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형태 빨리…이병석 느릿… 포항 수사 속도 명암

입력 2012-04-13 10:47:28

시민단체 "중진 봐주기냐? 성역없는 수사하라"

총선 이후 포항지역 불법 선거운동 의혹에 대한 수사 진척도 등이 극명하게 갈려 수사 대상에 오른 당선자들의 명암이 교차하고 있다.

불법 선거운동 의혹과 관련해 포항남울릉의 김형태(새누리당) 당선자에 대한 수사는 속도를 내고 있는 반면, 포항북 이병석(새누리당) 당선자에 대한 수사는 지지부진한 상황이다.

포항남부경찰서는 선거운동기간 별도의 사무실을 개설한 뒤 여론조사를 빙자해 불법 선거운동을 벌인 혐의(공직선거법 상 유사기관의 설치 등)로 이번 주 중 김 당선자에게 소환요구서를 발송할 예정이다.

경찰에 따르면 김 당선자는 지난 2월 말 서울 여의도에 사무실을 차려놓고 인터넷 아르바이트 사이트를 통해 전화홍보원들을 모집한 뒤 여론조사를 가장한 선거 홍보활동을 벌인 혐의를 받고 있다.

제보자가 경찰에 제출한 녹음파일에 따르면 전화홍보원은 일반 여론조사와 달리 다른 후보들은 제외한 채 김 당선자만 '오천사람, KBS 방송국장, 박근혜 대통령 만들기 언론책임자' 등으로 소개하면서 '김형태 후보를 아느냐'고 물었다. 또 이를 이상하게 여긴 전화 응답자가 소속을 묻자 자신을 '선진미디어리서치' 직원이라고 답했다.

그러나 경찰 조사결과 '선진미디어리서치'라는 업체는 존재하지 않으며 발신된 전화번호는 모두 김 당선자가 몸 담고 있던 '선진사회언론포럼' 사무실 소유인 것으로 확인됐다.

김 당선자 측은 "전혀 관련이 없는 사실이다. 서울사무소에서 어떤 일이 벌어졌는지에 대해서는 아는 바가 없다"고 혐의를 완강히 부인하고 있다.

반면, 경로잔치에서의 향응제공 의혹 등 혐의를 받고 있는 포항북 이 당선자에 관한 경찰 수사(본지 3월 13일자 6면 보도)는 뚜렷한 진척을 보이지 않고 있다.

포항 북부경찰서는 지난 2월 22일과 3월 1일 각각 열린 경로잔치에서 이 당선자의 후원회 관계자가 식사와 경품 등을 제공했다는 의혹이 제기돼 수사에 나섰으나, 이 당선자와의 직접적인 연계성을 찾지 못하고 있다.

경상북도선거관리위원회는 또 선거운동기간 전인 2월 15일 자신이 다니던 교회 장로 등 선거구민과 교인 17명이 함께 식사를 하는 자리에 참석해 지지를 호소하는 등 사전선거운동을 벌인 혐의로 이 당선자를 경찰에 고발한 상태다. 하지만, 경찰은 당시 식사비를 지불한 교회 장로 A씨에 대해서만 조사를 했을 뿐 이 당선자에 대해서는 13일 현재까지 별다른 수사를 벌이지 않고 있다.

포항의 한 시민단체 관계자는 "이 당선자가 중진 의원이고 총선 전부터 당선이 확실시 돼 경찰에서 눈치를 보는 것 아니겠는가. 성역없는 수사가 이뤄져야 할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포항 북부경찰서 관계자는 "경로잔치 부분은 면밀한 조사를 거쳤으나 제보와는 다른 부분이 많고 이 당선자의 개입 여부도 확인할 수 없었다. 어떠한 의혹도 없도록 중립을 가지고 엄중히 수사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포항'신동우기자 sdw@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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