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산동에서] 경북대 재도약을 기대하며

입력 2012-04-17 07:24:16

한 집안이 잘 되려면 맏이가 잘돼야 한다는 말이 있다. 맏이는 가정이 어려울 때나 흥할 때, 든든한 버팀목이 돼야 한다는 말이다. 장자를 우대하는 우리네의 고루한 전통쯤으로 여길 수도 있겠지만 주변을 둘러보면 이 말이 꼭 틀린 말은 아니라는 생각을 자주 한다. 맏이가 든든한 집안은 뿌리가 튼튼한 나무처럼 태풍과 가뭄을 이겨내고 잎과 꽃을 틔우고 열매를 맺게 한다.

이 말을 지역의 대학 사정에 대입해 보면 경북대가 꼭 맏이와 같다는 게 기자의 생각이다. 요즘처럼 대학에 대한 정부의 개혁 압박이 심할 때 맏이인 경북대의 역할은 매우 중요하다. 전국 대학들 간의 치열한 경쟁 속에서, 침체한 지역경제 사정 속에서 지역거점대학인 경북대가 제자리를 찾을 때 지역의 다른 대학들의 위상도 회복된다.

최근 경북대는 재도약의 상징적인 전기를 마련했다. 지난달 말 경북대 캠퍼스 내에 새롭게 문을 연 'KNU 글로벌플라자' 얘기다.

2009년 3월 착공한 KNU 글로벌플라자는 총 사업비 456억원을 들여 연면적 3만7천여㎡에 지하 1층, 지상 17층 규모로 지어졌다. 경북대 북문과 본관 사이의 비탈을 절묘하게 이용한 공간활용 능력도 돋보인다. 이 건물에는 2개의 국제회의장과 500석 규모의 컨벤션홀, 학교역사전시관, 산학협력전시관, 기초교육원, 국제교류원, 산학연구처 등이 들어섰다. 국책사업단 및 35개 각종 연구소와 스카이라운지 등 편의시설을 갖췄다. 연구'회의'강의'편의시설이 집약됐다. 건물 전면을 유리로 덮어 미래 지향적인 이미지를 표현했다. 동서남북 어느 방향에서 봐도 건물의 외형이 달라 디자인 면에서도 참신하다. 대구 도심뿐 아니라 멀리 팔공산까지 조망 가능한 스카이라운지는 지역 주민들에게도 새 명소가 될 것으로 보인다. 경북대 교직원이나 학생들 사이에서도 북문이 한층 밝아진 것 같다는 긍정적인 평가가 많다. 계명대의 계명아트센터, 영남대 천마아트센터 등의 상징 건물이 없어 아쉬웠는데 이번 KNU 글로벌플라자 개관은 경북대의 자부심을 되살려 준 것 같아 기쁜 소식이 아닐 수 없다.

맏이 얘기로 경북대 글을 시작했는데 경북대에 관한 또 다른 비유가 이른바 '저평가 우량주(株)'다. 가진 역량에 비해 과소평가받고 있다는 얘기다.

경북대는 모 중앙 일간지가 2011년 발표한 대학평가에서 정부'기업이 선호하는 지방대 1위로 당당히 이름을 올렸다. 삼성전자, LG전자 임원들의 출신 대학 순위 중 각각 4위와 3위를 차지했다. 국내 1천대 기업 CEO 배출 비율에서는 22명으로 10위를 차지했다. 교과부가 발표한 취업률에서는 국립대 2위, 비수도권 1위(졸업생 3천 명 이상 가 그룹)의 우수한 취업성과를 거뒀다. 경북대 사범대학은 올해 중등교원 임용시험에서 167명이 합격했다. 사립학교 교원 합격자 44명을 포함하면 입학정원(299명) 대비 70%에 육박하는 임용시험 합격률을 자랑하고 있다. 이쯤 되고 보면 만성적인 지역경기 침체와 수도권 집중화 속에 경북대가 싸잡아 저평가되고 있다는 한탄에 고개가 절로 끄덕여진다.

올해는 경북대가 상주대(현재 상주캠퍼스)와 통합(2008년)한 지 4년째를 맞는 '완전통합 원년'이다. 예전의 명성을 되찾기 위해 과감한 혁신이 요구되는 시점이다. 이를 위해선 경북대 구성원들이 무엇보다 주인의식을 가져야 한다. '공공재의 비극'이라는 말처럼 주인 없는 재화는 비효율과 낭비의 굴레를 벗을 수 없다. 경북대는 지난해 법인화 논의가 폐기되면서 내부 혁신의 추진력을 잃었고, 올해 들어선 재정지원을 미끼로 한 정부의 거센 총장직선제 폐지 압박을 받고 있다. 안팎의 위기가 밀어닥치고 있다. 자부심 회복을 위한 경북대의 분발이 절실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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