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암칼럼] 선비정신이 나라를 구했다

입력 2012-04-16 10:51:27

야당은 왜 패배했는가. 품성과 양식(良識)의 '가벼움' 그리고 단세포(單細胞)적 '잔머리' 그게 가장 큰 이유다.

반대로 MB 정권의 잇따른 비리와 실책에도 기사회생한 새누리당은 왜 승리했을까. 좌파보다 처신이 무거워서? 아니면 머리를 굵게 써서? 그도 저도 아니면 '수첩 공주'에서 '붕대 손의 여왕'으로 변신해 보인 박근혜의 '고군분투?' 이것저것 부분적인 이유들은 될지 모른다.

그러나 가장 큰 이유는 이 땅의 국민들 머리와 가슴에 '선비정신'이 살아있어서였다. 선비정신은 풍류나 읊고 양반 귀족 계급의 특전을 누리며 평민층을 억누른 사대부 권력층의 지배정신이라는 정치적 관점으로 풀면 부정적일 수 있다. 그러나 선비정신의 참뜻은 인의(仁義)와 도(道)와 예(禮)를 알고 지키는 올곧은 삶의 자세를 말한다. 민주시민으로서의 기초적인 양식과 교양, 품성, 그리고 절제된 언행 같은 내면의 공동체 '룰'(rule)이 곧 이 시대의 선비정신이다.

야당 패배 원인의 21.6%가 저질 막말 때문이었다는 분석은 국민 의식 속에 녹아있는 선비정신을 되씹게 하는 대목이다. 정권 심판(15%)이나 민간 사찰(13.7%) 따위의 정치적 이슈들도 말투와 행동거지 같은 지극히 사소하고 평범한 인본(人本)의 가치에 밀려났다. 노년 세대를 폄훼하고 'ㅆ'자를 예사로 내뱉는 짓거리를 선비정신은 '상것'들의 가벼움으로 바라본 것이다. 인륜도 없고 인간의 기본적 품성까지 부정한 '상스런 부류'에게 언감생심 정치권력을 쥐여줄 수는 없다는 거부감이 선거 초반 야당 우세의 정치판을 뒤집은 것이다.

민주시민으로서의 격(格)을 상실한 원색적인 망발을 감싸고 부추긴 동조자들의 '참을 수 없는 가벼움'은 더더욱 선비정신의 심판을 받는 데 한몫을 했다.

안철수부터 보자. 그는 투표율이 70%를 넘으면 '미니스커트를 입고 율동에 맞춰 노래하겠다'고 했다. 트위터에서 서울 강남 타워 팰리스 유권자들이 78%나 투표하러 갔다는 거짓말을 올려 야당 성향 투표율을 부추기듯 한 공지영이란 소설가는 '입술 옆에 점 찍고 캉캉 춤을 추겠다'고 했다. 막말 후보 후원회장을 맡았던 서울대 모 교수는 '망사스타킹을 신겠다'고 하고 좌파 성향 스님 명진은 '힙합바지 입고 개다리춤 추겠다'고까지 했다.

투표율이 60%도 안 됐으니 미니스커트에다 망사스타킹 입은 변태 패션(?)의 교수들도 못 보게 되고 스님이 절간에서 개다리춤 추는 진기한 장면도 못 보게 됐다. 그런 가벼움과 '상스런' 언행들이 한국인의 DNA 속에 잠재된 선비정신에 어떤 역반감을 줄지를 그들 똑똑한 머리로는 몰랐다는 것일까?

야당 선거를 총지휘한 한명숙의 머리만 해도 그랬다. 막말 후보를 사퇴시켜야 한다는 당내(黨內)의 끈질긴 요청에도 "'미권스'(구속된 정봉주 의원 팬 카페) 회원이 20만 명이고 나꼼수 방송 듣는 사람도 수백만 명이다. 김용민 사퇴시키면 역풍을 맞을 수 있다"며 막말 후보를 감쌌다고 보도됐다. 그녀 말대로라면 나꼼수 청취자들은 부모, 조부모 세대 모욕하고 목사 아버지 비꼬고 여성들에게 ×자 쓰는 것쯤 예삿일로 여기고 표 찍어주는 수준의 사람들이라는 논리가 된다.

정치 지도자라기엔 참으로 짧디 짧은 생각이요, 크지 못한 머리 씀씀이다. 노인을 능멸하고 여성을 욕보이고 종교인을 비하해도 역풍 불고 지지표가 쏟아지는 나라라면 막가는 나라지 그게 무슨 국격 있는 나라라 할 수 있겠는가. 표만 좇는 눈에는 이 나라 국민들의 정신과 가슴속에 정치를 뛰어넘는 인덕과 품성이라는 더 큰 가치로 품어져 있는 선비정신이 보일 리가 없다. 이번 총선도 그런 국민 교양과 선비정신이 이 나라를 무개념, 막말 세력으로부터 지켜냈다고 봐야 한다.

남은 대통령 선거도 다를 것 없다. 아무리 정치 바람이 요동을 쳐도 국민들의 가슴 밑바닥에 이 나라가 국민적 양식도, 인간적 품성도 없는 막가는 나라가 아니라는 자긍심이 자리하고 있는 한, 막말 정치꾼들과 폭력적 종북 좌파가 기생할 틈은 없다. 인의예지(仁義禮智)와 자유민주주의 가치를 지향하는 한민족의 DNA는 쉽게 변하지 않는다. 여'야 어느 쪽이든 선비정신의 뿌리가 깃들지 않은 정치를 벌이면 대선 승리는 물 건너간다.

김정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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