 후보들이 일부 약진을 했다. 참으로 다행한 현상이다. 한 정당의 맹목적인 추종에서 탈피하려는 호남인들의 노력에 찬사를 보낸다.

이번 대구에서의 새누리당의 싹쓸이는 차기대선에서 박근혜 위원장에게 힘을 실어주기 위해서라고 혹자는 말하기도 한다. 그렇다면 과거에는 어떤 이유로 대구에서 일부 당이 싹쓸이를 했단 말인가! 대선에서 힘을 실어줄 후보가 있으면 그때 가서 하면 된다. 오랜 지역 갈등을 해소하려는 대국적인 노력이 이보다 중요하지 않다는 말인가!

태산준령(泰山峻嶺-의지가 곧고 굳셈)의 선조들 절개와 독재정치를 온몸으로 막아낸 대인의 피를 이어받은 영남의 후예들이여, 맹목과 편견의 잠에서 깨어나라! 영호남은 물론 팔도강산 모두 하나 되어 지역주의 해소하고 국제사회에서 힘 있는 한국을 만들자!

김광근/인터넷투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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