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 영화를 보자] EBS 일요시네마 '아파치'

입력 2012-04-14 07:04:53

백인들과 지루한 전쟁…인디언 전사의 미래는

아파치족 추장 제로니모는 백인들에게 항복하지만 아파치족의 용맹한 전사 마사이(버트 랭커스터 분)는 끝까지 저항을 멈추지 않는다. 결국 체포되어 다른 부족민들과 함께 미국 플로리다로 압송되지만 열차에서 탈출에 성공한다. 그리고 이곳저곳을 방랑하던 중 오클라호마에서 백인들과 동등하게 사는 체로키 부족을 알게 된다. 이들도 한때는 백인들과 맹렬하게 싸웠으나 백인들과 공생하는 지혜를 발휘해서 편하고 안락한 삶을 누리게 된 것.

하지만 마사이는 아파치족의 마지막 전사로서의 자존심을 굽히길 거절한다. 그리고 체로키 인디언은 전사의 시대는 끝났다며 옥수수 씨앗을 건네준다. 마사이는 강제노동에 시달리는 아파치족 거주지로 잠입해서, 제로니모를 대신해 추장 노릇을 하는 산토스와 그의 딸 앞에 나타나 옥수수를 재배하며 백인들과 동등한 삶을 살자고 설득하지만, 술에 찌든 산토스는 마사이를 배신하고 그를 군인들에게 넘겨버린다. 그러나 마사이는 죽음의 문턱에서 또다시 탈출, 산토스의 딸을 납치해서 어디론가 사라지는데….

평화롭게 살던 터전을 지키기 위해 백인들과 치열한 투쟁을 벌였던 인디언 영웅들의 전설적인 무용담은 널리 알려져 있다. 이 중에서 아파치족의 마지막 추장 제로니모의 이야기는 그야말로 전설적이다. 그는 아이들의 울음소리 때문에 적에게 위치가 발각당할 것을 우려해서 자기 부족의 아이들을 죽이라고 명령할 정도로 피도 눈물도 없는 냉혈한이자 뛰어난 지략가였다. 그는 인디언 부족들을 지휘해서 백인들을 번번이 무릎 꿇게 할 정도로 위대한 용사였지만 그에게도 마지막 날은 다가왔다. 1886년, 그의 휘하에는 남은 아파치족은 여자와 아이를 포함해 30여 명에 불과했고 이들을 포위한 미군은 5천 명이 넘었다. 결국 제로니모는 항복을 선언하고 이로서 인디언과 백인들의 길고도 지루했던 전쟁은 끝이 난다. 영화는 제로니모가 항복하고 나서의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 영화는 백인에게 항복해야 할 운명인 마지막 인디언 전사의 인간적인 고뇌와 번민을 사실적으로 그리고 있다.

버트 랭카스터가 주연과 제작을 겸했으며 로버트 알드리치 감독이 처음으로 연출한 서부극이다. 알드리치 감독은 폴 웰만의 소설을 원작으로 하여 기존서부극에서 보여준 흥미진진한 액션과는 달리 새로운 시대를 준비하는 한 인디언의 미래와 삶의 터전을 일구는 모습을 보여준다. 이채로운 인디언 복장에 마사이의 아내 역을 맡은 진 피터즈와 정부군 복장의 과묵한 인디언 혼도 역을 맡은 찰스 브론슨의 모습이 인상적인 작품이다. 러닝타임 91분.

이대현기자 sky@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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